[Review] 거리 위의 전시장을 만나보는 시간 - 스트릿 노이즈 STREET NOISE

거리 위에서 만난 그래피티를 들여다 보는 순간
글 입력 2021.03.15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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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지나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지나치는 셔터, 낡은 벽 등에는 항상 알 수 없는 그림이 그려져 있곤 했다. 그것이 ‘그래피티’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오래 되었지만, 찬찬히, 자세히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피티는 이렇듯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더라도 거리의 예술로서 오랜 시간 곁에 존재해 온 것이다.


그래피티는 우리의 낡고 닳아 이제는 익숙해 져버린 관념들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면서 단순한 낙서를 넘어 하나의 예술 장르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러한 그래피티를 새롭고 신선한 방식으로 선보이고 있었다.


전시 'STREET NOISE'는 롯데월드몰에 위치한 새로운 문화예술복합공간인 P/O/S/T에서 진행되며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트스트 10인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대부분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 위치하고 있는 기념품 샵이 아예 전시장 밖에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하면 그냥 지나치던 사람들도 발길을 돌릴 만큼 전시장의 외관에서부터 자연스럽게 그래피티가 녹아 들어있다.

 

 

 

전시장을 넘어 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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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전시장 안으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천장까지 꽉 차는 사이즈의 캐릭터 FELIX였다. 이 엄청난 크기의 캐릭터 구조물은 이곳이 전시장이라는 사실까지 잊게 만든다. 벽면의 네온 사인과 문구까지 어우러져 마치 이국적인 놀이동산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이 곳에서 사진을 찍고 커다란 캐릭터를 이리저리 살펴보다 보면 어쩐지 어린 시절 가던 키즈 카페카 온 것만 같은 기분도 들었는데 최근 전염병 사태로 인해 은연 중에 답답하고 어두웠던 마음에 긍정적인 동심을 가져다 주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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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섹션에서는 레이저 큐브 장비를 활용해 직접 나만의 그래피티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혐형 공간도 있었다. 태블릿 PC에 펜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면 전시장의 벽면에 레이저 빛으로 자신의 작품이 나타난다.


작품에 여러가지 3D효과를 입혀볼 수도 있었는데 직접 그린 그림이 전시장의 벽면과 어우러져 마치 또 다른 작품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전시장에서는 관람객의 특별한 체험과 경험이 어우러짐으로써 비로서 관람객이 직접 전시의 일부분이 되는 것만 같았다.

 

 

 

그래피티로 애너지를 전하는 닉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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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피티 작품은 이전부터 도시의 골칫거리로 여겨져 왔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엄연히 불법적인 일이고 도시의 미관을 헤친다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전시를 보기 이전에 나 또한 길거리를 지나다니다 그래피티를 보면 자연스럽게 얼굴을 찌푸렸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전시를 감상하고 느낀 점은 적어도 그래피티는 단순히 끄적인 낙서가 아닌 누군가에게는 예술이자 사회를 향한 새로운 목소리였다는 것이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은 척박한 환경에서 작품 작업을 빠르게 하고 도망갈 수 있도록 해야 했기 때문에 주로 빠르게 작업 할 수 있도록 순식간에 마르고 덧칠할 수 있는 스프레이와 이미 그림의 틀이 제작되어 있는 스텐실을 이용해 작품을 제작했다고 한다.

 

첫 번째 구간에서는 이 재료들을 주로 이용해 만든 작품이 소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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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기초적인 이 재료들을 능숙하게 다룬 두 명의 그래피티 작가는 닉 워커와 크레쉬이다. 그 중 한 사람인 영국 스트릿 아트 선두 주자인 닉 워커는 그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인 프리 핸드 스타일과 스텐실을 결합해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는 일상 속에서 얻은 영감들을 모으고 모아 작품을 제작하는 한 순간 그것을 폭발시키듯 분출한다고 한다. 그러한 그의 작품에서는 어쩐지 사람의 눈길을 확 잡아 끄는 생생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락 페스티벌이 이루어지는 공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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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의 제 2의 자아이기도 한 중절모를 쓴 미스터 반달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정말 인상 깊었는데 미스터 반달은 그의 작품에서 대부분 빨간색과 함께 등장하며 신사적인 차림과 달리 페인트를 붓거나 벽에 그래피티를 남기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런 반달의 아이러니한 모습에서는 진지한 기성 세대의 옛날 이야기를 해맑은 장난으로 망치려는 악동 꼬마가 느껴지곤 한다.

 

 


획일화된 세상에 새로운 시각을 던지는 크레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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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쉬 또한 스프레이와 스텐실의 기초적인 재료를 애용하는 그래피티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주로 카메라로 줌인을 한듯이 확대된 형태이며 거의 언제나 누군가의 ‘눈’이 등장한다. 이렇듯 지나치듯 봐도 강렬한 그의 작품에서는 특히나 팝 아트가 가진 시각적 특성이 잘 드러난다. 굵은 선과 원색에 가까운 색의 조합은 청량한 느낌을 주면서도 시선을 한 번에 잡아끈다.


이렇게 눈에 띄는 그의 작품의 이면에는 그가 세상에 가진 가치관이 숨어있다. 그의 작품들에서 드러나는 화면을 꽉 채우는 구도와 그것을 잘라내는 크롭 방식은 그래피티 작품들 특유의 반항 정신에서 기인하는데 그는 몰개성화된 대중 문화에 대한 비판의식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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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러한 그의 저항 정신을 재치 있는 방식으로 풀어내곤 했는데 전시장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작품 중 흑백 만화 위에 크게 자신의 이름을 태깅한 작품이 그 중 하나이다.

 

‘태깅’은 작품 속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행위로 초기 그래피티에서 주로 이용되었던 표현 방식이다. 그는 획일화된 흑백의 만화에 자신의 이름 ‘CRASH’를 크게 남김으로써 대중 문화가 가진 문제점을 지적한다.


대중 문화의 기성 적이고 따분한 특성을 흑백으로 표현하고 그 위에 자신의 이름을 강렬한 색깔로 남김으로써 이 작품을 통해 그는 자신의 메시지를 정말 인상 깊게 전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을 보면 자연스럽게 그의 태그인 ‘CRASH’에 시선이 갈 수 밖에 없고 뒤의 만화는 배경처럼 느껴진다.

 

마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벽에 그린 그래피티를 캔버스 안에 옮겨 놓은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피티의 근본 ‘태깅’에 디자인을 더해 예술로, 존원/라틀라스


 

존원과 라틀라스는 그래피티가 초기에 생겨나기 시작할 때 이용된 근본적인 표현 방식인 ‘태깅’을 이용하면서도 이것에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더해 고유의 색깔이 묻어나는 작품을 제작한 작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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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원은 어린 시절부터 당대의 도시 분위기에 그래피티를 일찍 접하며 자랐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그의 작품 속에서는 그래피티 특유의 거친 느낌이 살아있으면서도 그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가 엿보인다. 특히나 그의 작품에서는 색 조합이 돋보이는데 강렬한 원색을 사용하면서도 그것들이 어우러져 한 프레임 안에서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신기했다.


그런 그의 작품은 그래피티 장르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는 문화 예술 부문에서 훈장을 받는 것에 더해 여러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 때문에 그가 그래피티라는 예술 장르 자체에 미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도이다.

 

주류 문화에 반항하는 문제아처럼 취급 받던 그래피티를 오히려 그가 주류 장르의 위치로 올려놓은 셈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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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라스 또한 태그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작가인데, 그의 작품을 담은 캔버스의 크기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 도심 광장에 펼쳐지는 크기의 작품을 제작하기도 한 라플라스는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그의 작품들을 보다 보면 대형 미로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진 속 작품은 그가 도심 광장 크기로 제작한 것의 사이즈를 줄여 만든 것인데, 작품 상단의 선과 배경 부분을 잘 살펴보면 그의 이름 철자를 발견할 수 있다. 그는 공간의 제약 없는 자유로운 작품 속에 그의 태그를 남기면서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자신이 서있는 위치를 인식해 보게끔한다.


미로와 같은 그의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관람객들은 자신이 어디까지 왔었는지 잊어버리게 된다.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우리의 삶도 그가 만들어낸 미로 속에서의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삶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새로운 길의 연속이고 그 안에서 우리는 자주 길을 잃곤 한다. 이러한 삶의 이치를 표현해낸 그의 작품은 유독 생각이 깊어지게 만든다.

 

 

 

흘러내리는 독특한 로고를 통해 메시지를 던진 작가, ZE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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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제우스(ZEVS)의 작품들이었다. 그의 작품들은 유명 브랜드 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의 작품 속에서 브랜드의 로고들은 마치 액체처럼 흘러내리고 있는데, 이는 상업주의 사회에 대한 그의 비판의식을 드러낸다.


제우스의 이런 작품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와 위치를 떠오르게 함과 동시에 그것을 흘러내리는 듯한 표현과 결부시킨다. 누구든 이름만 대면 아는 브랜드들이지만 마치 녹아버린 아이스크림과 같은 표현 방식에 나는 과연 이 브랜드들의 명성이 어떤 가치를 하는 걸까 라는 질문이 떠올랐던 것 같다.


그가 처음 이런 방식의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비가 많이 내리던 어느 날 밤에 창문으로 광고판의 로고를 보게 된 때라고 한다. 흐르는 빗줄기에 영감을 받은 제우스는 관람객들에게 익숙한 브랜드의 로고에 그의 이러한 독특한 디자인을 곁들인 것이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그가 상업주의 사회 속에 자연스럽게 물든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받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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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작품을 보면 그의 이러한 비판 정신은 브랜드 로고에서 그치지 않고 조금 더 광범위한 생태계 문제로 확장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형 기업의 석유 유출 사건을 연상케 하는 이 작품 속에서 기업의 로고가 흘러 내려 검은 물을 형성 하고 그것은 깨끗했던 물을 더럽히고 있다.


이러한 그의 작품을 보고 관람객들은 석유 유출 사건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될 것이다. 로고에서 흘러나온 검은 물은 도저히 좋은 것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그는 이렇듯 직관적이면서도 비유적인 표현을 통해 기업의 소비자였던 관람객들에게 기업의 이미지를 재고하게 만들고 기업에게는 환경 이슈에 대한 경고를 하는 것만 같다.

 

 


신선한 소재와 새로운 방식으로 전시의 새 패러다임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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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의 구성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역시 기념품 샵이 독립적으로 전시장 밖에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그 뿐 만이 아니라 기념품 샵 곳곳에 전시의 소재인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었고, 기념품 또한 매우 다양하고 수가 많았다. 더불어 기념품 샵 안에는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공간, 혹은 전화 부스 등 포토존이 설치 되어 있었다.


관람객들은 이러한 새로운 전시 구성을 통해 보다 풍부한 체험과 소비를 함으로써 전시를 더욱 온몸으로 즐길 수 있었다. 기념품 샵 또한 또다른 전시 공간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더불어 다른 용건으로 롯데마트몰을 들러 지나가던 행인들도 자연스럽게 전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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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구성은 또한 포토존과 체험으로서의 공간과 전시 공간을 구분함으로써 다양한 관람객 층을 타겟팅 하면서도 그들 각각의 니즈를 만족 시켜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간혹 관람객 타겟층을 잘못 잡아 작품이 감상 대상이 되기보다는 사진의 포토존으로만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웠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그런 점을 잘 보완하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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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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