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음을 따라가는 공간: 더 터치 [도서]

더 터치를 본 후
글 입력 2020.08.02 19:2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책입체_The TOUCH.jpg

 

 

취향(趣向). 뜻 취에 향할 향.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카페에 가서도 친구에게 묻는다. 커피 취향이 어때? 산미가 좋아, 고소함이 좋아? 영화를 보러 가면 로맨스인지 스릴러인지, 책을 사러 가면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 엄마인지 아빠인지. 참 많다.

 

마음이 존재하는 한 그 흐름 속에는 방향이 함께한다.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좋은 것은 알아보고 그를 통해 가격을 말한다곤 하지만 꼭 비싼 것이 취향이진 않으니 내 머릿속보다 세상은 조금 더 넓은 모양이다. 그래서 남들의 취향이 어렵다. 사람들은 무엇을 더 좋아하는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아질 때가 너무나 많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아직 내 마음의 방향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누군가가 취향을 물어 올 때면 ‘음 글쎄’라고 대답하는 일이 잦다.

 

취향을 넘어서 어떠한 자신의 철학까지 다가간 이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들의 취향 속 나와 맞는 부분을 조각조각 모아가다 보면 나도 나만의 세계가 완성될 것 같다. 어쨌거나 철학이 있는 이들은ㅡ그만큼 많은 시간 자신의 우물을 들여다보았고 그럼에도 그 심연에 갇히지 않은 이들이기에ㅡ존경스럽다.

 

<더 터치: 머물고 싶은 디자인>은 킨포크 라이프의 유행을 불러온 매거진 ‘킨포크’와 북유럽 디자인 스튜디오인 ‘놈 아키텍처’이 함께 전 세계의 아름다운 공간과 건축들을 선별해 소개한다. 빛, 자연, 물질성, 색, 공동체라는 다섯 가지 주제를 나누어 각자에 최적화된 공간들을 보여준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앞서간 취향들을 살펴보고 그를 통해 내 취향을 찾고 싶었다. 지금의 내 방도 다녀간 많은 친구들이 좋은 분위기를 가졌다며 칭찬을 해주곤 했다. 그런 이야기들이 너무나 고마웠지만 내 방은 그저 그때 그때의 기호와 선호에 따라 들여놓은 분위기와 물건들로 구성되어 있을 뿐이다.

 

그것이 싫지는 않다. 어쩌면 더욱 솔직하게 내가 어떤 류의 사람인지를 드러낼지 모른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단 하나의 철학, 그 주제를 관통하는 분위기를 의식하며 의도적으로 형성해낸 공간과 건축이 궁금했다. 나의 철학도 그 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크기변환]KakaoTalk_20200802_191114386.jpg

 

 

<더 터치>를 보면서(글 못지 않게 사진이 중요한 아트북이기에 본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수 많은 건축과 공간들에게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바로 ‘자연스러움’이다. 이때의 자연스러움은 소박한 오두막과 무채색의 중세시대스러움이 아니다. 웅장한 건물 혹은 알록달록한 색깔들도 자연스러울 수 있다.

 

색 챕터의 ‘로그 오노미치’ 호텔만 해도 그렇다. 꽤나 다양한 색들로 벽을 칠했지만 전혀 튀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스레 스며들어 내부와 외부를 구별해준다. 호텔의 기능으로써 편안하게 그 공간에 속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자연스러움을 위해 건축가들은 많은 것을 이용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각 챕터의 주제가 되었다. 그 중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바로 ‘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새 것을 좋아한다. 특히나 내가 거주하는 공간에 있어서는 새 아파트를 원하고 비단 경제적 이득을 떠나서라도 늘 재건축을 이야기한다. 중고 거래는 조금 돈이 부족하거나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물건을 찾을 때만 이용한다. 새 것을 살 수 있으면 굳이 낡은 것을 찾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소멸하는 물질들은 시간에 따라 그 아름다움을 더해 가는데, 시간의 흔적이 특별함을 더합니다. 회반죽을 바른 벽이나 플라스틱처럼 인간이 만든 것들은 아름답게 바래지 않아요. (중략) 같은 과정이지만 다르게 인식되는 건, 아마도 우리가 자연의 부패 과정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겠죠.”


- 요나스 비예어 폴센

 


[크기변환]KakaoTalk_20200802_191114386_01.jpg

 

 

이러한 시간과 흔적의 정점이 된 공간으로는 밀라노의 ‘데 코티스 레지던스(DE COTIIS RESIDENCE)’가 있다. 건축가 빈첸초 데 코티스는 버려진 18세기 궁전 지키기에 돌입한다.

 

많은 경우 외관은 고풍스러운 그대로 두지만 내부는 현대적으로 모두 리모델링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반대로 그 민 낯을 드러내기로 했다. 옛 모습이 나타날 때까지 몇 년에 걸쳐 페인트칠이며 벽지 그리고 가천장과 바닥의 모켓을 모두 벗겨 내고 들춰내었다. 그 결과 무너진 벽과 마감 처리 되지 않은 원래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 모습들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공간의 방향과는 정 반대이다. 일정하게 깔끔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만큼 편안하다. 벽들을 바라보는 순간 그 곳에 켜켜이 쌓였던 시간이 궁금해진다. 약 200년 정도의 시간 동안 거쳐갔을 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겹 한 겹 벗겨내며 결국 시간의 근본으로 돌아간다. 그곳에 앉아 있다는 건 시간의 이야기를 듣는 것 아닐까.

 

 
“서재의 분홍색 프레스코 벽화, 회색과 녹색이 두드러진 거실 천장, 욕실에 있는 진녹색과 분홍색의 브라질 대리석 등을 그대로 살렸다.”
 


[크기변환]KakaoTalk_20200802_191114386_02.jpg

 

 

코펜하겐의 쇼룸 ‘프라마(FRAMA)’ 또한 비슷하다. 그들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재질의 고귀함에 대한 존중을 드러낸다. 완벽주의가 아닌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긁히고 찍힌 자국들을 공간의 추억으로 보존한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삶의 손길에 의한 흔적들에는 공간을 사용하는 이의 습관부터 추억 그리고 마음이 담겨 있다. 그것이 그들이 모든 것을 보존하는 이유였다.

 

나 또한 새로 산 물건에 흠집이라도 나면 영 속상한 마음에 애지중지 했다. 그러나 떠올려보니 낡은 물건에 대한 애착은 또 달랐다. 매일 들고 다녀 내 습관대로 길들여진 가죽 지갑과 추억이 서려있는 12년된 반지는 그 어떤 물건도 대체할 수 없다. 하물며 공간 전체를 그러한 마음으로 가득 채운다면 그 충족감은 충분히 가치 있을 것이다.

 

 

“낡아 간다는 건 가구의 영혼이 깊어지는 거예요. (중략)의자에 붉은 와인 얼룩이 지고 사람들의 손때를 타 낡겠죠. 하지만 그 후에는 정말 근사하게 보일 겁니다.”


- 데이비드 툴스트럽

 

 

<더 터치>를 통해 완벽한 나만의 진리를 찾지는 못했다. 사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모든 공간이 너무 아름답고 만든 이들의 철학 또한 공감되어 모든 걸 다 가지고 싶기도 했다.

 

아마 나만의 취향을 누군가에게 공간으로 내보이기 까지는 시간이 조금은 더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빛나는 공간들의 의미를 보는 일은 늘 설레며 <더 터치>를 통해 내 방 침대 위에서 그 설렘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 책을 보며 얻은 또 하나의 설렘이 취향이 되어 드러날 나중을 상상해본다.

 

 


 

더 터치
- 머물고 싶은 디자인 -

 
원제
The Touch
- Spaces Designed for the Senses

지은이
킨포크, 놈 아키텍츠
 
옮긴이 : 박여진

출판사 : 윌북

분야
건축, 디자인, 사진

규격
210*288mm

쪽 수 : 288쪽

발행일
2020년 06월 30일

정가 : 29,800원

ISBN
979-11-5581-282-2 (03540)





저역자 소개


킨포크KINFOLK - 미국 포틀랜드에 위치한 라이프스타일 커뮤니티. 자연 친화적이고 건강한 생활양식을 추구하는 잡지와 책을 출간한다. 빠름과 복잡함보다 느리고 단순한 삶의 방식을 지향한다.
 
놈 아키텍츠NORM ARCHITECTS -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건축과 디자인, 인테리어까지 자유롭게 넘나드는 디자인 스튜디오. 미니멀리즘과 실용성을 결합하는, 시대를 초월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유행과 기술보다 인간 중심적인 디자인을 지향한다.
 
박여진 - 주중에는 파주 '번역인' 작업실에서 번역을 하고, 주말에는 여행을 다닌다. 지은 책으로는 《토닥토닥, 숲길》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너의 몸을 사랑하는 방법》,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위대한 모험가들》, 《음식의 말》, 《알바는 100살》 외 수십 권이 있다.

 




[김유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25419
 
 
 
 

등록번호 : 경기, 아52475   |   E-Mail : artinsight@naver.com
발행인/기사배열책임자 : 박형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형주
Copyright ⓒ 2013-2020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