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눈사람] 공연, HOUSE를 넘어 HOUSE로

일곱 번째 눈사람: 공연장을 잃은 우리에게
글 입력 2020.05.0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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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게 일상을 빼앗긴 지 3개월이 넘었다. 수많은 산업이 휘청이며 새로운 자리를 찾기 바쁜 요즘, 공연계 역시 여러 생존 전략을 내놓기에 분주하다. 공연 산업은 타인과의 접촉이 불가피한 만큼 코로나19에게 직격탄을 맞았다. 국가의 여러 지원사업에도 불구하고 공연 예술인들은 경제적, 사업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마땅한 대책을 찾아 헤매고 있다.

연극의 메카라 불리는 대학로는 관객의 90%를 잃었다. 오랜 전통을 유지하던 소극장들도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하나둘 문을 닫고 있고, 남아있는 극장들마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잠정 연기되는 공연들도 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경우도 있지만, 공연장 운영을 유지하지 못해 중단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지만, 공연도 관객도 서로에게 전처럼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없게 되었다. 공연장은 코로나19 확산 예방과 방역에 힘쓰고 있지만, 그 이상의 적극성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공연계가 제시한 언택트(Untact) 형식의 대책은 '라이브 시네마 씨어터 (Live Cinema Theater: LCT)', 즉 '온라인 상영회'이다. 온라인 상영회는 공연 실황을 생중계로 상영하거나, 정해진 시간 동안 공개하는 '제한적 상영회' 형태로 진행된다. 검색창에 "온라인 공연"을 검색하면 상영 채널과 시간표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확산된 '뉴노멀 (New normal)' 현상의 하나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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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1열"에서 만나는 공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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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온라인 공연 상영은 점차 그 영역이 확장되어 콘서트, 발레, 오페라, 연극, 뮤지컬, 그리고 페스티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만나볼 수 있다. 주로 이용되는 영상 플랫폼은 '유튜브 (Youtube)'와 'V LIVE' 등으로, 높은 접근성과 인지도를 가진 만큼 쉽게 공연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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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취소되는 대형 콘서트에 아쉬움을 갖고 있던 관객들은 언택트 공연 서비스를 통해 큰 위안을 받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온라인 공연 <방방콘>을 진행해 이틀간 조회수 5000만회를 기록했고, 6월 중으로 또 다른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방방콘>은 유튜브 공연과 함께 블루투스 야광봉 시스템을 이용해 콘서트의 현장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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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SM엔터테인먼트 역시 4월 말부터 실시간 공연 생중계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팬들의 마음을 달래고 있다. 그룹 '슈퍼엠'은 실시간 화상채팅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유료)를 진행해 팬들과의 소통 경로를 확장했다. 화상채팅은 가수도 화면을 통해 관객을 만날 수 있으므로 온라인 공연을 한층 실감나게 즐길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비욘드 라이브>는 MD상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등 실제 콘서트에서의 경험을 온라인에서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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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은 취소된 공연을 포함해 다양한 공연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국립오페라단은 매주 한 편씩 오페라 공연을 공개하고 있다. 또한, 국립극단은 '무대는 잠시 멈췄어도, 여기 연극이 있습니다.'를 표어로 내세우며 매일 연극 속 대사 한 줄, 일주일에 2번 짧은 연극 낭독회를 진행하고 있다.

그 외에도,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등 대형 공연장에서도 각 채널을 통해 온라인 상영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0 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역시 현장 축소 및 연기 소식과 함께 온라인 상영회를 통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말 그대로 질 높은 공연을 "안방 1열"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공연장의 현장감은 부족하지만, 답답한 시기에 이렇게나마 공연을 접할 수 있음에 많은 관객이 큰 위로를 받고 있다.



나의 안방 이야기


나 역시 온라인 상영회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이 시기를 견뎌낼 힘을 얻고 있다. 나는 영상을 즐겨 보는 편은 아니지만, 온라인 상영회만큼은 꼭 챙겨서 보고 있다. 현장감은 느낄 수 없지만, 무료 스트리밍이라는 사실 하나로 충분히 감사한 서비스였다. 또한, 온라인 상영회의 높은 접근성 덕분에 평소 관심 없던 분야의 공연들도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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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온라인 상영회를 위해 스케줄러에 시간과 채널을 적어 놓고, 미리 알람을 맞춰 놓는다. 또한, 공연 감상에 앞서 커피를 준비하며 "하우스 오픈 준비"라고 부르는 등 나만의 새로운 공연문화를 만들었다. 액정 속 공연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준비하는 과정에 나를 설레게 하고,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라이브 방송의 묘미인 라이브 채팅을 통해 실시간으로 관객들의 반응을 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였다.

커뮤니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온라인 상영회 도장 깨기", "온라인 상영회 인증 이벤트" 등 역시 무료한 삶을 달래주는 데 한몫하고 있다. 챙겨본 게 많으면 괜히 으쓱하기도 하고, 다신 없을 기회를 잡은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든다. 공연 예매 자동 취소 문자를 3개 연속 받고 나서 한없이 속상해하고 있던 내가 찾아낸 유일한 갈증 해소 수단이었다.



공연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


하지만, 생각보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자 온라인 상영회의 역할과 공연계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코로나19 전부터 온라인 상영회가 존재했고, 시작은 홍보를 위해서였다. 사실상 그 목적과 기능은 '대체성' 보다는 '보완성'에 가깝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온라인 상영회는 공연의 대체재 역할로서 주목받고 있지만, 장기전을 위한 혁신이 필요하다.

온라인 상영회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끌고, 실황의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임시방편에 가깝다. 관객들이 언제까지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만 기대할 수는 없다. 몇몇 채널에서 시행하듯 시청료를 지불하는 방송의 경우, 그만큼의 상품성이 갖춰져야 한다. 기존 문화산업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형태의 공연 시장이 그 교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를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과 공모전이 계속해 진행 중이다.

앞서 말했듯, 온라인 상영회, 즉 공연 실황의 라이브 방송은 공연장에는 느낄 수 없는 특유의 장점들을 지니고 있다. 그 장점들을 살려 공연장과의 확실한 차별화에 성공한다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공연 영역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추후 공연장이 완전한 기능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도, 개척된 시장은 나름의 가치를 갖고 소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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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태는 공연계에 너무도 치명적이다. 적절한 수익 창출 경로를 마련하지 못해 많은 공연계 예술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도 기울어져 가는 무대 위에서, 관객과 소통할 방안을 찾기 위해 수많은 예술인과 기획자들이 노력 중이다. 공연을 사랑하는 관객 입장에서도, 공연예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지 못해 답답하고 우울하다.

그래도 조금은 긍정적으로, 이 시기가 "공연장 밖의 공연"의 시작이 되길 바라본다. 학교 밖의 교육도 일상이 되어가는데, 공연장 밖의 공연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도 되지 않을까? 아직은 실시간 채팅에 딜레이가 많고, 온라인 상영회에 여러 논란이 많지만, 관객과 기획자가 힘을 합치면 충분히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상영회에 대한 관심은 분명 좋은 시작이 될 것이다.

나는 많은 관객들이 온라인 상영회와 더불어 혁신적인 공연계만의 뉴노멀을 만들어내길 바란다고 믿는다. 우리가 언제나 만날 수는 없으니까, 우리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에서 만날 수 있길 바라본다. 쉽지 않은 여정이 될 테고, 분명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겠지만, 이제는 단순히 "지금"의 이야기가 아니다. 장기전, 피할 수 없다면 뚫어보자. 나는 나만의 객석에서 언제든 박수와 환호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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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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