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베를린에서 발견한 문화공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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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1차 세계대전이라는 큰 사건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특히 1차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은 전쟁의 실패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꽃피운 것이 있었다면, 베를린에서의 예술일 것이다.
19세기가 지나고 20세기가 다가오는 이 혼란한 시기에, 베를린에서의 예술은 시대적 산물로서 발전해 왔다. 있는 사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감정, 느낌의 주관적인 상태가 중요하게 다루어지게 된 것이다. 인간의 본성을 표현해내는 표현주의의 발전이었다.
베를린에서는 어떤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기존의 관습에 도전하고, 새로운 예술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곳이 바로 베를린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적 특성은 한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었다.
베를린에 처음 방문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도시가 굉장히 크다는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 큰 도시 곳곳에 예술적인 면모가 숨어 있다는 점이었다. 벽화, 갤러리, 문화공간, 전시 혹은 아트 마켓 등 예술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삶 속에 파고들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베를린의 문화공간 중 몇 군데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쿤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
일정 중 첫 번째로 방문했던 쿤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은 어떻게 보면 작은 갤러리처럼 보인다. 세계 각국의 작가들이 모인 이 갤러리는, 사실 갤러리와 더불어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신기한 점은 이 작업 공간이 작가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며, 창작에 필요한 자금도 어느정도 지원된다는 점이다. 매년 전 세계 25명의 작가들이 선정되며, 선정된 작가는 작업실과 더불어 전시 기회 역시 얻을 수 있다. 독일뿐만이 아닌, 해외 예술가들의 실험을 격려하는 것이다.
일반 시민에게 무료로 개방된 쿤스틀러하우스 갤러리는 자유롭게 관람이 가능하다. 사진, 설치 작품, 영상, 회화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작품들이 공존하는 이곳은 생생한 아이디어의 장이었다.
하케셔마크트, 뉴로티탄 갤러리
다양한 상점들과 편집샵들로 가득한 이 독특한 공간은 이미 베를린에서 유명한 명소, 하케셔마크트이다. 하케셔마크트에서도 작은 갤러리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름부터 독특한 뉴로티탄 갤러리이다.
‘베를린’스러운 그래피티로 가득한 이 계단을 지나면 다양한 책과 아트상품들로 가득한 공간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곳을 지나면 다양한 주제의 만화 작품들이 전시된 것을 볼 수 있었다.
뉴로티탄 갤러리는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에 있는 실험적인 화가와 음악가들의 작품을 전시하여, 더 많은 사람이 이들의 새로운 작품들을 접할 수 있게 한다. 뉴로티탄 갤러리에는 젊은 작가 혹은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작품이 다수 등장한다. 새로운 예술을 지원하여, 주류 밖에 있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협업을 유도하고자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약화시켜, 예술의 폭을 더 넓게 하는 데 그 의의를 두고 있다.
[김현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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