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거장, 그 황홀한 발자취

글 입력 2018.01.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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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선대원군의 별서로 쓰이며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석파문화원과 함께 있는 서울미술관은 그야말로 과거와 현대의 멋이 공존하는 유일무이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열리게 된 김기창, 김환기, 도상봉, 박수근, 유영국, 이대원, 이중섭, 천경자 등 대한민국 근대 미술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정수(精髓)만을 모은 《불후의 명작;The Masterpiece》 전시는 뜻깊은 시간을 느끼게 해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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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원, 사과나무, 2000, 캔버스에 유채, 200x500cm


전시의 입구부터 화려한 색채로 시선을 뺏길 수밖에 없었던 '사과나무'. 그 다채로운 색들에 완전히 매료되어 한동안 넋을 잃고 봤다. 커다란 캔버스에 화폭 가득 담긴 작가의 어떤 열정이 독특한 색과 붓터치로 머물러있다.


이중섭, 황소, 1953, 종이에 에나멜과 유채, 35.5x52cm.jpg
이중섭, 황소, 1953, 종이에 에나멜과 유채, 35.5x52cm


이중섭의 소를 실제로 봤을 때 전해지던 생동감은 대단했다. 강렬하게 표현된 민중의 소로부터 느껴지는 분위기는 사랑하는 가족을 스케치하던 이중섭의 느낌과 또 다르다.

한쪽 귀퉁이에 작게 마련되어 있던, 그가 가족을 담은 스케치들에는 정감이 느껴졌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동안, 복닥복닥 함께 지내던 시절의 아이들과 아내에 대한 추억을 스케치하며 한없이 그리워했던 그에게선 소를 그릴 때와는 또 다른 영혼을 읽어낼 수 있었다.


천경자,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1976, 종이에 채색, 130x162cm.jpg
천경자,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1976, 종이에 채색, 130x162cm


홀로 벽면에 전시되어 있던 천경자 화백의 그림. 아프리카 여행 당시 그녀는 대자연 앞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생각케 했다. 옛날, 그녀가 보고 느꼈던 아프리카 초원 속의 풍경이 화폭에 담겨졌고, 그것이 지금 내가 서있는 현재 전시관까지 전해져 당시 그녀의 마음에 일으켜졌던 심상을 궁금해하고 유추해가며 공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경험이다.



박수근, 우물가, 1953, 캔버스에 유채, 79x100cm


또렷하고 강렬한 색감보다 자연스러운 색들로 그려져있는, 서민들의 일상과 애환을 즐겨그렸던 박수근 화백의 정취가 느껴졌다. 빛바랜 오래된 사진처럼 켜켜이 쌓인 묵은 시간을 털어내면 그 시절의 추억들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옛 사진처럼 희미하고 채도가 낮은 그의 색감에서 옛 민중들의 생활상을 엿보며 잔잔한 울림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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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 속에서 현재를 체감하며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흘러온 역사 중간에 서있는 우리는 평소에 그런 것들을 자각하지 못한 채로 일상을 산다. 그러나, 미술관이라는 따로 사색하는 시간을 제공하는 공간 안에서 만큼은 지나간 이들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배울 수 있다. 우리나라 격동의 시대에 이들이 그리고자 했던 어떤 것, 그 색채가 그려내고 있는 지표들 속에서 나는 무얼 얻고 가는가,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던 전시였다.


아트인사이트 문화리뷰단 김정미


[김정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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