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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타인의 삶이 내 마음에 도착하는 순간 [도서]

타인의 삶을 읽고, 지나온 시간을 기억하다

by 강효정 에디터
2026.10.28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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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 활자는 어떻게 타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글을 읽는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눈물을 차오르게 하며,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삶을 자기 일처럼 느끼게 하는 글은 어떻게 탄생할까.


      평소 글을 쓰면서도 궁금했던 질문이다. 작가 김금희의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읽으며 그 답의 한 조각을 발견했다. 작가가 살아오며 느낀 감정과 직접 보고 들으며 경험한 감각들이 문장 속에 생생하게 담겼다. 그렇게 쓰인 글은 나의 삶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이야기까지 내 마음속으로 데려온다.


      이야기는 창경궁 대온실의 보수공사 기록을 맡게 된 영두에게서 시작된다. 과거 창경궁 근처 원서동에서 하숙했던 기억을 떠올리던 영두는 공사 도중 발견된 흔적을 계기로 하숙집 주인 문자 할머니가 간직해 온 비밀과 마주한다. 대온실의 수리 과정은 오래된 공간에 얽힌 역사를 되짚는 동시에 영두가 자신의 과거와 상처를 돌아보는 여정으로 이어진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온전히 이해받지 못했다고 느끼며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는 사람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깊이 이해받고 싶고, 그 마음이 어긋날 때 우리는 상대에게 서운함과 아픔을 쏟아낸다. 나는 나이고 너는 너다. 아무리 가까이 지내도 우리는 서로 다른 마음과 경험을 지닌 개개인이다. 함께 살아간다는 이유로 그 사실을 잊어버리는 건 아닐까. 상대를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과 나를 이해해 달라는 마음이 부딪히는 순간,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아프게 할 수 있을까. 책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살아온 역사와 이야기를 전해 들은 듯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가슴이 아리고 눈물이 차올랐다. 문화재를 보러 갈 때마다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곤 한다.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과 당시의 풍경, 그들이 지나온 시간이 잠시나마 느껴지기 때문이다. 눈앞에 남아 있는 흔적을 통해 오래전 누군가의 삶을 상상하는 순간, 역사는 교과서 속 사건을 넘어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나 역시 언젠가 역사 속 한 사람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도 수많은 개인의 삶이 쌓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역사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는 거대한 사건 안에도 누군가의 일상과 사랑, 상처와 선택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누리는 시간과 공간에도 앞서 살아간 사람들의 삶이 겹쳐 있다. 그 사실을 떠올리면 과거를 바라보는 마음도 달라진다.


      아프고 슬픈 역사는 잊혀서는 안 된다. 화가 나고 비통한 마음이 들더라도 그것은 우리가 겪어온 역사다. 기억하기 괴롭다는 이유로 외면한다면 그 시간을 살아낸 사람들의 삶과 감정까지 사라질 수 있다. 역사를 기억한다는 것은 과거의 사실을 알은체만 하지 않고, 그 안에 존재했던 사람들을 떠올리고 그들의 시간을 헤아리는 일이기도 하다.


      대온실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영두의 마음을 함께 돌아보고 치유해 가는 이야기는 더욱 벅차게 다가왔다. 오래된 공간을 수리하는 일은 그곳에 남아 있는 시간과 흔적을 다시 살피는 일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공간과 연결된 사람의 마음까지 들여다보게 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책을 읽는 동안 하숙집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던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글 속 공간이 눈앞에 펼쳐지고 그곳을 거쳐 간 사람들의 삶이 상상되면서 오래된 장소가 품고 있는 이야기에 마음이 닿았다.


      책을 덮고 나서도 질문이 남는다.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걸까. 어쩌면 자신이 경험한 감정과 감각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다른 사람의 삶과 맞닿을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하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문장을 따라가며 나는 내가 직접 겪지 못한 삶을 상상하고 누군가의 아픔을 헤아리고, 우리가 살아온 역사를 다시 바라보았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끝내 상대의 마음을 완벽하게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타인의 이야기를 읽고 그 마음을 상상하는 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세계를 조금씩 이해할 수는 있다. <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나에게 글이 가진 힘을 생각하게 했다. 한 사람의 삶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마음에 도착하고, 그 마음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일.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그런 순간을 만들어 가는 데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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