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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선이 있으려면 악이 있어야 하기에 [영화]

영화 《사바하》를 찜찜하게 보기

by 정진영 에디터
2026.09.2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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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둥이 자매가 탄생한다. 그런데 엄마의 배 안에서 언니가 동생의 다리를 갉아 먹었다. 심지어 언니는 손가락이 6개며 털이 수북한 채로 태어났다. 인간이 아니고 마치 짐승처럼. 영화 《사바하》는 ‘악’의 탄생을 이렇게 보여준다. 선의 진실에 가닿는 과정에서 신을 향한 종교적 믿음에 관해 질문을 던지는 사바하에서 선에 대응하는 악은 중학교 2학년 나이의 아직 사회화 교육이 되지 않은 여자아이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

       

       

       

      1. 누군가를 쫓아냄으로써 내 자리를 지켜낼 때


       

      선이 태어나면 동시에 악이 태어난다. 존재가 소멸하면 동시에 탄생이 일어난다. 이것이 영화에서 설명하는 세계의 기본 규칙 중 하나다. (아마 종교적 설명을 바탕으로 일어난 규칙이지만, 이를 영화 세계관에 적용하여 구축했다고 본다.) 풍사 김제식은 예언과 불사가 가능한 신적 존재로서, 가난한 이들을 바라는 것 없이 돌보며 네 명의 소년수를 교화를 목적으로 양아들로 거두었다. 누가 봐도 선에 해당하는 김제식은 1899년에 “100년 뒤에 네가 태어난 곳에서 널 죽일 존재가 태어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1999년생 영월 탄생 여자아이들을 죽이는 데 성심을 다한다. 근데 김제식은 어떻게 알았을까? 그 존재가 여자라는 것을.


      ‘그것’은 처음에 짐승과 같은 울음소리로 나아가 털을 뒤집어쓴 짐승처럼 등장한다. 이 존재는 이 영화에 너무나 불편하지만 동시에 매혹적이다. 그야말로 관객에게 아브젝트로써 기능한다. 영화에서는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을 떠올려보자. ‘그것’의 정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관객의 흥미를 이끈다. 분명히 위험한 존재이고 심지어는 뱀과 같은 동물로 위협적이기까지 하지만, 관객은 그 존재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영화를 끝까지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았으며 소위 문명화가 되지 않은 존재, 동물처럼 아무거나 먹으며 동물처럼 움직이고 동물과 같은 울음소리를 내는 존재. 이 존재는 인간이 문명화된 이전의 상태를 떠올리게 한다. 근대가 구성될 때 이성이 확립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전의 동물적인, 원시적인 문명화되지 않은 인간의 상태는 추방되어야 했다.


      이 영화의 세계관이 기본적으로 반대-반대 조합을 기본으로 이루어진다면, 남성 김제식에 반대에는 여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김제식에 대항하는 ‘악’의 존재다. ‘그것’은 주위에 진짜 선이 있기 위해서 존재해야만 하는 악이고 선이 실현되기 위해서 추방되어야 한다. 이처럼 ‘그것’은‘선’을 비롯한 이성의 세계가 유지되기 위해서 추방되어야 하는 존재다. 하지만 ‘그것’이 있어야만 ‘선’을 비롯한 이성의 세계가 확실히 유지된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그렇게 소녀의 몸에 거대한 악이 들어간 형상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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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왜 신성해지는 계기에는 늘...


       

      ‘그것’은 쌍둥이 동생인 금화와 같은 운명을 지닌다. 하나는 인간이고 하나는 신적 존재일지라도 둘을 쌍둥이로 설정해놓은 이상 나이 그리고 관련한 이차성징을 함께 겪는 것이다. 가령, 금화가 첫 생리혈을 흘리는 날에 ‘그것’은 털이 모두 빠지면서 해탈과 같은 경지에 오르며 빛을 찾아낸다. 둘은 같은 운명이다.


      금화가 첫 생리를 하는 날에 ‘그것’을 털이 모두 빠지면서 열반에 오르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짐승에서 진짜 신적 존재로 거듭하는 것이다. 단순히 신적 존재임이 드러나는 게 아니라, 영화에서 선과 악이 교차하는 순간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 영화가 선과 악의 모호함에 대해서 그리고 이 사이에서 갈등하고 믿음을 의심하는 인간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는 걸 떠올려보자. 앞서 우리는 ‘그것’이 짐승과 같은 존재로 묘사됨으로써 이성적 세계가 견고해진다고 했다. 그러나 이 수난에 오히려 선과 악으로 명확히 구분되어 있던 이성의 세계가 무너진다. 그리고 진짜는 선과 악도 아닌 ‘그것’이 된다. 곧 우리를 매혹할만하고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어째서 월경혈과 대변, 혹은 손톱 부스러기에서 충치까지, 그것들과 관련된 모든 육체적 배설물들이-육체를 갖추게 된 은유처럼- 상징계 질서의 물질적인 유약함을 표현하는가?


      - 줄리아 크리스테바 『공포의 권력』

       

       

      생리혈이 첫 생리혈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생리혈로 인해서 ‘거듭나’는 점은 많은 작품에서 봐왔듯이 익숙하다. 임신할 수 있는 몸이 되었다는 이차성징 중 하나인 생리를 함으로써 다른 존재로 거듭난다는 점은, 생리과 관련한 여성 혐오적인 은유가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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