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인지(metacognition)
: '인지에 대한 인지' 또는 '생각에 대한 생각'을 의미하며, 자신의 인지 과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이는 1970년대 발달심리학자 존 플라벨이 처음 정의한 개념으로, 자신의 사고 과정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통제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약 6개월간 조교로 일하면서 유난히 자주 떠올랐던 단어가 있다. 메타인지.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지금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아는 능력. 의외로 이것이 잘 되지 않는 사람을 자주 만났다. 자신의 업무는 “나는 잘 모르겠다”며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서도 잘 모르는 다른 사람의 업무에는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예를 들면, 직원이 판단해야 하는 일에 일주일에 한두 번 오는 조교에게 시키라고 한다던가.
결국 조교가 처리한 일을 직원이 다시 확인해야 했다. 학기가 시작할 때와 끝날 때는 휴가를 쓰고, 결재할 서류의 기한이 있어도 직원에게 넘겨놓고 자리를 비웠다. 그러면서 정작 결재할 때는 사소한 부분까지 반려 처리했다. 그에게 필요한 책임과 역할보다 그 자리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더 열심히 사용하는 듯 했다.
한번은 근로학생과 함께 탕비실을 정리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오는 우리는 알 수 없었지만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은 버리라고 해서 정리했는데, 막상 버리려고 하니 "이건 쓰는 물건 같으니까 버리지 마라"고 했다. 놀랍게도 버려진 건 유통기한 지난 물품들 뿐이었고 안쓰는 물건들인데도 그냥 수납했다. 여차저차 정리가 다 끝나고도 이건 버리지 말자며 하나의 물건이 다시 돌아왔다.
그렇게 남겨둔 물건을 본인이 싱크대 위에 올려놓고는 올려둔 물건을 왜 치우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 순간 이상했던 건 물건의 위치가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를 본인이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부서와의 관계가 어색해진 이유를 두고도 자신들이 미움을 받는 것 같다고 했지만, 정작 자신들의 행동이 그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내가 불편했던 건 그 사람이 일을 잘하지 못해서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모르는 일도 있다. 다만 자신이 맡은 역할이 무엇인지, 자신이 한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다른 사람들이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한 번쯤 돌아보는 일은 필요하다.
특히 책임은 피하면서 권한은 행사하고, 자신의 행동으로 생긴 결과를 다시 다른 사람의 문제로 돌릴 때 조직은 이상해진다. 메타인지가 부족하다는 건 단순히 자기 객관화가 안 된다는 의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제 이곳을 탈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