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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서헌강 작가의 책 - 나는 오늘도 유물과 대화하러 간다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는 아름다움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 작가

by 한수빈 에디터
2026.08.21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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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는 카메라를 든 이후 줄곧 생각해 오던 오래된 숙제다. 나는 단순히 ‘설명하는 사진’이 아니라 문화유산들이 지닌 매력적인 서사를 담은 ‘스토리텔링 사진’을 찍고 싶다.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되는’ 순간들을 내 사진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문화유산 사진작가로서 내 몫은 거기에 있다. _본문 중에서

 

문화유산은 우리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과거의 흔적이다. 조상들이 남긴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과거의 아름다움과 지혜를 찾을 수 있다. 요즘 들어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용산 개관 20주년 기념상품으로 금속활자를 상품화한 크레용과 굿즈를 내놓았다. 과거 박물관 하면 옛것의 촌스러움이 묻어나곤 했는데, 현대의 박물관은 세련된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문화유산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내 일상에 스며들게 만드는 것.”이라는 신조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문화유산을 과거의 자리에만 머물게 두지 않고 계속 흐르게 만드는 모습은 현대에 와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헌강 사진작가의 활동이 시선을 끈다. 그는 무려 30여 년간 국립중앙박물관, 국가유산청, 국립민속박물관 등 주요 공공기관들과 협업하여 연간 6000건 이상의 문화유산을 촬영하고 있다. 열정 넘치는 그의 발걸음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는 사진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다는 사명을 가지며, ‘오늘은 어떤 문화유산과 대화를 나누게 될까’라는 생각으로 카메라를 든다고 말한다. 문화유산을 대화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저자의 시선 때문일까. 그의 작품은 하나같이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하다. 사진에 대한 조예가 없지만,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고뇌의 흔적은 쉽게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그의 간절함이 나에게도 와닿은 것 같다. 그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나 또한 그처럼 문화유산과 대화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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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몰 후 푸른 어둠의 종묘 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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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흰 눈에서의 종묘 정전]

 


“오늘도 나는 문화유산과 대화하러 간다.”

 

이 책의 첫 장을 장식하는 사진이자 작가의 5년간의 기다림의 결실이 된 사진은 일몰 후 종묘 정전의 밤이다. 어스름하고 푸른 어둠 속에서 또렷이 빛나는 19개의 신실의 빛은 그야말로 지지 않는 샛별 같았다. 수많은 노력 끝에 가장 아름다운 종묘 정전의 모습을 담으려 한 흔적이 보였다. ‘오래된 것일수록 새로운 감각으로 낯설게 해야 한다.’는 저자의 신조대로, 종묘 정전 속 시간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는 감동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알 수 있다.사실 그가 이곳을 찍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는 이미 2008년에 눈 내리던 새벽 종묘 정전을 촬영한 적이 있었다. 아른거리는 황금 하늘 아래 한 점의 흐트러짐도 없이 정갈하게 쌓인 흰 눈이 배경이었다. 책에는 흰 눈 속에서의 사진과 일몰 후의 사진이 둘 다 등장한다. 처음에 나는 둘이 다른 곳을 촬영한 사진인 줄 알았다. 두 사진 다 무척이나 아름다웠지만,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흰 눈과 대비되는 붉은 종묘 정전의 모습도 충분히 멋지다고 생각했다. ‘굳이 다시 찍을 정도인가?’ 하는 마음도 들었다.하지만 저자는 머릿속에 그려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가 찍으려던 종묘 정전은 조선 왕조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제례를 지내는 국가 최고의 사당이다. 1995년에 대한민국의 첫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기품부터 남다른 건축물이었기에 그는 그 공간이 가진 미학과 경건함을 극대화하기를 바랐다. 여러 고민을 거친 후 일몰 후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그는 조상신의 제사를 지내는 시간인 밤이 ‘그분’들이 종묘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상상했다.


책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짧게 등장한다. 그 짧은 글 안에서 한 장의 완벽한 사진을 찍기 위한 저자의 열정이 드러난다. 그런 그의 열정의 불꽃은 어떤 빛보다 환하게 종묘 정전을 비춰준다. 그렇게 완성된 사진은 그야말로 황홀경이다. 저자가 종묘의 어떤 모습을 담고 싶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머릿속에만 그려져 있던 그림을 세상에 탄생시킨 저자가 너무나 대단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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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에는문화유산에 대한 설명과 저자가 사진을 찍기 위한 과정, 왜 이런 방식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하게 나와 있다.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해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친절한 그의 설명을 듣다 보면 저절로 보는 눈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했던 그의 노력도 알게 되었기에 그의 사진 또한 진심으로 다가온다. 종묘 정전 이외에도 다양하고 아름다운 문화유산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새로운 문화유산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실물로 본다고 하더라도 이만큼의 감동은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 아마 문화유산의 겉모습만이 아닌 더 깊은, 그 안에 세월과 함께 들어 있는 역사의 이야기까지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저자 덕분에 나 또한 그러한 이야기들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앞으로 시대가 발전하며 역사에 대한 중요성은 점점 커질 것이다. 옛것을 새롭게 만드는 힘은 현재의 모습만이 아닌 과거,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까지 그려나가려는 태도에서 온다. 저자 서헌강 작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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