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리뷰] 빈 액자 앞에서 비로소 떠올린 예술의 가치 - 도둑맞은 미술관

도난당한 것은 작품만이 아니었다

by 원나루 에디터
2026.09.29 13:39
이 브라우저에서 최근 읽은 글입니다.
      이전에 읽던 글입니다.

      도둑맞은 미술관_표1(띠지O).jpg

       

       

      미술품이 도난 당했다는 뉴스를 접해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보안이 삼엄한 미술관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지 궁금할 것이다. 이 책은 실제 미술품 도난 사건의 전모를 다루며, 우리의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1부 [LOST: 잃어버린 미술품]에서는 도난당한 작품들의 행방이 묘연한 17건의 미제 사건을, 2부 [FOUND: 되찾은 미술품]에서는 미술품을 회수해 해결된 7건의 사건을 다루며, 총 2부의 흐름으로 호흡을 골랐다.

       

      도둑들이 보안을 뚫는 방법은 가지각색이었다. 경찰 신분 사칭, 갤러리 천창을 깨고 연막탄을 떨어뜨려 화재가 난 것처럼 꾸미기, 창문 자물쇠를 제거하고 침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임무를 달성했다. 계획적으로 접근해 치밀하게 이루어진 범죄 현장도 있었지만, 침입과 절도가 일어나는 동안 한 번도 울리지 않았던 허술한 보안 체계가 문제로 지적되는 경우도 있었다.

       

      절도를 위해 여러 가지를 대비해야겠지만, 그런 것들을 감안하고도 미술품 절도 범죄는 도둑들에게 꽤나 매력적인 분야라고 한다. 미술품이 운반하기 용이한 만큼, 절도와 운반도, 신고가 접수되기 전에 다른 곳으로 빼돌리거나 은닉하기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미술품 범죄 시장은 상당한 규모를 차지한다. 마약 밀매, 자금 세탁, 무기 암거래에 이어 네 번째로 규모가 큰 범죄 유형이 되었으며, 매년 전 세계에서 도난당하는 미술품의 가치는 40~60억 달러에 달한다.

       

      그렇다면 미술품이 없어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1차원적으로 생각해 보면, 미술품에는 생명도 없고, 당장 없어져도 큰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는 맞는 이야기이지만, 저자가 풀어내는 도둑맞은 작품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생각이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영국을 대표하는 미술 전문 베스트셀러 작가 수지 호지는 단순히 도난 사건 리포트를 작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없어진 작품에 관한 설명을 같이 담았다. 작품을 도난당한 경위와 수사 과정은 물론 그 예술적 가치와 역사적 배경까지 함께 담아낸다. 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도난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작품에 대한 호기심과 경이로움이 더욱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Caravaggio-Nativity(1600).jpg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닿았던 작품이 몇 점 있었다. 카라바조의 <성 프란치스코와 성 로렌초가 있는 성탄>가 그중 하나다. 카라바조는 강렬한 명암 대비를 잘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작품에서도 성모 마리아 등 주요 인물의 일부에만 빛을 비추고 그 주변을 어둠으로 감싸 그림에 대한 집중도와 몰입감을 더욱 끌어올렸다. 작품의 중심에는 흰 천 위에 누인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성모 마리아가 있다. 엄마와 아이가 눈을 맞추는 애틋함, 이 모습을 또한 마음 담아 함께 바라보는 사람들,  상단에 비스듬하게 자리한 천사의 모습은 종교와 상관없이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것은 나의 감상이고, 다들 저마다 좋아하는 작품과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작품을 통해 우리는 과거의 기억과 당시의 문화를 마주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정확한 이유로 설명되지 않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얻기도 한다. 도둑들 또한 작품 앞에서 생각을 한다. 그림의 값어치를 따지고, 자신에게 들어온 의뢰에 따라 작품을 고르며, 때로는 흥정의 도구로 사용한다. 그러나, 그들의 시선의 끝에는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익만이 놓여 있다.

       

       

      Hepworth_1969.jpg

       

       

      핸리 무어의 <누워 있는 인물>과 버버라 헵워스의 <두 개의 형태>가 도난당한 사례를 살펴보면, 이를 더욱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각각 영국 하트퍼드셔에 있는 핸리 무어 재단 소유의 공원과 런던 덜위치 공원에 위치해 있던 해당 조각상들은 분해되어 고철로 팔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공원에 설치된 작품이라는 점을 악용했다는 점과 함께 누군가에게는 감상의 대상이었던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값나가는 금속 덩어리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131.jpg


       

      절도범이 훔쳐 간 것은 하나의 작품만이 아니다. 작품을 직접 마주했을 때 느낄 수 있는 환희와 감동을 경험할 기회 또한 사라진다. 이저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은 도둑맞은 작품들이 걸려 있던 자리에 빈 액자를 걸어 놓았는데, 이러한 연출은 언젠가 작품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리라는 ‘희망’과 함께, 작품이 자리했던 곳에 남겨진 ‘공허함’을 동시에 상징하는 듯하다.

       

      텅 빈 액자를 바라보고 있으니, 미술품과 예술, 음악처럼 눈에 보이는 형태만으로는 그 가치를 온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어쩌면 예술의 가치는 작품이 우리 앞에 존재하는 순간뿐만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고 느끼며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완성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원나루 에디터의 인기글

      많이 읽힌 글 3편
      1. 01 [에세이] 우리는 모두 비빔 인간
      2. 02 [에세이] 졸업연주 그 후 - 평범한 음대생의 특별한 이야기
      3. 03 [Review] 이야기보다 오래 남는 것들 - 극장의 시간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