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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평화를 위한 저항, 뱅크시: Still Here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by 윤경주 에디터
2026.08.17 10:31

뱅크시: Still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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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의 작품인 '풍선과 소녀(Girl with Balloon)'에 얽힌 일화는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소더비 경매에서 해당 작품이 약 104파운드에 낙찰된 이후, 액자 하단의 숨겨진 장치가 작동하며 작품이 절반가량 파쇄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미술 시장을 향한 뱅크시의 날카로운 풍자로 큰 화제가 되었다.


나 역시 뱅크시라는 인물을 위의 일화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정체를 밝히지 않지만, 거리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독특한 익명의 예술가. 그러나 전시를 관람하고 나니 그를 단순한 거리 예술가라고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은 위로받지 못한 자들을 위로하고, 편안한 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뱅크시의 예술적 가치관은 분명하다. 그에게 예술은 단순히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니다. 평화를 위한 저항의 언어이자 사회를 향한 고발과도 같다.


이번 더현대 서울 ALT.1에서 개최된 특별전 <뱅크시 : Still Here>를 통해, 그동안 알고 있던 뱅크시의 단순한 그래비티 아트를 넘어, 예술은 무엇을 위해, 또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에 관해 흥미롭게 빠져들 수 있었다.




벽은 거대한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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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는 벽을 활용한 거리 예술을 자주 선보인다. 즉, 그에게 벽은 단순한 구조물로써 머무르지 않으며 하나의 거대한 캔버스다.


벽은 공간을 구분 짓고, 누군가의 접근을 막으며, 때로는 차별과 통제, 권력을 상징한다. 교도소의 높은 담벼락부터 분쟁 지역을 가로지르는 장벽 등, 벽은 누군가를 안과 밖으로 나누는 경계가 되어왔다.


뱅크시는 이러한 벽을 활용하여 현실을 향해 메세지를 던진다. 특히 그는 권력이나 전쟁과 폭력을 강하게 비판하는데,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벽에 그림을 그리고, 런던의 법원 앞에 판사가 법봉을 휘두르는 다소 파격적인 묘사를 남기기도 한다. 작품이 어떤 공간에 존재하는지는 단순히 완성도를 넘어, 메세지를 전달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유머는 시대를 견디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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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는 단순한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따끔한 메세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뱅크시의 그림을 처음 마주하면 피식 웃음이 나오지만, 그 웃음이 지나간 뒤엔 묘한 씁쓸함이 남는다.


그의 유머는 단순히 작품을 재미있게 만드는 장치보다는, 익숙한 이미지에 예상치 못한 요소를 끼워 넣어,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생각을 뒤집는다.


그중 '할머니들(Grannies)'이라는 작품이 무척 인상적으로 남았는데, 온화해 보이는 할머니들이 나란히 앉아 뜨개질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뜨개에는 'PUNKS NOT DEAD(펑크는 죽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평범하고 차분해 보이는 할머니의 모습과 저항 문화의 상징인 펑크가 충돌하며 피식 웃게 되는 반전 요소를 드러낸다.


작품은 그 간극에서 웃음과 동시에 질문을 주며 고정관념을 두드린다. 우리는 그동안 사람들을 얼마나 쉽게 겉모습만으로 판단하고 있었는가.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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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대한 시각은 저마다 다르다.


과연 예술은 반드시 아름다워야 하는가. 모두가 아름답다고 여기는 작품이 가장 완벽한 예술의 형태일까?


뱅크시는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을, 혹은 불쾌감을 주거나 때로는 기존의 질서에 대한 균열을 내는 작품일지라도 끊임없이 예술을 통해 질문을 던진다.


뱅크시의 작품은 언젠가 지워질 수도 있고, 벽은 철거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저항의 목소리는 그가 꿈꾸는 평화의 세계를 향해 계속 남을 것이다.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잠시 머무르게 하고, 익숙했던 현실을 다시 바라볼 기회는 남길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어쩌면 저항은 바로 그 작은 순간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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