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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8월 15일, 다시 쓰이는 그날의 기록 [문화 전반]

81주년 광복절, 가려졌던 이름들을 다시 빛으로 불러내다

by 김정현 에디터
2026.08.16 13:07

대한민국의 8월 15일은 '빛을 되찾았다'는 뜻의 광복(光復)을 맞이한 지 올해로 81년째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여러 기관과 기업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독립유공자를 기리는 콘텐츠를 보여주는데, 올해 눈에 밟힌 건 '얼마나 많은 이름을 새롭게 새겼는가'였다. 안중근, 김구, 안창호처럼 익숙한 이름들 곁에,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했던 이름들을 하나씩 불러내고 기록해 넣는 작업이 올해도 계속되고 있었다.

 

 

 

KBS 다큐멘터리 '관순동순'




 

 

KBS1는 광복특집으로 특별다큐멘터리 <관순동순>을 통해 유관순 열사와 함께 3·1운동에 나섰다가 서대문형무소에서 함께 옥고를 치른 친구, 남동순 여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석방된 이후에도 목숨을 걸고 독립자금을 운반했던 남동순 여사는, 그러나 정식 기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독립유공자로 이름을 남기지 못했다.


특히 이 발자취를 좇는 시선을 한국인이 아닌 폴란드 유학생에게 맡긴 연출이 신선했다. 나라를 잃은 아픔을 공유한 타국의 시선을 빌려와 한 사람의 이름을 다시 기록해 넣은 방식은, 이름을 새기는 작업이 하나의 정형화된 틀에 갇힐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새삼 느낀 건, 우리가 흔히 '광복'이라는 하나의 사건으로만 기억하지만 사실 그 결과는 남동순 여사 같은 개인들 하나하나가 각자의 자리에서 감당해낸 선택들이 모여서 만들어졌다는 점이었다. 유관순이라는 한 사람의 서사와 함께 남동순 여사는 그녀의 두려움과 결단, 석방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던 독립자금 운반이라는 구체적인 하루하루가 나란히 걷고 있었다.


마지막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면, 후대인 우리는 그 이름을 어떻게 다시 새겨 넣을 것인가"라는 다큐멘터리의 질문은, 결국 이런 개별적인 삶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붙잡아 두려는 시도로 읽혔다.

 

 

 

민족의 미소, 빙그레의 명예여권




 

 

식품기업 빙그레가 매년 이어온 광복절 캠페인도 올해는 새로운 이름들을 불러 새겼다. AI 기술로 옥중 순국 독립운동가들에게 한복을 입혀준 2024년 '처음 입는 광복', 당시의 함성을 복원한 2025년 '처음 듣는 광복'에 이어, 올해는 국가보훈부·외교부와 함께 '대한의 가장 빛나는 여권'을 선보였다.


중국을 비롯한 타국에서 독립운동을 펼치다 끝내 광복을 보지 못하고 이국땅에서 눈을 감은 김천익 선생을 비롯해 김태연·박영·이애라 선생 등 독립유공자 30인에게 '대한민국 명예여권'을 발급해준 기획이다.


처음 이 캠페인을 접했을 때 마음에 남은 건 단순히 '누구를 기렸다'가 아니라, 여권이라는 물건이 가진 의미였다. 여권은 국경을 넘나들 수 있다는 증명이자,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평생 조국 땅을 밟지 못하고 타국에서 생을 마감한 이들에게, 늦게나마 이 여권 한 장을 쥐여준다는 건 이제 더 이상 그곳에 남겨져 있지 않아도 된다는, 뒤늦은 귀국 허가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이 감각은 당사자에게만 머무르지 않는다. 후손들 입장에서도 조상이 여전히 이국땅에 '떠나 있는' 존재가 아니라, 마침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안에 온전히 속하게 된 존재로 남는다는 점에서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빙그레가 광복절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낸 게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20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캠페인부터 시작해서, 2023년에는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독립운동에 나섰던 학생들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을 열어주기도 했다. 한 해짜리 이벤트가 아니라 거의 매년, 대상만 바꿔가며 누군가의 미완의 순간을 뒤늦게라도 완성해주는 일을 해온 셈이다. 올해 공개된 캠페인 영상이 2주 만에 1100만 회 넘게 재생됐다는 것도, 이런 시도에 반응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뜻으로 읽힌다. 명예여권 실물은 10월 11일까지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직접 볼 수 있다고 하니, 궁금하다면 한 번쯤 들러봐도 좋겠다.


시간이 지나면서 광복절을 기념하는 방식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태극기를 내걸던 방식에서, 다큐멘터리로 한 사람의 삶을 복원하고 여권 한 장으로 귀향을 대신하는 방식까지. 형식이 이렇게 계속 달라진다는 건, 오히려 우리가 지치지 않고 계속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형식이 아무리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게 하나 있다. 각자의 자리를 지켰던 수많은 이들의 정신이 하나둘 모여 만들어낸 광복이었다는 것. 그 사실은 시대가 바뀌고 기념하는 방식이 달라진다고 해서 흐려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매년 그런 이름들을 하나씩 더 찾아내고 기억할 때, 우리가 알고 있는 광복의 모습도 그만큼 더 온전해지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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