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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왜 지금도 뱅크시인가 - 뱅크시 : Still Here [전시]

<Banksy: Still Here>가 보여준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

by 최온유 에디터
2026.08.1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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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SNS나 뉴스 기사에서 유독 자주 화제가 되던 한 작가를 알게 되었다. 바로 '뱅크시(Banksy)'였다. 그가 거리에 남긴 작품과 예측하기 어려운 행위들은 매번 화제를 모았고, 때로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 늘 궁금했다. 오랫동안 얼굴과 이름을 감춘 채 활동해온 작가가 어떻게 이토록 대중문화의 중심에 남아 있을 수 있는지. 그리고 왜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시대가 흘러도 낡지 않은 채 여전히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의 제목인 'Still Here'는 꽤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전시는 더현대 서울에서 진행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거리에서 태어난 작품을 백화점이라는 거대한 상업 공간에서 본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전시에는 소비문화를 풍자하는 작품도 등장하는데, 그런 작품을 소비의 중심과도 같은 공간에서 감상한다는 사실 자체가 모순적이면서도 흥미롭게 느껴졌다.

 

 

 

보이지 않는 작가, 강렬하게 남는 존재



전시장에 들어서자 스트리트 아트 특유의 거칠고 어두운 분위기가 먼저 느껴졌다. 회색 벽에 드리워진 후드 차림의 실루엣과 텅 빈 의자, 그리고 'THE ARTIST IS MISSING, THE ART REMAINS'라는 문구는 정체가 베일에 싸여 있는 뱅크시라는 존재를 단번에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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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내부 역시 전반적으로 어둡고 음산했다. 작품을 제대로 마주하기도 전에 공간 연출만으로 뱅크시를 둘러싼 익명성과 미스터리, 반항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전달됐다.


보통 뱅크시를 떠올리면 많은 사람들은 '풍선을 든 소녀'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소더비 경매에서 작품이 낙찰된 직후 액자 속 파쇄기가 작동했던 사건이나 난민 문제를 다룬 작업 역시 뱅크시를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된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보면서 느낀 것은 우리가 알고 있던 뱅크시는 그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이었다. 그의 작품에는 전쟁과 권력, 감시사회, 자본주의와 소비문화 등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향한 비판적인 시선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무거운 주제를 어렵고 거창하게 표현하기보다는 누구나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이미지와 유머, 역설을 통해 직관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재치 있는 이미지에 시선이 가지만 작품 앞에 조금 더 머물다 보면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와 풍선, 꽃, 쥐처럼 친숙하고 때로는 귀여운 이미지를 전쟁이나 폭력, 빈곤과 같은 현실과 대비시키는 방식은 오히려 그가 말하고자 하는 문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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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현실을 낯설게 바라보는 법



그중 특히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SALE ENDS TODAY'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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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사람들은 마치 종교화 속 성인을 숭배하듯 'SALE ENDS TODAY'라는 문구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처음에는 다소 우스꽝스럽게 느껴졌지만, 보고 있을수록 그 모습이 낯설지만은 않았다.


사람들이 더 많이 사고 소유하는 것에 몰두하는 현대의 소비문화를 일종의 종교적 숭배에 빗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소비의 중심인 더현대 서울에서 보고 있다는 사실이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작품이 비판하는 소비문화의 한가운데에서 그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는 모순 때문에 오히려 뱅크시가 던지는 메시지가 더욱 직접적으로 다가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뱅크시가 2015년 영국 웨스턴슈퍼메어에 선보였던 대규모 프로젝트 '디즈멀랜드(Dismaland)'와 관련된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다. 디즈멀랜드는 화려하고 행복한 놀이공원의 이미지를 뒤집어 어둡고 음산한 공간으로 재구성한 프로젝트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놀이공원의 모습을 비틀었다는 점에서 뱅크시 특유의 풍자와 냉소를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으로 다가온 것은 'Cinderella'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데렐라의 마차는 주인공을 환상적인 무도회로 데려가는 동화적인 존재다. 하지만 이곳의 마차는 처참하게 전복되어 있었고, 그 주변을 여러 대의 카메라가 둘러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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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가장 아름다워야 할 순간을 사고 현장으로 뒤집어놓은 모습에서는 자연스럽게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과 이를 둘러싼 파파라치 문화가 연상됐다. 사고 자체만큼이나 충격적이었던 것은 사고 현장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모습이었다.


실제 설치작품을 눈앞에서 마주하니 그 느낌은 더욱 강렬했다. 부서진 흰색 마차와 주변을 에워싼 카메라, 사고 현장을 연상시키는 통제선까지 더해져 마치 실제 사건 현장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이 작품 앞에서는 '우리는 타인의 비극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인 순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진 한 장이나 뉴스 한 편, 혹은 하나의 구경거리가 될 수도 있다. 그런 모습을 동화 속 신데렐라라는 익숙한 이미지와 충돌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잔인하게 다가왔다.


결국 뱅크시의 작품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전혀 모르는 이야기를 보여주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삶에 너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어느새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던 현실을 다시 상기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아직도 'Still Here'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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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게도 거리에서 출발한 뱅크시의 예술은 이제 전시장과 미술시장의 영역으로 들어와, 소장되고 때로는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소비사회를 풍자해온 그의 작품이 더현대 서울이라는 거대한 소비 공간 안에 놓여 있다는 사실 역시 모순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어쩌면 바로 그 모순이 오늘날 뱅크시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의 제목인 'Still Here'는 단순히 뱅크시가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는 뜻으로만 읽히지 않았다. 그가 작품을 통해 던져온 전쟁, 권력, 소비, 미디어, 인간에 대한 질문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우리 곁에 남아 있다는 의미처럼 느껴졌다.


오랫동안 익명으로 활동해온 작가가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이야기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뱅크시는 보이지 않지만, 그가 남긴 질문은 여전히 우리 앞에 있다. 어쩌면 그래서 뱅크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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