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Opinion] 오늘의 정원에서 힐링을, 내일의 낙원에서 사유를 [미술/전시]

원화전 진행 중반에 서서 전시를 돌아보며

by 최수인 에디터
2026.09.27 12:00
이 브라우저에서 최근 읽은 글입니다.
      이전에 읽던 글입니다.

      정중앙을 기준으로 두 개의 전시장 입구가 있다. 당신은 왼쪽을 선택할 것인가, 오른쪽을 선택할 것인가?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콘셉트와 분위기의 작품들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그라운드시소 이스트의 〈조은 원화전: 오늘의 정원〉과 〈이기훈 원화전: 내일의 낙원〉이다.

       

       

       

      왼쪽을 선택한다


       

      〈조은 원화전: 오늘의 정원〉은 전반적으로 따뜻한 느낌이었다. 햇살이 비치는 듯한 봄날 같은 분위기 속 정원과 풍경을 주제로 그려진 여러 점의 한국화. 네모나게 그려진 도시의 창에서는 실제로 빛이 새어 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자, 나무 사이 깨알같이 그려진 인물과 동물이 작가의 자연과 생명에 대한 사랑을 엿보게끔 했다.

       


      IMG_4673.JPG

       

       

      한지에 먹으로 그려진 그림이지만 배경은 세계 곳곳이었다.


      조은 작가의 그림에서 수묵화임이 가장 잘 느껴지는 부분은 물론 나무다. 그러나 막상 나무가 한국에서 잘 보이지 않는 종류의 것임을, 특히나 한국화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종임을 깨달았을 때 신선함이 확 와닿았다.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숲이, 한국의 산에 있는 나무들이라기보다는 낯선 나라의 것에 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끝없는 풍경 8〉이 등장했을 때 더욱 반가웠다. 이번에는 한국 풍경 같은 익숙함이 느껴졌다. 처음 마주했던 작가의 그림에서 보였던 ‘도시 건물의 빛나는 창’과 ‘다분히 한국화적인 형태의 자연(암석으로 이루어진, 산)’이 합쳐지니 서울의 야경인가? 하는 물음과 함께 한 번 더 들여다보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IMG_4674.JPG

      〈끝없는 풍경 8〉, 2026, 한지에 수묵채색.

       

       

      조은 작가의 그림을 구경하다 보면 마치 휴가를 보내는 것처럼 편안한 기분이 느껴진다. 전시의 메인 포스터로 쓰이기도 했던 〈A View of Pool〉과 이번 전시 가장 큰 작품인 〈Beads in the Green〉 속 수많은 수영하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림 속 인물들처럼 야외 수영을 제대로 즐긴 적은 없으나, 더없이 느껴지는 평화로움은 피크닉을 나와 잔디 위에 누워 바람을 맞으며 하늘을 바라보는 기분과 닮아 있다.

       

       

       

      오른쪽을 선택한다



      〈이기훈 원화전: 내일의 낙원〉은 웅장한 분위기였다. ‘오늘의 정원’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아름다운 작품을 지나왔다면, ‘내일의 낙원’은 들어가자마자 순식간에 이기훈 작가의 스토리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어린아이를 주인공으로 그려내고 있어 마냥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할 수가 없었다.


      오일 파스텔의 거친 질감은 작가의 섬세한 터치를 통해 정돈되었으며, 조명에 의해 빛나는 것처럼 보인다. 이와 대비되는 검은 물감의 그림자는 동화 같은 그림에 무게감을 준다. 어두운 전시장에서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작품들부터 전시 중간 미디어아트와 읽을거리까지, 전체적으로 몰입감이 매우 뛰어났다.

       

       

      IMG_4687.JPG

       

       

      ‘내일의 낙원’은 말하자면 동물 가면을 쓴 아이들이 디스토피아에 맞서서, 궂은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함께 또는 혼자 무언가를 해내는 이야기다. 대홍수나 노아의 방주와 같은 신화적, 종교적인 모티프를 차용했으며, 어른들은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알 수 없고 어린이만 남아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또는 단순히 살아남는) 모습이 보인다.

       

      초기 회화 작품은 캔버스가 아닌 벽지에 그린 것인데, 이는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던 이기훈 작가가 폐벽지를 재활용한 것이다. ‘환경 문제’라고 하니, 아이들이 디스토피아에서 살아남는 모습 자체도 환경과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싶은 추측을 하게 됐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사실 미래 세대에게 빌려서 쓰고 있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지구온난화 등 환경 문제 탓에 미래 세대가 살 수 없을 판이다. 올여름에도 빙하 붕괴 및 소멸과 같이 많은 뉴스가 지나갔다. 이대로라면 정말 대홍수도 머지않았을까 싶다.

       

      지구 온난화의 임계점이라 불리는 연도 역시 매년 가까워진다. 하지만 이상기후, 기후 재난이 빠른 시일 내에 찾아온다 하더라도 인간은 계속 살아가야 한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이러한 다짐을 동물 가면을 쓴 아이들의 굳은 의지를 통해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동물 가면을 쓴 채 빨갛게 빛나는 오일 파스텔로 그려진 아이들의 코스믹하고 섬뜩한 모습 속에서 위로를 얻는 것도 가능할 듯싶다. 내일에 낙원이 존재할지는 모르겠으나, 어쩌면 희망을 얻어볼 수 있을지도.

       

       

       

      컬쳐리스트_최수인.JPG

       

       

      이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최수인 에디터의 인기글

      많이 읽힌 글 3편
      1. 01 [Opinion]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도서/문학]
      2. 02 [Opinion] 어른이 되는 방법에 대하여 [도서/문학]
      3. 03 [PRESS] 외계 생명체를 찾아나서는 이유 ‘외계인 방정식’ [도서]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