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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시소 이스트 《조나단 베르탱 사진전》

《조나단 베르탱 사진전》은 2025년 5월 23일부터 그라운드시소 이스트에서 열리는 전시로, 사진작가 조나단 베르탱(Jonathan Bertin)의 대표작 100여 점이 소개된다.

 

자연, 도시, 기억의 세 축을 따라 구성되며, 인상파 회화의 생동감을 사진으로 담아낸 작품들을 통해 일상을 다르게 보는 시선을 마주한다.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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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초입에 전시된 조나단 베르탱의 <신기루>는 잔잔한 바닷가를 배경으로 화면을 채워오는 빛과 아련하게 흐릿한 피사체가 조화를 이루며 구성되어 있다. 이 작품은 자연스럽게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의 <인상, 해돋이>를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고정된 시각으로 보던 세계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도를 한다. 그에게 ‘다르게 보기’란, 다르게 살아보는 첫걸음이다.

 

이러한 태도는 인상주의 출현과도 닮아 있다. 인상주의 작가들은 기존 미술의 전통적 주제였던 역사화나 종교화에서 벗어나는 시도를 했다. 작가가 일상에서 느끼는 주관적 감각으로 그림의 주제를 확장했다. 클로드 모네가 해가 뜨는 바다 풍경의 느낌을 그려낸 <인상, 해돋이>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인상, 해돋이> 그림은 1874년, 클로드 모네, 르누아르 등 당시 무명의 젊은 작가들이 참여한 인상주의 그룹전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기존의 미술 사조와는 다른 시도를 한 전시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전시에서 처음으로 인상주의 용어가 사용되었다.



 

일상이 말 걸어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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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회화에서 그림을 보조하는 배경에 머물던 풍경을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주체로 바라본 인상주의의 새로운 시각처럼, 조나단 베르탱의 사진은 여행 중 마주한 자연 풍경을 통해 새로운 시선을 제안한다.


전시장에는 많은 사진들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중앙에는 일상에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자연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있었다. 이 사진들 앞에 서 있으면 훌쩍 그 속으로 들어가 산맥, 숲, 초원, 사막 등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고 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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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에는 사람의 감정이 엿보이는 일상적인 풍경의 사진들이 있었다. 이 피사체들을 통해 따듯한 일상의 기운이 자연스레 느껴졌다. 전시 공간 자체가 마치 짧은 여행을 떠나온 듯한 감각을 자아냈다.


 

 

도시의 빛, 감정의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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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2에서는 그의 사진에서 특히 빛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챕터 1에서 광활한 자연속 일부분으로 등장하던 빛, 일상에서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주던 빛은 사진에서 주변 요소로 기능했었다.


반면에 챕터 2에서 빛은 도시 야경의 네온사인, 원색에 가까운 색감으로 등장한다. 이 사진들에서 빛은 시선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주연으로 부상한다.


조나단 베르탱은 뉴욕을 여행하면서 꽃과 빛을 활용해 일상의 아름다운 감성을 연출했다. 도심 속 여유로운 일상을 주제로 하면서 빛, 물, 꽃을 즐겨 그리던 인상주의 화가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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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순간을 포착해 생동감 넘치는 색으로 그림을 그리던 인상주의 화가들처럼, 작가는 한 자리에 오래 머무르며 빛과 사람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적절한 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감각적인 장면을 완성했다.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낸 그의 사진은 단순한 장면을 넘어 작가가 여행 중 느꼈던 내면을 담았다고 한다. 우리가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에서 시적 정서를 느끼듯, 그의 사진에서도 작가의 감각과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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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사진집도 함께 전시되어 있어 관람의 즐거움을 더했다. 한 장씩 넘기면 도시의 소리가 들리는 듯 즐거웠다. 특히 중간에 꽃이 등장하는 사진들은 마음을 들뜨게 했다.


바쁘고 복잡하게만 느껴지던 뉴욕이라는 도시가, 꽃을 들고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의 생동감 속에서 다정하고 경쾌한 공간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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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배경으로 한 사진들에서도 작가의 ‘다르게 보기’가 느껴졌다. 우리나라 전통 복장을 한 사람들 속에서 명료한 오방색을 포착하고, 시장 거리에서 짙은 원색을 발견하는 작가의 시선은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들었다. 일상에서 쉬이 지나쳤던 색채들에서 눈이 머물게 되는 경험은 색다르고 신비했다.




흐릿하도록 선명한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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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 루앙 대성당 연작을 연상시키는 사진, 지베르니 정원을 방문하고 찍은 사진, 수련 연작이 떠오르는 피사체를 담은 조나단 베르탱의 사진에서는 자연히 인상주의 화가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묻어난다.


인상주의 회화에서는 뚜렷한 스케치보다 붓질이 더 눈에 띈다. 때로는 부드럽기도 하고, 거칠기도 한 붓칠에서는 화가의 감정과 주관적인 내면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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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 배르탱은 또렷하고 선명한 피사체를 담을 수 있는 카메라의 기술을 오히려 흐릿하고 흔들리게 사용하며 붓칠의 표현에 가까운 실험을 시도했다.

 

그에게 회화적 표현의 사진은 ‘다르게 보기’였고, 그것은 감정의 흐름을 담아내는 방식이었다.


흔들린 듯 흐리게 촬영한 그의 사진에서 피사체는 멀어지고 감정은 가까워진다. 인상주의 작가들이 데생의 정확성보다 색감과 빛의 조화로 감정을 전달했던 것처럼, 작가는 빛과 색감을 통해 감정을 가까이 두고 그날 느꼈던 감각과 기억을 담아낸다.




빛과 색으로 깊어지는 삶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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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화가들이 고정적이고 객관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일상적이고 주관적인 감각에 집중한 ‘다르게 보기’와 조나단 베르탱이 또렷한 사진 기술 대신 회화적 표현에 집중한 ‘다르게 보기’는 자신의 내면을 빛과 색으로 붙잡아 두는 일이었다.


객관적인 사물 앞에서는 고정된 시각,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조나단 베르탱의 사진은 일상을 수직과 수평의 구도 속에서 보는 것에서 벗어나 ‘다르게 보기’를 시도해도 좋다는 제안을 건넨다.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일상을 새롭게 바라볼 때, 빛과 색으로 반짝이는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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