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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아픔을 보내는 일 [사람]

8월이 되면 말야 8월이 되면 뼈아프게 혀끝을 맴돌던 말을 꺼낼 수 있을까?

by 김수민 에디터
2026.08.12 11:33

아침마다 꺼지지 않는 알람 소리, 누군가가 쉽게 뱉은 말 한마디, 지하철역 빼곡하게 자신의 시간을 찾으러 가는 사람들, 끝나지도 않는 장마. 그런 것들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군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법이다. 일말의 믿음도 쉽게 가지지 않는 성격이라는 뜻이니까.

 

그게 병이 될 것 같다고 이따금 되새겼다. 겨울이 되면 계절성 통증-그렇게 부르고 싶지 않았지만 겨울만 되면 이상하게 병이 생겼으므로-에 시달렸다. 그러다 일이 터진 것이다. 간단한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갔었지만 예감이 좋지 않았고, 덩달아 의사의 표정까지 좋지 않았다. 목과 쇄골 사이에 두 개의 악성종양이 있다고 했다. 이미 빠르게 퍼져가고 있다고도.

 

11월에 그 소식을 들었다.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어느 교차로에서, 살면서 처음 와 본 길에서 나만 혼자 서서 울었다. 12월에는 4시간의 수술을 받았다. 가장 먼저 수술실에서 나와 든 생각이 춥다는 것이었다. 그놈의 추위. 2월에는 격리된 곳에서 방사선 치료를. 그러니까 시간이 쌓이는 줄도 모르고 우는 날들이 늘어났으며 회복이라는 단어가 마치 희망과 비슷한 결을 가지게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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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겨울을 떠올린다. 블로그에 나의 예민함에 대해, 불안에 대해 “정말 8월이 되면 무슨 말이든 할 수 있을까?”라는 문장을 써두었다. 백은선 시인의 시집 <<비신비>> 속 <네 잘못이 아니야>를 읽고 남긴 표현이었다. “8월이 되면 말야 8월이 되면 뼈아프게 혀끝을 맴돌던 말을 꺼낼 수 있을까?”라는 문장.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나서 나의 성격을 탓했다. 밤마다 뜬눈으로 나에 대해 생각하던 시간도 나를 미워하는 누군가를 쉽게 잘라내지 못했던 시간도 나의 잘못이 되어 쏟아졌달까.

 

#

 

8월이다. 유난히 지독한 온도를 견디면서 여전히 누군가를 사랑하고 가끔은 미워하고. 그러다 나에 대해 생각한다. 아픔을 겪고 나서 몇 개의 계절을 보냈는데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사람들은 크게 아프고 나면 인생의 방향이라든지 삶의 태도라든지 그런 것들이 뒤바뀐다는데. 나는 여전히 겨울을 두려워하고 예민함을 잃지 못했으며 미래에 대해 걱정한다.

 

물론 내가 이 정도의 안정까지 오게 된 것에 나의 지분은 조금밖에 되지 않는다. 진단을 받고 누구는 나를 혼자 두지 않고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마음껏 보게 했으며, 누구는 일부러 내가 없는 곳에서 펑펑 울었다고 했으며(후에 듣게 된 이야기지만), 누구는 끊임없이 나의 생사를 확인했다. 가만히 있어도 지나갈 겨울이었음에도 마음에 부스터가 달렸달까.

 

#

 

같은 나임에도 겨울에 읽었던 시처럼 무언가를 말하게 될 줄 알게 되었다. 아픔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시간처럼 가만히 보내는 것이라고.

 

그렇게 깊은 물도

언젠가 다 마르고

사막이 될 거라고

 

8월이 되면 말야

8월이 되면

 

뼈아프게

혀끝을 맴돌던 말을

꺼낼 수 있을까?

 

백은선, <비신비> 중

 

*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아픔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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