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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6펜스를 던지고 달을 쫓는 당신에게 - 달과 6펜스 [도서]

인간을 움직이는 두 개의 세계, 그 사이를 방랑하는 사람들

by 최수경 에디터
2026.08.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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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싯 몸의 대표작 《달과 6펜스》는 런던에서 안정적인 가정과 직업을 꾸리고 살아가던 중년의 남성, 찰스 스트릭랜드의 충격적인 선언으로 시작된다. 그는 어느 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아내와 자식, 사회적 지위와 재산을 모두 뒤로한 채 파리로 떠나버린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였다. 화자는 그를 설득하고 추궁하려 하지만, 스트릭랜드는 세속의 평판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오직 창작에만 몰두한다.

 

이 소설의 제목인 ‘달’과 ‘6펜스’는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가장 극명한 두 세계를 상징한다. 발아래 떨어진 은화 한 닢인 ‘6펜스’가 현실과 세속, 재물과 안락함을 의미한다면, 밤하늘에 아득히 떠 있는 ‘달’은 이상과 예술, 낭만과 영혼의 갈망을 뜻한다. 《달과 6펜스》는 결국 6펜스의 세계에 안주하며 살아가던 한 인간이 어떻게 머리 위의 달을 발견하고, 그 숭고한 빛을 향해 자신의 모든 삶을 던졌는가를 보여주는 거대한 서사를 풀어낸다.

 



인간을 움직이는 두 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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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인간은 발밑의 6펜스를 줍는 데 몰두하며 살아간다. 매일의 생계와 사회적 관계, 안락한 삶이 주는 온기는 예나 지금이나 성공적인 삶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6펜스가 지배하는 현실의 질서 속에서 우리는 문득 거대한 이질감을 느끼곤 한다. 보장된 정답처럼 보이는 길을 걸어가면서도, 낯선 옷을 입은 듯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지는 순간이다. 서머싯 몸은 이러한 인간의 근원적 외로움과 이상을 향한 끌림을 이렇게 묘사한다.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날 곳이 아닌 데서 태어나기도 한다고. 

그런 사람들은 비록 우연에 의해 엉뚱한 환경에 던져지긴 했지만

늘 어딘지 모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산다. 

 

태어난 곳에서도 마냥 낯선 곳에 온 사람처럼 살고,

어린 시절부터 늘 다녔던 나무 우거진 샛길도, 

어린 시절 뛰어 놀았던 바클대는 길거리도 한갓 지나가는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

 

 

타인의 눈에는 더없이 안락하고 정돈된 6펜스의 삶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가슴 한구석이 옥죄어 오는 낯선 세계일 수 있다. 세상이 말하는 정답을 품에 안고서도 매일 밤 어딘가로 유배당한 듯한 외로움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스트릭랜드가 보장된 삶의 터전을 뿌리치고 파리로, 그리고 타히티로 향했던 발걸음은 일상의 탈선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이 온전히 숨 쉴 수 있는 단 하나의 공간, 그 머리 위의 달을 향해 영혼이 본능적으로 감행한 눈물겨운 이주였다.

 

 

 

세속적 계산을 향한 낭만적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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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이질감을 확인한 순간, 현실의 논리는 무력해진다. 6펜스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을 숫자로 계산하고 평가한다. 연봉이 얼마나 되는지,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따지는 것이 현실의 순리다. 파리에서 스트릭랜드를 만난 화자 역시 그에게 삼류 화가로 전락할 위험과 모든 것을 포기하는 무모함을 지적한다. 그러나 돌아온 스트릭랜드의 대답은 세속적 계산을 단칼에 베어버린다.

 

 

“잘해야 삼류 이상은 되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걸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할 가치가 있겠습니까?

다른 분야에서는 뛰어나지 않아도 별로 문제 되지 않아요.

그저 보통만 되면 안락하게 살 수 있지요.

하지만 화가는 다릅니다.”

 

“이런 맹추 같으니라구.”

 

“제가 왜 맹추입니까? 분명한 사실을 말하는 게 맹추란 말인가요?”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러지 않고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스트릭랜드에게 그림을 그리는 일은 물에 빠진 사람이 숨을 쉬기 위해 허우적거리는 것과 같은 ‘생존의 본능’이었다. 삼류가 될지언정, 안락한 삶을 잃어버릴지언정, 머리 위의 달을 바라보지 않고는 영혼이 맞아 죽을 것만 같은 열망.

 

소설 속 화자는 스트릭랜드의 삶을 둘러싸고 사후 형성된 전설을 떠올리며 이것이야말로 "범상한 삶에 대한 낭만적 정신의 저항"이라고 말한다. 대중이 이 기이한 인물에게 열광하는 이유 역시,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현실의 계산을 뛰어넘고자 하는 낭만적 정신 그리고 이를 행하는 이에 대한 동경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달'을 찾아 떠나는 이들을 향한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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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현실의 벽 앞에서 자신의 진짜 고향을 찾아 길을 떠나는 일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세속적 기준에서 볼 때 타인에게 인정받는 안정된 삶을 뒤로하고 미지의 세계로 발을 내딛는 것은 때로 무모함이나 탈출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머싯 몸은 끝내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를 발견해 내는 이들의 여정을 이렇게 축복한다.

 

 

그러다가 때로 어떤 사람은 정말 신비스럽게도

바로 여기가 내가 살 곳이라 느껴지는 장소를 우연히 발견하기도 한다.

그곳이 바로 그처럼 애타게 찾아 헤맸던 고향인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그들이 죄다 태어날 때부터 낯익었던 풍경과 사람들이었던 것처럼 정착하고 만다.

마침내 그는 그곳에서 휴식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결국 광기 어린 예술가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특수한 인물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매일 발밑의 6펜스와 머리 위의 달 사이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를 고민하고 있으니. 그렇게 《달과 6펜스》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발밑의 동전을 줍기 위해 고개를 숙인 채 평생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고독을 무릅쓰고라도 고개를 들어 머리 위의 달을 바라볼 것인가. 

 

자신만의 달을 찾아 떠나는 유랑의 길은 고되고 외로울지 모른다. 그럼에도 자신의 영혼이 명하는 대로 삶이라는 화폭 위에 자신만의 그림을 완성해 나가는 이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마침내 도달한 달의 세계에서 당신의 삶 역시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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