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Project 당신] 나는 계속해서 실존감을 찾아간다 [자기소개]

나를 인식하는 질문과 방식

by 손혜림 에디터
2026.07.25 14:00



IMG_0396.jpg

   

 

나는 종종 내가 어떤 순간에 가장 선명하게 “나”를 인식하는지 생각한다. 누군가와 깊은 대화를 나눌 때, 낯선 도시를 걷고 있을 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문득 ‘지금의 내가 나답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 감각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를 오래 찾았다.


내게 그 감각의 이름은 실존감이었다.


실존감은 내게 존재를 증명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가장 또렷하게 인식하는 순간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언제 가장 나다운지, 어떤 삶을 살아갈 때 가장 나답게 존재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되묻는 시간을 가진다.


영국 여행 중 테이트 모던에서 만난 몇 개의 문장은 내가 품고 살아온 질문을 다시 꺼내 놓았다.


 

It's easy to do the work you want to do.

It's easy to relax in your own house.

It's easy to not have to work.

 

 

처음에는 '쉬움'에 관한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래 바라볼수록, 그것은 '삶을 이루는 조건'에 대한 질문처럼 다가왔다.

 

 

여가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였지만, 결국은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갈 때 가장 나답게 존재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묻는 문장들이었다.

 

 

스크린샷 2026-07-21 오후 9.12.58.png


 

It's easy to do the work you want to do.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일까.

 

나는 음악을 만들고, 글을 쓰고, 콘텐츠를 기획한다. 겉으로는 모두 다른 일처럼 보이지만, 결국 이것들은 나를 가장 선명하게 인식하는 방식이다. 음악은 말로 설명하지 못한 감정을 먼저 발견하게 했고, 글은 흩어진 생각을 한 문장으로 붙잡게 했으며, 콘텐츠는  그 감각을 누군가와 연결하는 방법이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내게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는 편이 아니었다. 감사하게도 하고 싶지 않아도 버텨야만 했던 절박한 상황이 많지 않았고, 늘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갈 선택지가 조금은 있었다. 그렇다고 단순히 충동만 좇으며 살아온 것은 아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이라면 그 과정이 아무리 힘들어도 기꺼이 견딜 의지는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그 일을 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 자주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일까?

 


스크린샷 2026-07-21 오후 9.13.12.png

 

 

It's easy to relax in your own house.

나에게 집은 어떤 공간일까.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낯선 도시를 자주 걷는다. 새로운 풍경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하지만, 여행을 오래 할수록 ‘집’이라는 단어를 자주 떠올리게 된다. 여행을 하면서도 그곳에서의 삶을 상상하곤 한다. 밤이 되면 대도시는 셀 수 없이 많은 불빛으로 더 선명해졌고, 거리는 늦은 시간까지 사람들로 가득했다. 여행자인 나는 그 풍경을 특별한 하루처럼 바라봤지만, 그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일상이라는 사실이 부러웠다. 대도시를 걸으며 자꾸 ‘자유’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돌이켜보면 그곳이 꼭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때의 내가 그 단어를 붙잡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은 예전처럼 ‘자유’라는 단어를 붙잡으려 애쓰지도 않는다. 그저 도시를 걷고 바라본다.

 

여행은 늘 새로운 곳을 발견하는 일이면서도,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삶의 기준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내게 집은 단순히 돌아가는 장소가 아니라,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머물 수 있는 곳. 나에게 집은 그런 공간이다.



스크린샷 2026-07-21 오후 9.13.25.png

 

 

It's easy to not have to work.

일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쉼에도 이유가 필요했다. 쉬는 날에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섰다. 사실 지금도 그 마음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일과 쉼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흐려진다. 생각해보면 내게 쉼은 일을 멈추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이 가장 가벼워지는 상태에 가깝다. 조급하게 무언가를 이루려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흘러가는 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산책을 하고, 여행을 떠나고, 카메라를 드는 순간들. 이런 순간들로 인해 나는 나를 가장 선명하게 인식한다.

 

*

 

어쩌면 내가 하는 모든 일은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된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갈 때 가장 나답게 존재하는가.

 

그 질문은 음악이 되고, 글이 되고, 콘텐츠가 된다. 나는 오늘도 그 질문과 함께 살아간다.

 

어쩌면 답을 찾는 것보다, 그 질문을 오래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손혜림.jpg

 

 

손혜림이 에디터의 다른 글 보기
용기있게 쓰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