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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초록빛 세 친구 이야기 [영화]

영화 「연의 편지」

by 최승윤 에디터
2026.07.24 17:51


 

"기적을 만들려면 생각보다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 그래서 어느샌가 당연한 것으로 착각하기 쉽지. (…) 그게 당연하고 시시하게 여겨지는 순간, 기적이나 마법이 아니게 되는 거래."

 

   

누구나 함부로 나섰다는 생각으로 후회해 본 적 있을 것이다. 가만히 있었다면 자신에게는 아무런 일 없이 지나갈 수 있었겠지만, 개입되는 순간 어떤 식으로든 그 영향은 미치게 된다. 그러나 반드시 소리 내야 하는 순간 앞에서 우리는 선택해야만 한다. 개입할 것인가, 방관할 것인가.

 

영화 「연의 편지」의 주인공 소리는 학교폭력을 당하는 지민에게 다가간다.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그만하라고 외치고 유일한 지민의 친구가 되어준다. 그러나 지민은 전학을 가게 되고 괴롭힘의 대상은 고스란히 소리 혼자 물려받게 된다. 그리고 소리도 어릴 적 살던 동네로 돌아가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아름다운 여름의 색채를 자랑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2025년에 개봉한 김용환 감독의 「연의 편지」이다. 악동뮤지션 이수현이 OST와 주인공 소리의 목소리를 맡게 되면서 화제가 된 이 작품은 눈부시고 환상적인 영상미를 자랑한다. 특히 초록빛 여름의 색채를 섬세하게 표현해 내 계절감각을 뚜렷하게 선사하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내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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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주인공 소리가 자신이 어릴 때 살던 동네로 돌아와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학교폭력을 당하던 지민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줬지만, 지민이 전학을 가게 되자 소리 역시 전학을 결심하게 된다. 지민의 편지는 오지 않고, 새로운 학교에서의 적응조차 쉽지 않던 날 소리는 책상 서랍 안쪽에서 편지 한 장을 발견한다. 첫 번째 편지에는 학교의 공간과 선생님들, 그리고 반 아이들의 특징과 이름이 자세하고 친절하게 적혀있다. 보물찾기하듯 이어지는 다음 편지를 찾는 소리는 옥상에서 양궁부 동순을 만나 친구가 된다. 달라지는 장소에서 계속 편지를 찾으며 소리는 편지의 발신자가 ‘호연’이라는 인물임을 알게 되고 호연은 현재 이민을 간 것으로 알려진 친구이자 과거 동순과 절친한 친구 사이였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동순과 함께 편지를 찾아가며 숨겨진 진실과 반전이 드러나는 아름다운 여운을 가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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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배경은 정확히 특정 연도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동순이 카세트테이프를 들고 다니고 유선전화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아 현재로부터 몇십 년 전의 시간이 배경인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편지’가 주는 소통의 의미가 지금과는 다소 다르게 작동된다. 소리에게 호연의 편지란 전학 온 낯선 곳에서 마음 붙일 곳, 재미를 줄 수 있는 친구이자 또 동순이라는 실제 친구를 사귈 수 있게 되는 매개가 된다. 또한 동순 역시 편지를 통해 자신에게 연락도 없이 사라진 호연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오해가 풀리고 그만두었던 양궁도 다시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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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만나고 싶은 사람을 찾게 해준다는 거 진짜야?"
 

 

이야기의 가장 큰 반전이자 여운을 주는 장면은 동순이 소리에게 처음부터 편지는 소리 너를 위해 호연이 쓴 것이라 말하는 순간이다. 사실 호연과 소리는 어린 시절 병원에 입원했던 시절 알던 사이였고 상대를 특정하지 않은 채 쓰인 줄 알았던 편지는 사실 소리를 위해 쓰여진 것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뻔한 반전으로 그치지 않고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이유는 소리가 베풀었던 친절, 그 따듯하고 순수한 마음때문일 것이다.

 

소리가 처음으로 발견한 호연의 편지는 책상 서랍 밑에 붙어 있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 소리가 떠나고 난 뒤 호연은 병원 밥상 밑에 소리가 남긴 메시지를 발견하게 된다. 또, 병원에서 보물찾기 행사를 할 때 소리 혼자 많은 보물을 찾고 또 그것을 호연에게 준 적이 있다. 이렇게 무심코 넘겼던 책상 밑 편지,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편지를 숨겨놓았던 이유가 드러나게 되면서 관객은 큰 울림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 이야기 이전에 소리는 지하철에서 홀로 고뇌와 자책에 빠진다. 승규와 동순의 다툼에 자신이 함부로 나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리의 생각은 트라우마에 기인한 것으로, 과거 자신이 학교폭력을 당하던 지민을 도운 후 반 아이들의 차가운 시선과 태도를 경험한 것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결국 ‘나섰기’ 때문에, 홀로 있는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기 때문에 소리는 전학 온 학교에서 ‘친구’ 같은 존재이자 실제 친구를 만들어준 편지를 만나게 될 수 있었고, 지민 역시 소리를 떠올리며 새로운 학교에서 괴롭힘당하는 친구를 똑같이 구해준다. 소리가 이전에 자신에게 행동했던 것처럼 말이다.

 

결국 선한 마음이나 행위가 돌고 돌려받는 순환의 구조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먼저 손을 뻗으면 어떻게든 다시 내게 돌아와 나에게도 손을 뻗어주는 기회가 온다. 그리고 그 마음은 단순히 자신에게 보상이 오기 때문에 행하는 것이 아니다. 폭력 앞에서 이것은 옳지 못하다는 마음, 누군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 선한 생각과 믿음들이 결국 우리의 사회와 관계를 구성하고 생을 구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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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단순히 환상성, 상대를 모르고 쓴 편지의 힘을 빌려 친구를 얻게 되고 문제가 해결되었다면 이렇게 좋은 울림과 감동을 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닿지 않았고 연결되지 않았거라고 생각했던 인물들이 과거에, 혹은 현재에 직간접적으로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받은 적 있었다는 것이 이 이야기가 주는 큰 힘이라고 느낀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더불어 학교폭력과 친구들에 대한 주제에 대해 떠올려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인 만큼 청소년기의 많은 친구들이 보면 좋을 듯하다. 이번 여름방학에 소리와 동순, 호연 세 친구의 아름다운 초록빛 이야기를 들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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