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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무대 너머의 땀방울을 상상하며 - 빌리 엘리어트 [공연]

문제 없어, 너를 표현해 봐!

by 한우림 에디터
2026.08.0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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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뮤지컬 중에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뮤지컬. 친한 언니의 인생 뮤지컬이라고 해서 로터리 티켓으로 함께 보러갔는데, 내게도 인생 뮤지컬이 되었다.

 

1막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당황스러웠다. 슬픈 장면이 아닐 때에도 눈물샘은 마르지 않았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울게 만들었을까? 그저 다 크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고 춤을 추는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기특하고 대단하게 느껴진 탓이다.


나는 평소에도 무대 위에서 아이들이 올라오면 그냥 울컥한다. 특히 정말 많은 준비와 노고가 필요한 뮤지컬 무대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예전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아역이 잠깐 나왔을 때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울컥하는 걸 보면 난 영원히 한결같으려나 보다.

 

 

 

무대를 나선 뒤, 감동은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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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영상들을 보면, 그들의 노력이 더욱 생생하게 보인다. 그들은 '빌리 스쿨'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되어 약 2년동안 훈련받고 준비된 친구들이다. 10살부터 14살까지 정말 어린 친구들이 끈기있고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은 내게 큰 영감을 줬다.

 

뮤지컬이라는 무대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지 안다. 나는 학교 동아리에서 연극을 몇 편 올려본 적이 있는데, 단순 3일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반년 이상의 시간을 밀도있게 투자했어야 했다. 연습도 반복적으로 수십번을 하고, 수정을 하고 몇 번이고 고치고, 테크 리허설까지. 돈을 받고 하지 않는 아마추어 연극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노래까지 수준급으로 불러야 하는 뮤지컬 공연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심지어 그들은 아직 초등학생인데, 그 길고 힘든 시간을 견뎌내는 동력과 힘이 어디서 나올까.

 

이러한 과정을 상상하고, 비하인드 장면들로 그들의 연습 과정을 마주하니 감동이 배가 되었다. 조그마한 몸들이 움직이는 게, 그 자체로 너무 대단하게 느껴졌다. 하나의 장면, 하나의 동작을 완성하기 위해 재미없고 반복적인 연습을 견뎌야 하고, 수없이 같은 것을 반복 한 그들이 정말이지 기특했다.


이렇듯 '빌리 엘리어트'는 공연장을 나선 뒤, 비하인드 영상까지 봐야 완성이다. 한 무대를 완성하기까지 아이들이 흘린 땀방울을 직접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노에 가득찬 'Angry dance' 넘버에서 힘을 다 쏟고서 기진맥진 상태가 된다는 비하인드를 보면서 더 공연이 소중해진 느낌이었다.

 

 

 

너 자신을 두려워말고 표현해 봐


 

 

 

내가 가장 좋아했던 넘버는 〈Expressing Yourself〉다. 빌리의 가장 친한 친구인 명랑하고 유쾌한 '마이클'이 빌리와 함께 부르는 참 귀여운 넘버이다. '너의 방식대로 표현해'라는 말은 빌리뿐만 아니라, 내게도 큰 위로를 주었다. 나다움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오히려 어린 친구들에게 내가 많이 배우는 느낌이었다. 그가 빌리를 위로해주는 방식처럼, 내 삶에도 그와 같은 존재가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몇몇 빌리역의 배우는 이 장면 이후에서야 친구를 만나서 긴장이 풀린다는 귀여운 일화도 있다.

 

 

What the hell's wrong with expressing yourself?

문제 없어 너를 표현해 봐

Being who you want to be?

네 모습 그대로 다

Will anybody die if you put on a dress?

 

치마를 입으면 뭐가 큰일나나

Who the hell cares if your blusher's a mess?

 

볼터치 하면 누가 뭐라하나

Start a new fashion, buck all the trends

새로운 패션 시작해 봐

Emphasise integrity

남들과 다른 품격

Cos what the hell is wrong with expressing yourself

남들과 다르게 표현 하는거야

For wanting to be me

나는 나 너는 너 (움~ 췍!)

 

What the hell's wrong with wearing a dress?

문제 없어 치마를 걸쳐

Being who you wanna be

너를 다 표현해 봐

Who the hell is it you try to impress

사람들 시선은 신경쓰지마

All you have to do is learn to care less

쓸데없는 걱정은 집어치워

Start a new fashion, buck all the trends

새로운 패션을 시작해봐

 

What the hell is wrong with expressing yourself?

남들과 다르게 표현하는거야

For trying to be free

자유를 위하여

If you wanna be a dancer, dance

춤을 추고 싶으면 춤춰

If you wanna be a miner, mine

광부 되고 싶으면 되고

If you want to dress like somebody else.

남들과 같은 옷 입는대도

Fine, fine, fine

괜찮아

It's not a big statement, it's not a weird act

이상한 게 아냐, 어렵지 않아

We'll not complain about your boring life

그냥 해 봐 재밌잖아

(...)

 

Everyone is different, It's the natural state 

사람들은 하나하나 서로 달라

It's the fact, it's plain to see

모두 다 아는 사실

The world's grey enough without making it worse

이 세상은 너무나 재미없지

What we need is individuality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개성

 

 

어쩌면 우리는 살면서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려고 할 때가 많다. 무엇이 맞는지, 무엇이 어울리는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빌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향해 나아갔고, 결국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렇듯 〈빌리 엘리어트〉는 꿈을 이루는 한 아이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믿고 표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나중에 자식이 생긴다면 보여주고픈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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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들이 나오는 뮤지컬이라 그런지, 객석에 보호자랑 함께 온 학생들도 참 많았다. 그들을 보면서 몰래 흐뭇한 웃음을 짓기도 했는데, 그들이 이 뮤지컬에서 느낄 감정들을 미리 상상해보았기 때문이다.

 

같이 간 언니는 어렸을 적 이 뮤지컬을 보고, 자기와 비슷한 또래들이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장면을 보고 완전히 빠져 배우를 꿈 꿨다고 했다. 차세대 빌리가 나올 수도 있는 객석에서 아이들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건 그런 의미에서 좋은 현상같다. 어른이 봐도 감동적인데, 비슷한 나이대가 본다면 또 우리가 놓치는 또 다른 감상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꿈에 대한 교훈도 준다. 빌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고, 그것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편견과 반대에 부딪혔지만 본인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남자는 복싱을 해야 한다는 주변의 시선 속에서도 빌리는 자신이 원하는 길을 따르는 모습이 큰 용기를 준다고 생각한다.


이번 공연의 홈커밍 데이에는 1대부터 4대 빌리가 다 같이 등장해서 커튼콜 때 무대를 꾸몄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또 한 번 눈물이 났다. 빌리를 했던 아이들이 그새 커진 모습을 보는 게 벅차올랐다. 직장인, 발레리노, 뮤지컬 배우 등 서로 다른 길들을 가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그렇지만 다들 동일하게 하는 말은 "이렇게 무언가를 쏟아서 열심히 해 본 경험이 내 인생에 도움이 되었다"라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아마 이 빌리 엘리어트의 경험은 인생에서 못 잊을 순간일 것이다.

 

그 다음 빌리는 누구일지 궁금해진다. 빌리들의 성장을 바라보는 것은 마치 내가 그들을 키우는 것 같기도 하다. 빌리 엘리어트를 통해 이 아이들을 계속 지켜보고 싶다고 느껴졌다. 마치 랜선 이모가 되어 지속적이고 애정어린 후원을 보내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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