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칠 것 같은 유쾌함, 뮤지컬 스쿨 오브 락 [공연]

권력자에 맞서라! 아이들이 전하는 락앤롤 정신
글 입력 2024.02.1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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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에게 맞서라!” 아이들에게 이러한 통쾌한 메시지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어디 있을까.

 

일상에서 벗어나 짜릿한 해방감을 느끼고 싶을 때, 락이라는 음악의 힘을 느껴보고 싶을 때, 내 안에 가둬놨던 흥을 방출하고 싶을 때, 나를 가두는 권력에 맞서고 싶을 때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을 추천한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이 5년 만에 한국에 왔다. 2015년에 뉴욕에서 초연을 올렸던 <스쿨 오브 락>은 동명의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다. 밴드에서 쫓겨난 듀이가 엄격한 명문 학교에 선생님인척 신분을 속이고 들어가 학생들에게 락을 가르쳐 대회에 나가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토니상, 드라마데크상에 노미네이트 되고 올리비에상, 왓츠 온 스테이지상을 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2019년 국내 첫 공연을 올렸을 때도 많은 찬사를 받았으며 UK투어와 일본, 스페인 초연 등을 성황리에 마친 작품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에너지다. 평균 연령 10세의 아역배우들이 무대를 방방 뛰어다니는 에너지가 그대로 전해진다. 또한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듀이는 약 2시간의 공연 내내 5.6km에 달하는 정도로 무대를 뛰어다니며 열정 넘치는 연기를 펼친다.

 

동명의 영화를 했기 때문인지 영화가 실제로 눈앞에서 펼쳐진 느낌이었다. 영화 속의 인물들이 똑같은 성격과 모습으로 등장하며 연기하여 높은 싱크로율과 함께 깊은 몰입감을 가질 수 있었다.

 

 

 

사람 미치게 하는 밴드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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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작 전, 안내사항에서 뮤지컬 제작자는 말한다. ‘배우들이 실제로 연주를 합니다.’ 드럼, 일렉기타, 베이스, 키보드 등을 직접 연주한다. 이렇게 에너지 넘치는 연주를 무대 위 배우들이 100% 소화해 내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라이브 연주는 완벽했다.

 

<스쿨 오브 락>으로 락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심장에 요동치는 밴드 사운드와 팡팡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에너지, 그리고 듀이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합쳐져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공연의 생생함, 라이브의 감동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클래식 음악을 연주했던 학생들은 듀이에게 악기를 배워 락을 연주한다. “Your in the band”넘버와 함께 락밴드의 시작을 알리며 무대 위 일렉기타와 베이스, 그리고 드럼 소리가 울려 퍼졌을 때, 내 안의 잊고 있던 음악이 살아났다. 드럼 위에 일렉기타와 베이스 기타, 키보드가 하나씩 쌓여 올라가며 마침내 완전한 하나의 소리가 됐을 때 형용할 수 없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100% 라이브 밴드가 만들어내는 음악과 소울 넘치는 보컬들이 함께하는 넘버가 끝날 때마다 마치 락밴드 공연을 보고 나온 것처럼 심장이 쿵쿵 뛰었다. 밴드 음악만으로도 이렇게 뜨거운 유쾌함을 느낄 수 있다니 신세계였다. 심장을 두드리는 드럼 소리 짜릿한 해방감을 주는 기타 소리,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음악을 즐기고 음악을 표현하고 있는 이들, 캐릭터들의 서사까지 합쳐져 미칠 것 같은 유쾌함이 느껴졌다. 그들이 미친 듯이 표현해 내는 음악을 통해 진정한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락앤롤 정신


  

세상의 규칙에 저항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밴드 단원이었던 듀이는 엄격한 교칙과 학업으로 줄 세우기 하는 사립학교 호러스 그린에 임시 교사가 된다. 이런 교칙과 규율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억압받고 있던 학생들에게 듀이는 그 어떤 선생님도 해주지 않았던 새로운 가르침을 준다.

 

‘권력자에 맞서라’

 

락의 정신이기도 한 이 저항정신은 학생들에게 닿아 그들의 솔직한 목소리가 되고 자유로운 음악이 된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스쿨 오브 락>을 위해 만든 넘버 “Stick it to the man”을 외치며 학생들은 그간 갇혀있던 것을 다 풀어내듯 팔을 세차게 흔들고 발을 구르며 함께 춤추고 노래 부른다. 아이들은 뛰어다니며 자신을 옭아매던 규칙과 자신을 지키는 법을 배운다. 바쁜 일 때문에 자신에게 관심 없는 부모님, 유색인종으로 학교에 적응을 못해 걱정을 털어놓지만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엄마, 자신의 직업을 아이에게 강요하는 아빠. 학생들은 모두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각자 갖고 있던 부당함을 음악 표현한다.

 

“Stick it to the man” 넘버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노래 부르고 춤추며 자신을 억압하던 것들을 타파하는데, 우리 마음속에 있던 말을 대신 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시원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생각지 못한 많은 고민거리들과 각자의 생각이 있었다. 엄격한 규율, 무관심, 인종차별, 페미니즘 등 아이들이 말한 대답은 각양각색이었다. “권력자에 맞서 자신의 것을 지키고 쟁취해라.” 학업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알고 그것을 쟁취하는 힘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듀이가 가르치려던 락앤롤 정신이야말로 아이들에게 꼭 필요했던 말이 아닐까.

 

 

 

모두를 성장시킨 음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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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 오브 락>에서는 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좋은 영향을 받고 바뀌어간다. 아이들, 교장, 그리고 듀이까지.

 

학생들은 자존감을 얻게 된다. 엄격하고 별점으로 순위가 매겨지는 학교생활을 하다가 밴드 구성원이 되면서 각자 역할을 맡고 그 역할에 대한 인정을 받는다. 또한 락앤롤 정신을 가지게 되어 부당한 것에는 저항하는 용기를 얻고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배운다.

 

소심하고 내성적이던 잭은 일렉기타에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되고 무릎으로 슬라이딩하며 연주를 하고, 세차게 고개를 흔든다. 자신은 멋지지 않다며 스스로를 낮추던 로렌스는 키보드를 치는 것 자체가 멋진 것임을 깨달아 실제로 멋져졌고, 클래식 음악에서 구박을 받던 타악기담당 프레디는 드러머가 되어 밴드의 심장이 되었다. 유색인종으로 소심하고 말을 잘 못하던 토미카는 밴드로 자신이 보컬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밴드의 격려로 당당하게 마이크를 잡는다.

 

아이들은 밴드로 인해 자신을 자랑스러워할 줄 알게 됐다. 밴드가 자존감을 키워준 것이다. 이러한 자존감은 아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는 삶의 방식 변화로도 이어졌다. 자기 자신 그대로를 받아들일 줄 알게 되고 음악을 통해 진정 자유로워지는 법을 알게 된 아이들은 한층 성장했다.

 

엄격하고 까다로운 호러스 그린의 교장 선생님 로잘리 멀린스는 본래 락밴드를 좋아했다. 그러다가 듀이를 알게 되며 숨겨놓았던 자신의 자유롭던 모습을 되찾는다. 듀이와의 만남으로, 락 정신을 되찾은 로잘리 교장으로 인해 호러스 그린의 학교는 틀을 깨는 시도를 하며 학생들을 위한 학교로 거듭나지 않을까.

 

듀이는 자신이 만든 락밴드 ‘스쿨 오브 락’을 통해 진정한 어른이 되고, 선생이 되었다. 자신의 음악 인생을 극복하게 된다. (자신의 꿈인 음악 대회 우승이었고 음악을 하며 사는 삶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된다.) 듀이는 본래 팀워크를 무시하고 자신이 튀려고 했기에 락밴드에서 퇴출됐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락밴드를 만들어 대회에 출전하려던 것도 자신의 음악에 대한 욕심 때문에, 본인의 곡으로 연습시켜 출전하려 했다.

 

그러나 대회에 나가기 직전 듀이는 여태껏 연습했던 자신의 곡 대신 기타 담당 잭이 작곡한 곡을 선택한다. 자신의 욕심대신, 팀워크와 아이들이 올릴 무대를 생각한 것이다. 잭의 음악은 학생 본인들의 모습을 가장 잘 담아낸 음악이었기에 듀이 자신의 음악은 포기하며 학생들의 음악 그 자체를 인정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듀이가 진정한 어른으로, 선생으로 성장하게 된 것을 볼 수 있다.

 

듀이는 아이들이 스스로 소중한 존재임을 가르쳐주었다. 신분을 속이고 들어간 교사가 들통나자 듀이는 따지러 온 부모님들에게 아이들이 얼마나 빛나고 소중한 존재들인지를 말해준다. 부족하고 모자라기만 한 줄 알았던 자신의 아이들의 진정한 모습을 듀이는 알려주고, 학생들은 듀이에게서 스스로는 자신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존재인지 알게 되는 대목이다. 아이들도 듀이의 진심을 알았던지 그가 가짜 선생이었음을 알게 된 이후에도 그를 찾고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밴드 대회를 함께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듀이는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소중한 눈빛으로 보고 스스로의 가치를 알려주는 참된 선생님이 되었다.

 

음악이 이 모든 사람들을 바꿔놓았다.

 

 

 

미칠 것 같은 유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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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듯한 유쾌함 덕에 온몸이 들썩이고 신났다. 마치 정말 락 밴드공연을 보고 나온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렸고 목은 살짝 나가있었다. 생명력이 꿈틀거리는 스쿨오브락을 뮤지컬로 만날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맑은 에너지와 생기를 얻었다. 안봤다면 후회했을 정도의 짜릿함과 해방감을 주는 공연이었다.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고 자유를 찾는 아이들에게서 많은 에너지를 얻었다. 듀이가 아이들에게 락을 통해 가르쳐주었던 자기 자신 그대로를 받아들이기, 부당한 것엔 저항하기, 하고 싶은 일은 끝까지라도 하기 같은 메시지를 받으며 앞으로 살아갈 거대한 힘을 얻은 느낌이다.

 

음악이 주는 자유로움이, 해방감이 주는 즐거움이 얼마나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지 당신도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을 통해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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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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