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상관없는 거 아닌가? [도서/문학]

글 입력 2024.03.23 14:0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31.jpg

 

 

독특한 스타일로 자신만의 음악 세계관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장기하라는 가수를 아는가. 말하는 듯이 노래하는 그의 창법은 기존의 음악 스타일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새로움을 선사했다. 창법도 독특하지만 그의 가사들은 재치 있고 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대중들의 주목을 끌 수 있었다.


지난 2022년 '부럽지가 않어'라는 곡을 발매하면서 한 번 더 대중들에게 개성 넘치는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각인시켰다. SNS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언제든지 들여다볼 수 있는 시대에 부러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세상 최고의 자랑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보다 부럽다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의 곡을 통해 장기하라는 사람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책 <상관없는 거 아닌가?>는 우리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 장기하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재치 있는 그의 가사처럼 내용은 '읽는 재미'를 선사했다. 상관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그의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자유로운 삶과 자유롭지 못한 삶


 

그의 개성 넘치는 음악 스타일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이미지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자유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자신만의 장르를 개척해 나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진취적으로 성취해나가는 삶을 선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유롭다고 자부하는 자신의 삶도 늘 시원스럽지만은 않다고 했다.

 

 

"하고 싶은 거 하며 사니 좋겠다"라는 말을 듣는 일이 종종 있다. 부러워서 하는 말이니 으쓱할 만도 한데, 그때마다 조금 쓸쓸한 기분이었던 것 같다. '나도 늘 좋은 것 만은 아닌데'라는 마음이었달까. 자유롭다는 것은 곧 막연하다는 뜻이고, 막연한 삶은 종종 외롭다. 이끌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어떻게든 헤쳐나가야 할 때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지 않겠는가. - P.119

 

 

나는 어릴 적부터 욕심이 많아서 하고 싶은 게 많았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좋겠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물론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좋을 때도 있지만 오히려 하고 싶은 게 많다 보니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상적인 모습에 도달하지 못할 때 괴리감이 너무 크게 다가오기도 했다. 나와 비슷한 그의 이야기에 깊은 공감이 됐다. 자유로운 삶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닌데.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당신의 오늘 하루가 원하는 만큼 자유롭지 못했다고 해도, 그 때문에 누렸던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며 자유롭지 못한 삶에도 좋은 일은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자유롭지 않은 삶이든 자유로운 삶이든 저마다의 고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두 개의 삶 중 골라야 한다면 자유로운 삶을 택하는 이가 많겠지만 깊이 생각해 보면 자유롭지 않은 삶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유로운 삶, 자유롭지 못한 삶보다 중요한 건 순간의 행복한 기분을 즐기는 것이다.

 

 

 

서퍼의 삶


 

저자는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추천하는 음악보다 자신이 직접 검색하거나 동료들이 추천하는 음악이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인공지능이 추천해 준 플레이리스트에 자신의 취향을 간파당하는 일이 생기게 된다. 그 일을 통해 새롭고 멋진 음악을 추천해 주는 새 친구가 생긴 것만 같아서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인공지능으로부터 직업적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 일상은 언제나 인공지능과 함께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가 되었다. 인간은 인공지능을 통해 편리함을 얻었지만 그로 인해 잃는 것들도 존재했다. 특히 알고리즘은 정확히 내 취향을 파악해서 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추천해 주고, 우리는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알고리즘의 굴레에 갇히게 된다.

 

 

인공지능이 추천해 준 멋진 음악을 들을 때, 나는 내가 패배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슬퍼할 필요가 없다. 그냥 그 음악을 즐겁게 듣고, 작게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정도의 창작을 해나가면 그만이다. 마치 서퍼가 거대한 바다 앞에서 작디작은 자기 자신에 대해 슬퍼하지 않고 어찌어찌 파도를 타고 나아가며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처럼. - P. 214

 

 

그렇다. 애초에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마음은 편안해진다. 만약 무언가 통제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좌절하고 있다면 서퍼의 태도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즐거움을 찾는 서퍼의 태도.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통제가 아니라 서퍼의 태도다.

 

 

 

상관없는 거 아닌가?


 

저자는 책을 쓰기까지 과연 내가 책을 쓸 자격이 있나? 가치가 있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냥 이렇게 생각하고 책을 완성했다. "상관없는 거 아닌가?"


우리는 지나치게 남의 시선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신경 쓴다. 그래서 결국 남의 기준에 맞게 살아가게 되고 결국 나다움을 놓치게 된다. 책을 통해 장기하라는 사람이 나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했던 생각들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지금 우리를 지금 힘들게 하고 있는 것들은 상관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상관없다는 걸 알면서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도 계속 되뇌다보면 그 의미가 불확실해지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으로 저자는 책을 집필했다. 상관없는 것들로 인해 나다움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뭐든지 두려워할 건 없다고 알고 보면 다 별거 아니라고 알고 보면 다 별거 아니라고.

 

 

[임채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