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현대인들의 성찰과 기록을 도와주는 휴튼 - 오영준 인터뷰

글 입력 2024.03.1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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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검증되고 인류의 가치 증진을 위해 실현되고 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고심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나를 점점 잃어가는 삶을 반복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지만 어느 순간부터 수동적이게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스멀스멀 밀려오고 있다. 학생 때와는 다르게 직장을 다니다 보니 더욱더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는 순간들을 자주 느끼게 된다.


나 자신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스스로 내린 결론은 끊임없이 나 자신을 탐구하고 생각할 거리를 만들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현대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들임에 확신을 하고 실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에 있다. 하지만 아직도 명확한 해답을 찾지는 못했다.


10년 지기 친구가 있다. 대학교 동기로 그 누구보다도 주도적이게 인생을 살아가며 '휴튼'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오영준님이다. 요즘 고민이 많은 시기에 해답을 얻고자 이태원에서 타코와 테킬라를 마시며 인터뷰를 요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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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민: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알았으니 거의 10년을 알고 지냈지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영준: 안녕하세요, 휴튼을 만들고 있는 오영준이라고 합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외부 소음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잘 알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휴튼을 만들고 있어요.


 

세민: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최근의 열정과 관심사 등이 있을까요?


영준: 요즘은 주로 휴튼에 몰입하고 있고요, 열정은 휴튼, 관심사는 휴튼입니다. 그 외의 시간에는 휴튼에 대해서 생각하거나, 휴튼의 고객 인터뷰를 읽어보거나, 휴튼에 대한 아이디어를 쏟아냅니다. 쉴 때는 보통 휴튼에 대해 고민하고, 휴튼이 가진 미션을 다듬기도 하고, 휴튼의 데이터를 이리저리 뜯어보기도 합니다. 가끔 휴튼 업무를 하기도 하고요.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땐 멍 때리며 휴튼을 생각합니다. 농담이고 일할 때 외에는 운동, 책, 영화 중 하나를 즐깁니다.

 


세민: 휴튼으로 가득 찬 일상을 보내고 계시는군요…! 뒤에서 주구장창 얘기할 기회가 있으니 조금만 참아주세요.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하기 전에 혹시 인터뷰 경험이 따로 있으실까요? 저는 영준님이 2번째 인터뷰이긴 합니다. 저번에 상웅님 인터뷰를 했었거든요.


영준: 처음입니다.

 


세민: 첫 번째 인터뷰라니 영광입니다. 그러면 식상할 수도 있지만 매우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성장과정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첫 인터뷰인 만큼 딱딱하고 식상하게 가보겠습니다(웃음)


영준: 저는 아주 무난하고 나름 모범적인 12년의 초중고 시절을 보낸 뒤, 대학교... 가 아닌 재수학원에 들어갔습니다. 1년의 재수 생활은 정말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가 내면적으로 가장 성숙해질 수 있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사람은 힘든 만큼 고민이 깊어지니까요. 그때가 아니었으면 제가 제 삶에 대해서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을 테고, 그럼 휴튼을 만들고 있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재수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대학교에 실망을 많이 했어요. 재수생활 때 그렇게 힘들었으니 이제 드디어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하고, 친구들과 수능이 아닌 삶의 보다 중요한 주제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인생의 지도자와도 같은 교수님을 만나는 그런 환상을 갖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현실은 장소만 다를 뿐 모습은 똑같은 또 다른 쥐 경주(rat race)였어요.


입학하자마자 선배들이 가장 처음 해준 조언은 최대한 ‘꿀수업'만 골라 들으라는 거였습니다. 그게 저는 너무 실망스러웠어요. 나는 학점 따러 대학교에 온 게 아닌데. 설상가상으로, 제가 입학 원서를 넣을 때 머릿속에 그리던 기계공학과의 모습이 사실은 환상에 불과했다는 걸 첫 학기에 깨달아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입학하자마자 제가 대학교에 대해 갖고 있던 모든 낭만이 다 깨져버린 거죠. 그래서 반항심이 엄청 커졌어요.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친구들이랑 술 먹고 노는 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이 모든 요인들이 겹쳐서 결국 저는 부적응자와 같은 대학 생활을 보내게 됩니다. 수업도 안 듣고 맨날 친구들이랑 술 마시러 나가고, 전공 수업 대신 다른 학과 전공 수업 듣고 그랬어요. 학교 생활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거나 제가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활동들을 훨씬 더 좋아했어요. 아무튼 공부 빼고 다 열심히 했습니다. 그나마 군대 전역하고 산업공학을 복수전공으로 택하면서 공부에 좀 흥미가 생겨 졸업은 무사히 잘했습니다.

 

저는 취업을 한다면 PM을 하고 싶었는데, 정말 운이 좋게 졸업 직전에 한 스타트업에서 서비스 기획 및 PM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 회사에서 1년을 보내고, 조금 더 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두 번째 회사로 옮겨 그곳에서 1년 반 정도 일한 뒤 작년에 퇴사하고 지금은 휴튼을 만들고 있습니다.

 


세민: 부적응자라고 표현을 하셨지만 제가 봤을 때는 가장 주도적인 학생이었습니다. 너무 교수님 같은 답변이긴 하지만(웃음), 이런 부적응자와 같은 모습이 제가 봤을 때 지금의 영준님을 이루는 하나의 큰 축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학 생활을 후회하지는 않으시죠? (웃음)


영준: 감사합니다 교수님 (웃음). 후회는 딱히 없습니다. 다만 조금 더 열심히 들을걸 하는 수업이 몇 개 있는데, ‘인간의 가치 탐색(이하 인가탐)’, ‘우리들이 사는 세계(이하 우사세)’, 그리고  ‘경영과학’입니다. 인가탐과 우사세는 경희대학교의 간판과도 같은 교양 수업이고 지금의 저에게 굉장히 흥미로운 수업인데 1학년 때는 반항심이 너무 컸어서 그냥 아예 안 들었거든요. 경영과학은 제가 그 중요성을 너무 늦게 깨달은 ‘최적화’에 대한 과목인데 수학이 어려워서 좀 헤맸어요. 다시 들을 수 있다면 더 열심히 해봤을 것 같습니다.

 


세민: 말씀주신대로 회사 경험도 있으신데 이때의 경험도 많은 도움이 되었을까요?


영준: 엄청 도움이 되었죠. 제가 PM의 커리어를 선택한 이유도 창업가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거든요. 특히 두 번째 회사에서는 PM을 양성하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 회사 가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을 할 정도예요.

 

 


첫 번째 키워드: 독서


 

세민: 지금까지의 모든 경험들이 값진 경험으로 녹아들었군요. 이제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려 합니다. 크게 3가지 키워드로 진행하려 합니다. 첫 번째 키워드는 독서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꾸준히 독서를 하시는데 작년 같은 경우 대략 몇 권 정도를 읽으셨나요?


영준: 작년에는 30+권을 읽었어요. 이 중에는 옛날에 읽었지만 한번 더 읽은 책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게 읽은 책의 수를 말하게 되면 마치 많이 읽었다고 강조해야 할 것 같은데 사실 저는 읽는 책의 수를 줄이려고 하고 있어요. 얼마나 많은 책을 읽느냐보다, 한 권이라도 얼마나 깊게 이해하고 체화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걸 느끼거든요. 누군가에게 지식을 뽐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책을 깊게, N회독하면서 듬뿍 흡수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민: 역시 다독과 함께 정독을 하시는군요, 대한민국 평균 독서율을 생각해 보면 월등하십니다. 그러면 혹시 쉽지 않겠지만 작년에 읽은 책 중 top 5 꼽으실 수 있나요? 간략한 이유도 부탁드립니다!


영준: 너무 어렵네요…..

 

1위 : <모든 것이 괜찮아지는 기술>. 이 책은 현대인들의 고질병인 불안과 스트레스를 다루고 있어요. 주로 철학자들을 비롯한 과거 사상가들의 생각을 가져와서 우리가 어떻게 이 불안과 스트레스에 잘 대처할 수 있는지 설명한 책입니다.

 

2위 : <스토아적 삶의 권유>. 저를 스토아 철학으로 입문시킨 책입니다. ‘철학'이라고 하면 막 이해도 되지 않는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할 것 같은데 스토아 철학은 그런 철학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철학에 더 가까워요.

 

3위 : <코스모스>. 과학과 인간 이성의 위대함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보통 ‘나'라는 한 개인의 관점으로만 세상을 바라봅니다. 즉 내가 경험하는 세상만큼만 볼 수 있죠. 그런데 <코스모스>는 우주의 규모를 얘기하며 관점을 엄청나게 확장시켜 줘요. 우주는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훨씬 크기 때문에, 이런 관점을 접해보는 건 사고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4위 : <불안>. 저는 불안과 FOMO가 오늘날의 정신적 팬데믹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책은 그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어떤 문제든 그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먼저 파악해야 하잖아요? 이 책은 불안의 원인을 매우 명쾌하게 짚어줍니다.

 

5위 : <돈의 심리학>. 위 네 개와 조금 다른 결의 책입니다. 기술이 이렇게 발달하고 인류의 지식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쌓여가는데 왜 개인의 금융, 즉 개인이 부자가 되는 게 여전히 어려운지에 대해 다룬 책이에요. 저자가 말하길 그 이유는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돈 앞에서의 인간의 심리를 명쾌하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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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민: 역시... 독서를 매우 깊게 하시네요. 혹시 본인만의 독서 노하우가 있으실까요? 독서를 어려워하는 분들한테 줄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영준: 독서를 시작하기 어렵다면, 본인이 가장 흥미 있는 분야의 책부터 읽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독서를 하기 싫은 공부처럼 하면 절대 꾸준히 하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내가 평소에 관심이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분야의 책부터 시작하는 걸 추천드려요. 그러다 보면 조금씩 넓혀갈 수 있을 겁니다. 누구나 책은 자기 입맛대로 편식해서 읽습니다.

 


세민: 역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르부터 시도하는 게 좋군요. 그렇다면 영준 님께서 독서를 하는 이유는 많겠지만 독서를 하면서 드라마틱하게 관점이 바뀌거나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은 경험 몇 개를 알 수 있을까요?


영준: 책을 읽고 관점이 변한다는 걸 가장 크게 느낀 건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고 난 뒤였어요. 대표적으로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제가 평소 자주 인용하는 부분인데요, 미국 독립선언문에 서명을 하고 미국의 독립을 이끈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의 대다수는 사실 흑인 노예 소유주였습니다. 그러니까 그들에게 자신들(=백인 미국인)의 자유는 중요했지만, 흑인들의 자유는 중요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우리가 그 사람들을 나쁜 놈들이라고 욕해야 할까요? 그게 아니라는 겁니다. 왜냐면 ‘그때는' 그게 당연했거든요. 오늘날의 도덕적 잣대로는 그것이 명백하게 잘못된 일이지만, 당시에는 부유한 백인이 흑인 노예를 소유하는 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당연한 시대였다는 것이죠.


이러한 논리로 보면,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미래에는 전혀 당연하지 않게 여겨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계속 생각해보다 보면 그 어떤 것도 당연하고 영원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을 읽은 이후로 저는 전통적인 가치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저게 진짜 맞는 말인가? 여전히 유효한가? 앞으로도 유효할까?’ 하는 물음을 달고 살게 됐어요.


 

세민: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을 하려 해요. 독서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요?


영준: 제가 책을 읽는 목적은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흥미이고 하나는 성장입니다. 일단 저는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너무 재밌어요. 머릿속에 새로운 지식을 쌓는 것,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얻는 것, 나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것 등이 너무 즐겁습니다. 그래서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한 달 정도 어디 무인도 같은 데 들어가서 책만 읽는 거예요.

 

하지만 책은 실질적인 이익을 위해서도 읽습니다. 예를 들어 제 업무 역량에 필요한 실용서들이 있죠. 그런 책들은 앞서 말씀드린 인문 서적들과는 결이 많이 다르고 솔직히 순수한 재미로 읽지는 못하지만,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더 잘하기 위해서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들이에요.

 

그래서 궁극적으로 얻고 싶은 것이라 하면 순수한 즐거움과 개인적인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민: 저도 작년부터 열심히 독서를 하고 있는데 영준님의 노하우도 반영해서 올해는 보다 공격적으로 독서를 해봐야겠네요. 그러면 혹시 독서 이외에도 즐겨하시는 게 있으실까요? 운동이라던가 등등


영준: 순수한 재미로 하는 건 주말 밤에 ‘좋은' 영화를 보는 것이 있습니다. 저한테 너무 소중한 시간이에요. 저는 일을 많이 하는 편인데, 제가 좋아서 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일로만 채우면 점점 피폐해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한 번씩 환기시켜 줄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 좋은 영화는 환기뿐만 아니라 뭐랄까… 영혼을 맑게 해주는 느낌…? 참고로 무교입니다.

 

운동도 열심히 하는 편입니다. 근데 운동은 재미 반 의무 반으로 하고 있어요. 자기 관리는 결국 나 자신을 스스로 존중해 주는 행위라고 생각하거든요. 귀찮을 때가 많지만 노력해서 저 자신을 존중해주려 하는 편입니다.

 


세민: 어떻게 보면 앞서 독서가 순수한 재미를 느끼듯이 영화랑 운동 또한 순수한 재미를 느끼게 하는 요소들이네요. 역시 균형 잡힌 생활이 꾸준히 하루하루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네요. 자기 자신을 존중한다는 표현도 인상적인데 자존감과는 결이 다른 의미인 것일까요?


영준: 자존감과 같은 의미예요. 자존감은 나를 바라보는 남의 시선과 나를 바라보는 나 자신의 시선 두 가지의 영향을 받는 것 같은데, 나를 존중하는 행위를 반복하면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합니다. 그럼 내가 더 당당하고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이를 통해 남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긍정적으로 변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세민: 좀 뜬금없기는 한데 갑자기 생각이 나서 질문을 하겠습니다. 혹시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떤 기분이 드는지 등 그냥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어떠한 생각들이 있을까요?

 

영준: 음... 답하기 까다로운 질문이긴 하네요. 제가 생각했을 때 나이를 먹어가는 것은, 머리로만 이해했던 말들을 숱한 경험을 통해 가슴으로까지 이해하게 되는 과정인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어른들이 하는 말들 들으면 ‘당연히 그렇겠지, 뻔한 말 하네'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걸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내가 직접 경험해서 몸으로 느끼는 건 전혀 다르거든요. 그게 곧 지혜인 것 같기도 하고요.


 

세민: 매우 인상적인 답변이네요. 그렇다면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두려움이 있으신가요?

 

영준: 나이를 먹어가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두려운 게 없고, 다만 제가 나이별로 설정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까 봐 약간의 불안감은 있습니다. 특정 나이대별로 제가 이루고 싶은 것, 되고 싶은 모습들이 있는데 그 시기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혹시 내가 꿈꾸던 모습이 되지 못하면 어떡하지?’하는 두려움이 있어요.

 

 


두 번째 키워드: 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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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민: 독서 키워드만으로도 많은 얘기가 나왔네요. 이만 마무리하고 두 번째 키워드 ‘휴튼’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오늘은 보다 심층적으로 ‘휴튼’을 파고 들어보려 합니다. 우선 ‘휴튼’의 어원과 함께 간략히 소개부탁드립니다.


영준: 휴튼은 사람들에게 1:1 맞춤형 질문을 던짐으로써 자신의 생각, 경험, 감정 등을 보다 효과적으로 기록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입니다. 좋은 질문, 특히 마치 인터뷰하듯 개인화된 질문을 던짐으로써 유저분들이 자기 자신과 효과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합니다.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외부 소음이 너무 많은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사회가 정해놓은 정답에 수동적으로 순응하기를 교육받아왔어요. 우리의 교육 시스템이 그렇다 보니, 마치 삶에도 이미 정해진 답, 유일한 정답이 있는 것처럼 여기게 됐죠. 그런데 사실 삶은 그렇지 않거든요. 물론 사회가 미리 정해놓은 답도 나름의 장점이 있겠지만, 그것에 수동적으로 순응하기 전에 누구나 자기만의 정답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야 궁극적으로 자기 다운 삶을 살 수 있을 테니까요.

 

실제로 휴튼의 유저분들은 대부분 본인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많은 고민과 성찰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이런 분들을 위한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다는 게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휴튼’이라는 이름은 제 인생책 중 하나인 <명상록>에서 따왔어요. 로마의 가장 위대한 황제 중 한 명이자 대표적인 스토아 철학자로 손꼽히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책입니다. 재밌는 건 이 책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직접 쓴 책이 아니라, 그가 전장에서 쓴 일기를 후대 사람들이 엮어낸 책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다 보니 내용이 굉장히 성찰적이고 솔직해요. 자기 자신과 깊은 대화를 나눈 가장 훌륭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휴튼의 유저분들이 이런 성격의 글을 더 많이 쓰면 좋겠다는 마음에 이 책의 원제인 에서 따와서 휴튼(Heuton)이라고 지었습니다. 자세히 보면 스펠링이 다른데요 “a”를 실수로 빼먹었어요.

 


세민: 아..! a를 실수로 빼먹은 거였군요? 이것 또한 재밌는 스토리가 되겠네요. 그러면 ‘휴튼’이라는 서비스를 만들기 전에도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 같은데, 간략하게 말씀 주실 수 있으실까요?


영준: 맞아요. 돌아보니 저는 ‘보다 자기 다운 삶을 위해, 사람들이 스스로 성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라는 큰 미션 아래에서 직간접적으로 많은 걸 해왔어요.


예를 들어 제가 효과적으로 내면을 성찰하는 방법은 독서인데요, 대학생 때부터 좋은 책을 정말 많이 읽었고 이걸 제가 아끼는 친구들한테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책 추천을 해줘도 아무도 읽지 않으니(웃음) 제가 저한테 와닿은 내용만 간추려서 떠먹여 주겠다고 시작한 것이 바로 뉴스레터입니다. 대학교 4학년 초에 시작했으니, 중간에 잠시 쉰 걸 빼면 그게 벌써 3년 정도 됐고, 여러 번의 리뉴얼을 거쳐 지금의 ‘휴튼 레터’로 정착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제가 읽은 책들, 또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아티클이나 영상을 번역/요약해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는 서로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모임을 하나 만들었어요. 특정 키워드를 정하고, 주기적으로 만나 그 키워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는 모임이었고 제가 입대하기 전까지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전역한 뒤에는 기록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한 사람이 자신에 대해서 할 수 있는 기록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한데, 각 기록의 특징과 목적에 맞는 템플릿들을 제공하는 서비스였어요. 그런데 이건 제가 당시에 개발을 막 배우던 참이라 좋은 제품을 만들 역량이 턱없이 부족해서 조금 하다가 말았어요.


그리고 PM으로 일하는 동안에는 하루에 하나씩 질문을 던지는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다만 이건 지금의 휴튼처럼 개인화된 질문은 아니고, 모든 유저들에게 똑같은 공통 질문을 던지는 서비스였어요.

 


세민: ‘휴튼’의 첫 시작이 너무나도 궁금한데요, 그때를 떠올리면 어떤 이미지들이 생각나실까요?


영준: 사실 휴튼의 ‘첫 시작'이라는 걸 특정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왜냐면 말씀드린 것처럼 하나의 큰 줄기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왔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그 시작이 대학생 때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작년에 퇴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가 될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이미지를 떠올리기는… 쉽지가 않네요.


 

세민: 어떻게 보면 과거부터 휴튼의 전신의 아이템들을 구축해 왔기 때문에 명확히 시작을 특정하기가 어렵군요. ‘휴튼’이 내포하고 있는 철학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서비스 운영을 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요?


영준: 휴튼의 미션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고 효과적으로 성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생산되는 콘텐츠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소셜미디어의 과도한 발달로 인해 개개인의 준거집단이 지나치게 커져 나 자신을 세상 모든 사람들과 비교하게 되는 지금 시대에, 불안과 FOMO의 수준은 어느 때보다 높아져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삶의 무게중심이 내 안이 아닌 바깥에 존재하게 돼요. 그래서 휴튼이 반드시 하고 싶은 것은 사람들이 외부 소음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만의 기준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 팀이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기준은 “유저가 자신에 대해 효과적으로 성찰하고 자기 자신을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입니다. 이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대부분 본질이 아니니까요.


 

세민: 외부 소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표현이 매우 신선하네요. 본인의 가치관과 신념, 정체성에 반하는 것들을 외부 소음으로 지칭한 것일까요?


영준: 꼭 정체성에 반한다기보다는, 진짜 내 정체성에 맞는지도 모르는데 ”이것이 너의 정체성이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정보 또는 콘텐츠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대학생은 당연히 이래야 한다', ‘20대 후반 여성은 당연히 이래야 한다', ‘30대 중반 남성은 당연히 이래야 한다' 류의 얘기들이죠.

 

이런 것들로 인해 개인은 불안해집니다. 물론 불안은 한 개인을 앞으로 나아가고 발전하게 하는 강력한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단편적으로 규정지어버리는 방식은 대체로 부정적인 FOMO를 조장하고, FOMO는 그 사람의 시야를 좁아지게 만들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세민: 무슨 말인지 이해했습니다. 저도 저런 특정한 소음들 때문에 혼란스러운 대학생활을 보낸 경험이 있네요. 이러한 외부 소음에 흔들리지 않게 도와주는 ‘휴튼’은 몇 명이서 이루어지고 있죠?


영준: 저 포함 두 명입니다.


 

세민: 그렇다면 같이 ‘휴튼’을 키워나가는 분에 대해서도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어떻게 제안하게 되었는지 등.


영준: 휴튼에서 AI 엔지니어의 역할을 다해주고 있는 임세진이라는 분입니다. 사실 저의 20년 지기 친구예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형제 같은 친구입니다. 원래 휴튼은 제가 혼자 만들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AI 기술을 도입해야겠다는 판단을 했어요. 그런데 저는 AI를 다룰 줄 모르거든요. 그때 마침 AI 쪽을 잘 알던 제20년 지기 친구가 마침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를 했고, 마침 휴튼에 흥미를 보이고 있었어요. 그 틈을 타서 코를 꿰어버렸죠. 이 친구는 역량도 역량이지만 휴튼의 미션에 진심으로 공감해 주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같이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세민: 와우 20년 지기 친구가 영준 님이 제안한 미션에 대해 공감을 하고 같이 서비스를 운영하다니 매우 낭만적이네요.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으로 궁금한 질문입니다. 의견 맞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꼭! 답변해 주세요.


영준: 의견이 맞지 않을 때는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기준부터 다시 생각하려 합니다. 논쟁의 목적은 언제나 ‘너랑 나 중에 누가 옳냐’가 아닌 ‘어떤 것이 휴튼의 유저에게 최선의 결정이냐’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렇게 본질로 돌아와도 결정하기가 참 애매할 때가 많은데요, 그럴 때는 유저와 관련된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하고 있는 사람의 의견을 따르거나, 그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의 결정을 따라요.

 

예를 들어 AI 기술과 관련된 건 제가 아무리 악을 써도 세진님이 최선의 판단을 해줄 것이라 믿기 때문에 최종 결정은 세진님이 하고요, 반대로 제품과 관련된 부분은 웬만하면 제가 결정하려 합니다.

 


세민: 휴튼의 발전을 위한 생산적인 논쟁을 통해 현명하게 의견을 조율해 나가시는군요. 아 참 인터뷰를 위해 보내주신 휴튼의 미션을 담은 글을 정독했습니다. 현시대를 관통하는 의미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이 적혀있어서 휴튼의 철학을 매우 잘 담은 소개서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럼 영준 님이 생각하는 ‘깊은 생각’은 무엇인가요?


영준: 사실 ‘깊은 생각'이라는 단어가 읽는 분에 따라 괜히 거창해 보이고 심지어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깊은 생각'이란 외부 소음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가치관을 세우는 과정입니다. 아, 당연히 외부에서 도움을 얻는 것은 중요합니다. 먼저 인생이라는 여정을 경험해 본 사람들, 내가 원하는 성취를 이뤄낸 사람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흡수하는 건 정말 중요해요. 하지만 그것들을 수용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나에게 중요한 건 뭐지? 나의 정답은 뭐지? 저 사람들의 방식이 나에게도 유효한가?’ 이런 고민을 놓지 말아야 해요. 그래야 비로소 나만의 기준이 생기고 삶의 무게중심을 내 안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죠.

 


세민: 나만의 기준, 나만의 무게중심. 급변하는 요즘 시대에 더욱 필요한 개념이네요. 그러면 이어서 ‘좋은 질문’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다소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혹시 본인만의 기준이 있으실까요?


영준: 저희 팀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좋은 질문'이라는 것은 정의를 내리기도 어렵지만 이것을 기술로 구현한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어쨌든 저희가 생각하는 ‘좋은 질문'이란 궁극적으로 자신도 몰랐던 자신을 알게 해주는 질문입니다. 마치 나에 대한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추듯이요. ‘아, 나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해볼 수도 있네?’를 느끼게 해주는 질문이 결국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민: 자신도 몰랐던 자신을 알게 해주는 질문! 매우 명쾌하네요. 그렇다면 영준님이 휴튼을 사용하면서 받아본  재미있거나 인상 깊은 질문을 꼽을 수 있을까요?


영준: 제가 ‘방황'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모르는 상태도 방황이지만, 방향과 목적지는 있는데 그곳에 어떻게 다다를 수 있는지 모르는 상태 역시 방황이라고 적었어요. 그러자 다음 질문이 ‘목적지에 가기 위한 다른 길을 탐색하는 과정도 방황이라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제 이전 답변의 핵심 포인트를 더 파고드는 질문을 하더라고요. 그때 감탄했습니다.


 

세민: 오... 이거는 개인적으로 메모를 하고 싶네요. 그러면 영준님의 방황의 시기가 혹시 언제였을까요? 말 안 들었던 사춘기 시절은... 제외하고 말씀 주세요.


영준: 대학교 입학 직후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내가 상상하던 모습과 딴판인 대학의 모습에 너무 크게 실망했으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냥 순응할 것인가 아니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 것인가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1학년 때 그렇게 놀았나 봐요. 뭘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그냥 친구들이랑 술 퍼먹고 노는 거죠.


근데 사실 인생에 큰 방황의 시기는 딱히 없었어요. 저희 부모님이 가장 걱정하시는 게 제가 살면서 사춘기가 없었다는 거예요. 이러다가 나이 들어서 크게 사고 칠까 봐 걱정이라고 하시는데 저도 걱정입니다.

 


세민: 그렇다면 올해 휴튼의 목표! 말씀부탁드립니다.

 

영준: 휴튼을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의 형태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왜냐하면 내면을 성찰하고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은 결코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거든요. 그래서 마치 운동처럼, 휴튼에 자신의 생각, 경험, 감정 등을 기록하는 행위를 최대한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휴튼이 유저분들에게 진짜 가치를 드리는 방법입니다. 헬스장처럼 연초에 끊어놓고 한 달 다니고 마는 서비스가 되면 안 돼요. 이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합니다.


사실 옛날에는 무조건 빠르게 성장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멋있잖아요. 그런데 물론 빠른 성장이 정말 좋고 모두가 꿈꾸는 목표이기도 하지만, 여기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본질을 잃어버리기 쉬울 것 같더라고요. 의사결정의 기준이 ‘유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가?’에서 ‘당장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가?’로 바뀌면 프로덕트의 전략 역시 바뀌거든요. 전략이 바뀌면 당연히 실행도 변하기 마련이고요. 이건 옳은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적당히 빠른 성장을 하되 지속가능성에 조금 더 방점을 둔 프로덕트를 만들고 싶습니다. 균형을 잘 잡으면서 성장하고 싶어요.

 

 


세 번째 키워드: 스토아 철학


 

세민: 적당한 빠른 성장과 지속 성장, 역시 건강한 성장을 지향하는 프로덕트 휴튼의 성장을 응원합니다. 이제 3번째 키워드는 스토아 철학입니다. 스토아 철학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영준: 스토아 철학은 삶의 자세를 다루는 철학입니다. 명쾌하게 소개하기엔 제 지식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저에게 가장 깊게 와닿았고 또 제가 가장 실천하려고 하는 부분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의 구분'입니다. 세상에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우리는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요. 나에 대한 다른 사람의 평가, 미래에 대한 걱정, 과거에 대한 미련 등등이 있죠. 스토아 철학은 여기에 신경 쓰지 말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알면 알수록 T가 만든 철학이에요.

 


세민: 현대인들에게 매우 필요한 철학으로 보이네요. 물론 저를 포함해서요. 열심히 스토아 철학을 영업(?)하던 영준 님이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스토아 철학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영준: 제 전 회사 대표님이 추천해 주셔서 알게 됐어요. 그분의 책 취향을 저는 무척 좋아해서, 추천해 주시는 책은 대부분 읽어보려고 하는데요, 2023년 초에 <스토아적 삶의 권유>라는 책을 소개해주셨어요. 그 책을 읽고 ‘이거다' 싶었습니다. 그 이후로 <스토아 수업>, <명상록>, <모든 것이 괜찮아지는 기술>을 읽으며 더 심취(?)하게 됐어요.

 


세민: 스토아 철학과 관련되어 이렇게 많은 책이 있는지 몰랐네요. 그렇다면 이미 스토아철학을 일상생활에 잘 적용하고 계시는 거 같은데 이처럼 스토아 철학을 일상에 적용하고 싶은 분들에게 한마디를 하자면!


영준: 명확합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는 겁니다. 스토아 철학에서는 한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밖에 없다고 얘기해요. 인식과 행동입니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인식), 그리고 거기에 어떻게 대처할지(행동), 이 두 가지밖에 우리는 통제할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현재에 집중해야 합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밖에 없으니까요. 과거는 지나가버렸고 미래는 오지 않았습니다. 지금 통제할 수 있는 순간에 집중해야 해요.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멘탈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물론 말만큼 쉽지는 않습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세민: 많은 답변 너무나도 잘 들었습니다. 이상 인터뷰를 마치면서 식상하지만 제일 중요한 질문! 올해 개인적인 목표를 잡아 놓으셨을까요?


영준: 제프 베조스가 했던 말인데요, 훗날 올해를 돌아봤을 때 후회의 개수를 최소한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결정들로 꽉꽉 채워나가고 싶습니다. 일에서도 그렇고 개인적인 삶에서도요.

 


세민: 최소한의 후회라... 이것도 메모하겠습니다. 저도 올해 목표는 영준님을 따라서 최소한으로 후회하는 삶으로 가겠습니다. 아쉽게도 마지막 질문입니다. 어렵기도 하지만 궁금하네요. 영준님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영준 : 평소에 많이 고민하는 주제예요. 저는 행복이라는 게 어떤 지속적인 상태라기보다는 순간순간 찾아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혼자 조용히 앉아서 좋은 책을 읽을 때, 주말 밤에 맥주 한두(서너다섯여섯일곱) 캔 하며 좋은 영화를 볼 때, 새벽에 산책하면서 좋은 음악을 들을 때, 아끼는 친구들과 실없는 농담 하면서 떠들고 놀 때, 가족들과 둘러앉아서 저녁을 먹을 때 등, 일상에서 순간순간 찾아오는 게 행복인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삶의 매 순간이 행복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매 순간 행복을 느낄 수는 없더라도 늘 감사하는 마음은 가지려고 합니다. 저에게 지금 주어진 것들에 감사할 줄 알고, 그 안에서 한 번씩 ‘아, 지금 너무 좋다'라고 느끼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행복입니다.

 

 

세민: 귀한 시간 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의 고민뿐만 아니라 해당 인터뷰를 읽는 많은 분들께서도 많은 영감을 얻으실 것 같습니다. 앞으로 오영준, 휴튼 모두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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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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