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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비 오는 날을 기다리는 사람들

누군가에게 비는 즐겁기도 슬프기도 한 날

by 최아정 에디터
2026.06.11 07:49

 

 

일기예보에 비 표시가 뜨면 사람들은 한숨을 쉰다. 우산을 챙겨야 하고, 날은 습하니까 출근길은 막힐게 뻔하다. 뉴스에서는 일부 지역의 침수 피해를 걱정한다. 날씨 앱 속 작은 빗방울 그림이 우울한 소식처럼 떠오른다.

   

나는 비오는 날을 너무나 싫어한다. 눈과 비가 내리는 날이면 외출은커녕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 있을 생각을 하기 바쁘다.

 

눅눅한 공기, 젤리처럼 찐득거릴 것만 같은 온도와 습도……. 아무것도 하기 싫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그랬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 비 오는 날은 조금 특별하다. 한강 인근이라 사람들은 비 예보를 보면 은근히 반긴다. 직원들 끼리 “내일 비 많이 온대?” “이번주 일기 예보좀 봐봐”하며 비 소식을 기다린다. 장사가 잘되서 기쁜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비가 오면 손님이 줄어들고, 매출도 떨어진다.

 

하지만 덕분에 우리는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다.

 

 

비비.jpg

 

 

맑은날의 한강은 사람들로 가득차있다. 가족, 연인, 친구들까지. 모두가 좋은 날씨를 즐기기 위해 나온다. 그러기에 주문은 끊이지 않고 쉴 틈 없이 움직여야한다. 물론 한가한 것 보다 적당히 바쁜게 좋지만.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쁠 때가 많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의 한강은 전혀 다른 장소로 변한다.

 

사람들이 떠난 벤치는 젖어있고, 평소라면 길게 늘어섰을 줄이 사라지고 매장 안도 조용해진다. 비가 오면 실내는 습해지는데 그제서야 우리는 창밖을 바라롤 여유를 찾는다. 비에 젖은 강물과 흐릿한 풍경을 바라보며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기도 한다.

 

바닥이나 물건 정리, 묵은 떼 청소 등 안 보였던 공간의 깊숙한 틈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청소를 한다. 우리는 장사가 안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잠시 쉬고 싶어 하는 것이다. 잠깐이라도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일테지.

 

어쩌면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다른 이유로 비를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농작물을 위해, 누군가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누군가는 창문을 두드리는 듯한 빗 소리를 감상하기 위해. 그리고 나는 잠시 멈춰 설 시간을 얻기 위해……. 그러니 같은 비를 보면서 누군가는 한숨을 쉬고, 누군가는 미소를 짖는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의 불편은 누군가의 휴식이 될 수 있다고.

 

오늘도 예보에 비 표시가 떠 있다. 사람들은 우산을 찾겠지만 나는 창밖을 한 번 더 바라본다. 그리고 조금 미안한 마음으로 비가 오래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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