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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나’를 놓을 줄 아는 용기가 없는 모든 이들에게 -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 [영화]

안정은 때론 우리를 정체하게 만든다.

by 이상아 에디터
2026.05.19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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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의 출장을 앞둔 ‘쇼타’는 단골 라멘 가게에서 우연히 일본에 여행을 오게 된 한국 청년 ‘대성’을 만나게 된다.

 

일밖에 모르고 살아온 ‘강철맨’ 쇼타는 위기를 맞이한 회사를 구하기 위해 가슴속에 사직서를 품은 채 마지막 출장을 떠날 예정이었고, 사랑밖에 모르는 대성은 일본인 여자친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진심을 담아 쓴 편지를 품은 채 그녀의 고향을 여행한다.

 

어리숙한 일본어와 한국어로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서로의 진심을 확인 한 두 사람은 사직서와 편지가 바뀐지도 모른 채 서로가 가던 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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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타와 대성은 모두 확고한 목표를 갖고 있다.

 

쇼타는 출장을 잘 마무리 지어 회사를 위기에서 구하고 지친 자신을 위해 사직서를 내려 한다. 그러나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그의 표정엔 사직 다음 계획이 없어 보인다. 그렇기에 이 결정이 옳은지도 판단하지 못한 듯해 보인다. 그는 출장지에서 만난 한국 직원에게 “우리는 모두 환경에 맞춰 변화하고 가장 안정적인 상태로 가야 하잖아요”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가 맞춰온 환경엔 그가 사랑하던 아내도, 아이도, 일을 사랑하던 마음도 없어진지 오래이다. 일상을 잃어버린 그에게 대성의 편지는 오랜만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을 알게 하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대성은 자신의 삶은 모두 내려놓은 채 오직 여자친구의 마음을 돌려놓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진심을 담은 편지 하나 전해줄 용기조차 없는 그는 결말을 아는 새드 무비의 주인공처럼 처연한 표정을 한 채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 돌아다닌다. 함께 오려고 했던 여행지를 걷고 있지만, 해야 할 숙제가 있는 그도 결국엔 쇼타처럼 출장을 온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진짜 이별’이라는 환경에 놓인 그는 맞춰 변화하지도, 주저앉아 버티기도 어려워 보인다.

 

그런 그에게 쇼타의 사직서는 공허함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으로 가는 VIP 티켓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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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달려가는 쇼타와 뒤만 보고 돌아가려는 대성을 보며 ‘안정’에 대해 다시 한번 곱씹어 보게 된다. 인간이 살면서 가장 안정적인 상태란 어느 때를 말하는 것일까? 젊은 체력과 시간을 가진 2030세대, 재력과 경험을 가진 4050세대, 가정과 은퇴 후 시간을 가진 6070세대.

 

인간은 시간이 지나도 자신이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부재를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 안정한 상태가 된다 해도 도태되고 정체되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서로가 서로의 삶을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 이 시대엔 특히 가만히 있다간 빠른 시간 내에 뒤처지는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안정‘이란 시간에서 오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나의 마음적 여유에 따라 안정은 때론 우리를 정체하기 쉬운 사람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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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복잡한 생각은 뒤로하고 각자의 나라에서 새로운 인연을 쌓는다. 쇼타는 대성 덕분에 출장지의 한국 사람들과 함께 협동하며 오해를 풀게 되고, 대성은 쇼타 덕분에 그의 가족들을 만나며 낯선 이들 사이에서 잊고 지내던 정을 느낀다. 서로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일상을 바꾼 두 사람은 어색한 이들에게서 익숙함을 느끼며 자신에 대해 더욱 또렷하게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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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과 여행은 일과 일상이라는 차이 때문에 반대의 의미를 가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낯선 공간에서의 새로운 환경이라는 큰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 환경이 즐겁게 느껴질지 반대로 느껴질지는 나의 마음가짐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

 

대성은 지하철에서 우연히 부딪힌 청년의 안경이 부러지며 함께 안경원으로 향하게 된다. 안경은 고쳐질 수 없게 됐지만, 청년은 집착하던 것인데 오히려 잘 됐다고 말한다. 아내와 이혼한 이후에도 자신이 직접 만든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던 쇼타는 우연하게 반지를 잃어버리게 된다.

 

낯선 공간에서 익숙한 것을 버리게 되었지만 두 사람은 억지로 다시 찾으려 하지 않는다. 짧은 출장과 여행이었지만 그동안 변화한 자신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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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아픔 없이 새로운 사랑은 오지 않는다. 상처 없이 성장은 이뤄지지 않는다. 쇼타는 여행 같은 출장으로 옆을 돌아보게 되었고, 대성은 출장 같은 여행으로 앞으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우연한 행운으로 자기 자신을 놓을 줄 알게 된 두 사람의 여정이 영화를 보는 모든 이들에게 회피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있는 영화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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