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Review] 0과 1이 없는 기쁨의 정원 - 타샤의 기쁨 [도서]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당신만의 평온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by 이상아 에디터
2026.05.16 08:49

 

 

<타샤의 기쁨> 속에는 숫자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쪽 번호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크고 탐스러운 노란 꽃줄기를 그린 그림에 코끝에 향이 머무는 듯 느껴진다.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겨봐도 이곳을 정의하는 번호는 없다. 대신 아름답고 수수한 꽃과 나무, 알록달록 귀여운 옷을 입은 아이들, 작고 큰 강아지들과 근사한 문장들이 가득하다.

 

 

타샤의 기쁨_표지(입체).JPG

 

 

지금 보고 있는 문장이 마음에 든다면, 페이지 숫자를 기억하는 대신 문장을 통째로 기억해야 한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스크린숏을 찍는 간편함이 익숙한 두 손은 오랜만에 펜을 들고 짧은 필사를 해 나갔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보고 싶은 이의 모습을 하나하나 기억해 내듯, 활자 하나하나가 마음속에 들어와 채워졌다.

 

번거롭지만 충만한 기쁨을 느끼게 하는 것. 어쩐지 타샤 튜더가 인생을 지내온 방식과 많이 닮아있는 단단한 책 한 권인 듯하다.


타샤 튜더는 홀로 4명의 아이들을 키우며 그림을 그리고 동물을 키우며 화초 가꾸는 일에 열중하며 살아온 작가이다. <1은 하나>, 등으로 미국 어린이 도서관 협회에서 아동 대상 그림책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의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수여하는 상인 ‘칼데콧 상’을 수상하면서 그림책 작가로서 명성을 획득했다.


100여 권의 그림책을 남긴 그녀는 버몬트주 산골에 땅을 마련해 18세기 풍의 농가를 짓고 오랫동안 소망하던 정원을 일궈냈고, 현재까지도 그녀를 정의하는 유명한 장소로 알려져 있다.

 

 

IMG_1001.jpg

 

 

작은 동화 속 세상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녀의 정원 같은 곳이 아닐까.

 

19세기 생활을 좋아해 빈티지한 원피스를 입고 골동품 가구와 그릇을 쓰며 30만 평 대지 곳곳 푸르름과 생명을 심던 타샤의 모습은 모든 현대인들이 꿈꾸는 슬로 라이프의 시초일 것이다. 그녀가 얼마나 정원에서의 생활을 사랑했는지는 책 속에 가득 담긴 삽화들로부터 알 수 있다. 단순히 정원의 꽃과 나무를 그린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살아 움직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처럼 또렷하게 기록해놓았다.

 

나무 위에서 장난치고, 연못을 구경하고, 달을 바라보는 그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생명을 향한 작가의 시선이 숨 쉬고 있다.

 

 

IMG_0999.jpg

 

 

["특별한 시작이나 끝도 없고 달리 전하고픈 메시지도 없다 (…) 여러분도 그림을 들여다보면서 행복을 찾기를"] - 타샤 튜더

 

그림을 그리고 정원을 가꾸는 삶. 글자로만 마주하면 한 떨기 수선화처럼 청초한 삶이었을 것 같지만 타샤 튜더가 살아온 시대의 이혼한 여자 홀로 그림으로 생업을 이어가며 4명의 아이들을 키우는 삶이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녀가 사랑한 문장들에는 따뜻하지만 강인한 문장들이 유독 눈에 띈다.


“환상과 이별하지 말라, 환상이 사라지면 그대는 여전히 존재할지라도 살아가는 것을 멈춘 것이니” - 마크 트웨인, <적도를 따라서>


“우리 눈이 보고 우리 눈에 보이는 것 모두 꿈속의 꿈일 뿐이니” - 에드거 앨런 포, <꿈속의 꿈>


“오후의 차 한잔 인생에 그보다 더 근사한 시간이 있을까” - 헨리 제임스, <여인의 초상>

 

 

IMG_1009.jpg

 

 

타샤가 서문에서 말한 ‘특별한 시작이나 끝도 없고 달리 전하고픈 메시지도 없다’는 말에 마음이 가벼워진다.

 

반드시 행복해야만 한다는 목표를 향한 의무감도, 쪼개진 시간을 매번 체크하며 지내는 일상도 모두 정원의 새벽 안갯 속에 묻어진다. 행복은 자기 자신 안에 있다는 말처럼 그녀가 사랑한 문장들을 다시금 되새기며 나만의 씨앗을 심을 준비를 한다.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던 그녀처럼, 나만의 마음속 정원을 풍성하게 가꿔내고 싶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