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한 켠에 두고, 힘들 때마다 한 장씩 꺼내먹고 싶은 책.
일상 속 소중함을 풀어내는, 타샤 튜더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서점에서 그녀의 이름을 꽤나 많이 마주했다.
항상 삶과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담백하고도 힐링되게 풀어내는 매력이 있는 사람. 어느 숲 속에 들어가서 조용히 읽으며 행복을 찾고 싶은 책들이 많았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떠올리게 되는 감성이기도 하다. 그의 책을 읽다보면 그가 가진 지혜, 자연과 삶에 대한 가치관을 확인할 수 있어서 마음이 괜시리 포근해진다.
타샤 튜더는 뉴잉글랜드에서 태어났으며, 평생 역사적인 전통에 충실한 클래식한 생활 방식을 유지했고, 이를 예술로 표현했다. 타샤가 그리는 따뜻한 감성의 섬세한 수채화는 가족에 대한 소중한 사랑과 추억을 다시금 상기시키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타샤처럼 자연과 동물과 아이들을 끌어안게 해준다.
엄격한 규율을 지키며 살던 타샤는 아홉 살에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 친구 집에 맡겨졌고, 그 집의 자유로운 가풍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열다섯 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혼자서 살기 시작한 타샤는 비로소 그림을 그리고 동물을 키우면서 화초를 가꾸는 일에 열중하기 시작한다. 이혼한 뒤 그림을 그리며 혼자 4명의 아이들을 키웠던 타샤는 그림책 작가로서 확고한 명성을 획득하고 약 100여 권의 그림책을 남겼다.
56세에 인세 수익으로 드디어 산골에 땅을 마련한 타샤는 18세기 풍의 농가를 짓고 오랫동안 소망하던 정원을 일궈냈고, 이 정원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정원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녀는 골동품 수집가이자, 인형 만들기와 같은 고풍스러운 취미를 가진 사람이다. 멋진 할머니이다.
특히, 오늘 소개할 '타샤의 기쁨' 책에는 화가로서의 그녀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림 속에 타샤의 일상생활이 자주 등장한다. 활달하게 뛰노는 웰시코기들, 눈 덮인 자연과 정답게 빛나는 창가, 타샤의 손녀들 등 그의 삶이 잘 그려졌다. 더불어 하늘하늘한 라일락과 화사한 팬지의 향기, 티타임과 책, 동물과 손주들에게서 기쁨을 얻는 여인으로서의 모습도 담겨 있다.
타샤는 이 모든 것을 세심하게 그리는 데서 기쁨을 찾았다.
당신의 감상으로서 비로소 완성되는 책
"이 책은 이야기 책이 아니다. 특별한 시작이나 끝도 없고 달리 전하고픈 메시지도 없다. 그저 과거와 현재의 추억에서 건져 올린 기쁨의 말만 오롯이 담겨 있다. 내가 그림을 그리며 행복을 느꼈듯, 여러분도 그림을 들여다보면서 행복을 찾기를. 그림은 내가 그렸고, 글은 '다른 이들이 남긴 꽃'이다."
- 1979년 코기 코티지에서, 타샤 튜더
이 책은 정말 아름다운 문장들과 조각들이 가득한 그림책이다. 위에 타샤가 언급한 것처럼 이야기 책이 아니고 시작과 끝이 있지도 않다. 나는 오히려 그래서, 더욱 독자들이 상상 할 여지가 넘쳐난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이 본인만의 감정과 기준으로 시작과 끝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랬다. 마치 미술관에서 미술 작품을 하나하나 감상하는 듯, 천천히 음미하며 책을 읽는다면 새롭고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가끔 사람이 아닌 책, 노래 가사 등으로부터 더욱 진한 위로를 받기도 한다. 이 책 또한 나를 위로했는데, 그림과 함께 쓰인 몇몇의 문장들이 특히 내 가슴에 와닿았다. 그 중 몇개를 아래 소개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필사하기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결국 우리 자신일 뿐이기에 자신 안에 없는 것은 자신이 만든 작품 안에도 없다. - 오스카 와일드, '예술가로서의 비평가'
행복은 사소한 편린들로 이뤄져 있다. 키스, 미소, 다정한 눈빛, 진심으로 하는 칭찬, 유쾌함과 상냥함이 깃든 작은 행동 같은 곧 잊힐 소소한 것들로. -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즉흥 시인'
우리는 행복해야 할 의무를 가장 소홀히 한다.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게으른 자들에 대한 사과'
그대를 조금만 나누어 준다면 그것이 바로 선물. - 랄프 왈도 에머슨, '선물'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은 자기다워지는 것을 아는 것. - 미셸 드 몽테뉴 '고독'
이는 내 삶에 힌트를 준 문장들이며, 각자에게 와닿는 문장들은 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삶의 힌트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고 본인을 기다리고 있는 문장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걸 추천한다. 분명 당신에게 말을 건네고 싶은 문장이 하나는 있을 테니까.
"좋은 책은 좋은 독자가 만든다. 어느 책에나 마음을 찌르는 한 구절,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읽는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르다. 그렇기에 가장 심오한 사상과 열정은 그와 똑같은 영혼을 가진 이가 발견해 줄 때까지 잠자고 있다."
- 랄프 왈도 에머슨, '성공'
마음 속 평화가 필요한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읽다가 좋아서 발췌해 온 옮긴이의 말을 첨부하겠다. 마음의 평안이 필요한 자,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을 떠나고 싶은 자, 바쁜 삶 속에 단단하고 순수한 마음을 다시 되찾고 싶은 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수십개의 카드들을 마음에 묻고 살다보면, 언젠가 그 카드와 그림이 당신에게 힘을 줄 지도 모르니.
"이 책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고 아이들과 동물들이 있고, 꽃과 나무가 있다. 유년의 추억과 이야기가 있다.
한 장씩 넘기면서 짤막한 글을 읽노라면 어느 먼 세상에 다녀온 듯 마음이 아련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매 장마다 카드를 한 장씩 받는 기분을 느꼈다. 내가 경험하지 못했으나 마음 깊은 곳에 깃든 세계로 오라는 초대장을 받은 것 같았다. 쭉 읽기보다는 기분에 따라 마음에 드는 그림을 펼쳐서 밑에 적힌 글귀를 읽으며, 거기 닮긴 삶에 대한 통찰과 그림이 표현하는 아름다운 세상에 푹 빠져보기 바란다. '타샤의 기쁨'은 그 풍족한 설렘으로 부르는 초대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