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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보테로의 볼륨, 다시 만난 조형의 감각 - 페르난도 보테로展 [전시]

손으로 다듬었던 볼륨이 작품 앞에서 다시 살아난 순간

by 임혜인 에디터
2026.05.10 11:01



학창 시절, 조형 수업에서 볼륨감이 드러나는 도예 작품을 만든 적이 있다.

   

이때 어떤 작품을 만들지 자료를 찾으면서 알게 된 작가가 바로 '페르난도 보테로'였다. 인터넷으로 처음 그의 작품을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신기했다는 점이다. 또한 볼륨감의 대표적인 형태인 구는 단순하기도 해서 그 형태를 참고해 작업하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막상 작업을 시작해 보니 예상과는 달랐다. 볼륨감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형태를 매끄럽게 다듬고 균형을 맞추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집중이 필요했다.

 

그때 완전한 볼륨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섬세한 과정인지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것을 자신의 조형 언어로 만들어낸 작가가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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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2023년 작고 이후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전시 <페르난도 보테로: 형태의 미학>을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으로 보러 갔다.

 

전시장을 천천히 둘러보는 동안 학창 시절의 그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동안 사진이나 화면으로만 접했던 작품들을 실제로 마주하며 작가의 조형 세계를 조금 더 가까이 이해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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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보테로는 20세기 라틴아메리카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그의 작품은 '보테리즘'이라 불리는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담는다.

 

콜롬비아에서 태어난 그는 지역 문화와 종교적 분위기 속에서 감수성을 키웠고 이후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고전 회화를 공부하며 형태와 비례에 대한 깊은 관심을 키워 나갔다.

 

전시를 통해 그의 생애를 따라가다 보니 작품 속 풍만한 형태와 묵직한 존재감이 단지 독특한 스타일이 아니라 그가 지나온 시간과 경험 속에서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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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에서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단연 형태다.

 

인물과 사물은 실제보다 훨씬 풍만하고 둥글게 표현되지만, 단순히 과장되었다기보다 묘한 안정감과 균형감을 준다. 화면 속 인물들은 말없이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뿐인데도 묵직한 존재감을 남긴다.


형태와 함께 인상 깊었던 것은 색채였다. 선명하고 강렬한 색들은 작품에 생기를 더했고 둥글고 부드러운 볼륨과 만나 독특한 긴장을 만들었다. 풍만한 형태가 주는 안정감과 화려한 색채가 주는 생동감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작품 앞에 오래 머물게 했다.

 

아마 이 두 요소가 그의 작품을 계속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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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보테로의 예술 세계를 여섯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첫 번째 섹션 '변주'에서는 미술사 거장들의 명작을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두 번째 섹션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작가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는 풍경과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곳을 바라보는 깊은 시선이 느껴졌다.

 

세 번째 섹션 '종교'에서는 종교적 상징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풀어내고 네 번째 섹션 '정물'에서는 색채와 구성을 통해 형태가 지닌 안정감과 조형미를 보여준다.

 

이어지는 다섯 번째 섹션 '투우'와 마지막 여섯 번째 섹션 '서커스'에서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연결된 장면들이 펼쳐진다. 작품에서는 투우사와 서커스 단원들의 역동적인 몸짓과 화면 속 긴장감 속에서 화려함 뒤에 놓인 현실까지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여섯 개의 섹션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작품을 나열해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라 페르난도 보테로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았는지를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

 

풍만한 형태와 강렬한 색채 뒤에는 그의 기억과 문화, 그리고 인간을 향한 관심이 함께 녹아 있다는 점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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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보며 다시 떠올린 것은 학창 시절 손으로 흙을 다듬던 감각이었다.

 

그때는 단지 형태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형태가 어떻게 하나의 감정과 시선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같은 '볼륨'이라도 그것이 무엇을 담고 어떻게 바라보게 만드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생긴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유명 작가의 대표작을 감상하는 자리에 머물지 않았다. 화면으로 볼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형태의 무게와 색채의 밀도, 그 안에 담긴 시간을 직접 마주할 수 있었다. 전시장을 나서는 길에는 예전에 어렵게 다듬었던 작은 도예 작품이 떠올랐다.

 

완벽한 볼륨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오랜 시간 자신만의 형태를 만들어낸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업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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