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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영화 <로봇 드림>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이지만 어쩐지 뮤지컬 같은
파블로 베르헤르 감독의 영화 <로봇 드림>은 애니메이션이지만, 뮤지컬 영화 같은 느낌을 준다.
뮤지컬에서는 넘버 하나가 끝나면 1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점프되기도 하고, 목적을 향한 다짐이 이루어지기도 하며,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기에도 충분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이와 비슷하게 음악 하나로 순식간에 관객을 사로잡는 영화 <로봇 드림> 역시 대사보다는 음악의 중요성을 강하게 내세운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대체 어떻게 한 마디의 대사도 없이 100분 남짓한 러닝타임을 채울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로봇 드림>은 바로 이 '음악'이 가진 힘을 활용하면서 극의 분위기를 전환하고, 지루함을 덜어낸다.
특히 주제곡이나 다름없는 노래 "September"는 영화의 기승전결을 매우 효과적으로 나타낸다. 영화 초반에 이 곡이 쓰일 때는 발랄하고 즐거운 한때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한편, 결말부에 흐르는 "September"는 엇갈린 인연과 이별의 순간을 감정적으로 고조시키며 관객에게 묵직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해 주기 때문이다.
비인간 주인공의 사랑스러움!
또한, 이 영화는 인간과 로봇의 우정이 아닌 비인간들끼리의 우정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기술이 발전하고, 로봇과 AI 분야가 각광을 받음과 동시에 인간과 로봇의 우정 또는 사랑을 다룬 작품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강아지와 로봇, 즉 비인간과 비인간의 우정을 다룬다는 점은 다소 특별하게 다가온다. 인간이 배제된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가진 이 특별함은 서사 속에 어떤 식으로 발휘되었을까.
현시대의 인간들은 서로를 귀여워하는 것보다는 강아지를 귀여워하는 게 훨씬 더 일리 있고 설득력이 있는 세태 속에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 주인공 '도그'가 자신을 그토록 기다리는 '로봇'을 두고 새로운 로봇을 얻는다거나, 할로윈 데이 때 아이들에게 골탕을 먹이는 등의 행동을 취한다 하더라도 인간을 판단할 때보다는 더 약한 윤리적인 잣대에서 바라보지 않을까. 그런 상황 속에서 '인간' 관객들은 도그라는 주인공에 더 쉽게 몰입하면서 그의 편이 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물론 주인공으로 강아지와 로봇을 택한 데에는 더 많은 기준이 작용했을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기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즉 '포스트 휴머니즘'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열렬하게 이야기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인간 이후의 세계, 즉 '인간과 비인간의 구분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유효해지는 이 시점에 비인간을 앞세운 영화 <로봇 드림>은 인간과 유사한 감정과 행동을 취하는 비인간 주인공 서사를 통해 인간 관객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동시대의 논의 지점을 적확하게 다룬 영화라고 볼 수 있겠다.
환상과 현실의 교차 지점
<로봇 드림>의 서사적인 부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요소는 '환상과 현실의 교차'였다. '뒤통수'를 치는 구조의 반복이라고 할까. <로봇 드림>에서는 '도그'나 '로봇'에게 긍정적인 환상이 먼저 펼쳐진 뒤,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며 다시 냉혹한 현실이 주어진다. 처음에 로봇이 무사히 해변을 빠져나가 도그의 집으로 돌아가는 환상을 보았을 때, '벌써부터 도그랑 로봇이 재회하면 안 될 텐데?'라는 생각을 했지만 사실은 그게 환상이었고 현실은 잔혹하다는 반전에 상당한 얼얼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제대로 영화에 몰두할 수 있었다. 이처럼 <로봇 드림>은 도그와 로봇의 환상과 현실이 교차되는 지점을 반복하며 서사를 진전시키는데, 한두 번 반복될 때까지는 상당히 참신하고 흥미로웠던 반면 반복되는 횟수가 늘어나자 이어질 전개가 어느 정도 예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말부에서 다시 로봇의 환상이 펼쳐질 땐, 이미 여러 차례 반전을 겪은 관객은 그 장면이 '환상'인 줄 알면서도 진짜 재회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가 다시 현실을 마주했을 때는 "그래, 이게 진짜지"라는 씁쓸함을 삼키면서도, 각자의 공간에서 같은 노래에 맞춰 같은 춤을 추는 두 친구의 우정을 보면서 뒤늦게 밀려오는 감동을 만끽하게 된다. <로봇 드림>은 과감하게 대사를 포기하는 대신, 음악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관객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영화를 보고 나면 "September"의 도입부, 즉 'Do you remember?'만 듣더라도 금방 다시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빨려 들어가는 체험을 하게 된다.
대사만 남발하는 여느 작품들과 달리 서사를 담백하게 전달하면서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방식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무척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