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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기적은 가까이에 있다 - 원더 [영화]

가지각색의 사랑스러운 우주

by 정예진 에디터
2026.05.0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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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변할 순 없었다. 난 평범한 아이가 될 수 없을 거다.

애들이 놀이터에서 날 보고 도망치고, 어딜 가나 날 쳐다보니까.

그렇지만 봐도 괜찮다.

내 이름은 어기 풀먼, 다음 주면 5학년이다.

진짜 학교는 처음이라서 지금은 너무너무 무섭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우주가 있다. 되고 싶은 것, 소망의 등불, 작디작은 소원부터 헛된 희망이 될지 모르는 큰바람까지 꾹꾹 눌러 담아 마음속 우주를 그려낸다. 그렇기에 삶 속에서 이따금 짙어지기도 흐려지기도 하는 한 명 한 명을 기다려주고 너그럽게 바라봐주는 것이 어느새 필요한 가치로 자리 잡는 것 같다.

 

쉽게 비난하지 않고 편견을 내려놓고 한 발짝 멀리서 기다려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그려낸 우주를 지켜내고 같이 땅을 걷고 생활하는 모든 이들의 우주를 존중해주는 방식. 왜냐하면 그들의 한계와 소용돌이치는 내면을 우리는 완전히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감’, 그럴 듯해 보이는 아주 고상하며 큰 미덕이라고 느껴지지만, 공감이라는 근사한 태도를 앞세우며 자신의 고집을 내려뜨리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우리에게 공감이란 아직은 두려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마음속 깊이 귀를 기울이면 애초에 타인이라는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이 오만할 뿐이라는 아우성만 들리는데, 멋대로 상대를 재단하고 이해할 수 있다며 거짓말을 늘어놓게 된다.


영화 <원더>는 R.J. 팔라시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겉모습이 다른 친구를 존중할 교육적 가치를 담은, 불을 보듯 분명하고 뻔한 이야기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위안이 되는 것 같다. 때로는 결말이 정해진 뻔한 이야기가 뿌리 깊게 박힌 관념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 있다.

 

주인공 ‘어기’를 중심으로 복잡한 관계와 감정을 풀어내는 것이 아닌 다양한 인물의 관계를 조금씩 해독하며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응시할 수 있다. 그저 주변 인물이 아니다. 모두가 색깔이 다양하고 넓디넓은 우주를 가진 주인공들이다.

 

<원더>에서 주인공 어기는 무조건적 공감을 내세우지 않는다. 자신을 바라봐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모두의 시선을 견뎌내는 것은 이미 익숙해졌다. 어기는 학교라는 또래 아이들이 마땅하듯 소속되어야 하는 공간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두려움을 느낀다. 자기 얼굴을 보면 도망가는 아이들, 속수무책으로 허탈함을 느껴야만 하는 자신. ‘왜 나는 다를까?’, ‘나는 평범하게 살 수는 없는 것일까?‘

 

실제로 나의 진실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따라간 인물은 어기의 누나인 ‘올리비아’, 애칭 ’비아‘의 이야기였다. 어쩌면 첫째라는 공통점이 있고 나도 한때 올리비아처럼 동생을 바랐기 때문인 듯했다. ’비아‘는 어기 가족의 첫째로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고,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불며 동생을 가지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다. 그렇게 그녀에게 깜짝선물과도 같은 동생 ‘어기’가 찾아오게 되었다.

 

올리비아는 어기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안타깝게도 남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 동생이기에, 부모님의 관심과 애정이 어기에게 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속 우주는 어느새 외로움이라는 무력한 냉수로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언제나 부모님의 두 번째일 수밖에 없는 자신, 어기가 한평생 자신의 동생이라는 점은 바꿀 수 없기에 양보하고 또 양보해야만 했다. 이제는 자신의 감정조차도 양보하며, 자신을 속이게 되는 상황에 놓인다. ’저는 정말 괜찮아요.’

 

그런 올리비아를 제대로 이해해 줄 수 있었던 사람은 그녀의 학교 친구, 미란다였다. 하지만 미란다는 여름 캠프 이후로 변해버렸다. 올리비아는 부모님에게도 메울 수 없는 속정을 미란다와의 결속으로 채우곤 했는데, 변해버린 소중한 친구와의 거리감으로 다시 한번 자신 앞에 놓인 잔인한 세계에 좌절하고 만다.

 

하지만 미란다 또한 마음속 우주가 흔들리고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올리비아와 친하게 지냈던 미란다는, 부모님이 급작스럽게 이혼하고 난 뒤 행복한 가정을 다시금 꿈꾸고 있었다. 더 이상 자신의 우주에서 채울 수 없는 행복한 부모님의 모습, 그리고 평안한 가정. 자신의 허황된 바람을 모두 이룬 올리비아를 바라보며 미란다는 부러움과 동시에 공허함이 커졌다.

 

올리비아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연극에 참여한다는 것을 어머니에게 알리지 않아 다투게 된다. 동생의 일로 바쁘고 힘겨운 삶을 사는 어머니에게 자신의 짐을 짊어지게 할 수 없었다. 어기는 어머니와 올리비아의 다툼을 지켜보며 자신의 특별한 외모가 누나의 마음을 무겁게 했고, 그 때문에 연극에 함께 가는 일이 갈등의 불씨가 되었다고 오해한다.

 

“어기, 세상 모든 일이 너와 관련된 건 아니야.”

 

앞서 말했듯 <원더>는 모든 이들의 우주를 풀어낸다. 그들의 속사정을 선물 상자 열어보듯 리본을 풀어 헤치고 그들을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우리는 누구나 부러움을 사고판다, ‘왜 나는 저 사람처럼 될 수 없을까?’, 수도 없이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며 실속 없이 떠돌이 같은 감정을 품는 것, 그것이 인간의 숙명이다.

 

미란다와의 틈이 깊어져 상실감에 잠긴 올리비아를 보며, 나는 미란다가 왜 그렇게 일방적으로 등을 돌렸는지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실상을 알고 나니 조금은 너그럽게 유연한 시선으로 미란다와 올리비아의 관계를 응원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인간이라면 껴안는 당연한 감정, 그럼에도 서로를 늘 응원하고 아끼는 마음. 사랑스러움으로 가득한 그들의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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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기는 과학 분야의 천재성이 있는 아이였다. 우주과학에 크게 관심을 두기도 하고, 머나먼 미래에 몸과 마음을 성장시켜 우주로 떠나는 꿈을 꾼다. 그렇게 학교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진 어기는 과학 성적에서 전교 1위를 거머쥔다. 어느 날 쪽지 시험 도중 문제를 풀지 못해 애를 먹던 친구 잭에게 조심스레 자신의 답안을 보여주었고, 그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빠르게 가까워진다.

 

어기는 코스튬으로 자신의 외면을 감추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행동할 수 있고 대우받을 수 있는 할로윈을 무척이나 애정했다. 고스트페이스로 변장한 어기는 할로윈 당일, 자신을 줄곧 괴롭히던 줄리안 무리와 잭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듣게 된다. 잭은 줄리안 무리에 휩쓸려 ‘내가 어기처럼 생겼으면 자살할 거야.’라고 뒷담화를 하게 되고, 잭과 깊은 신뢰를 쌓으며 둘도 없는 친구라 여겼던 어기는 잭에게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처음에 잭은 부모님과 교장 선생님의 지도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어기를 챙겨주려고만 했었다. 하지만 잭은 어기와 시간을 함께하며 서서히 마음의 거리를 좁혀 갔고, 쌓여가는 신뢰 속에서 어기를 자신에게 즐거움과 새로움을 안겨 주는 진정한 친구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분위기에 휩쓸려 어기 앞에서 상처가 될 말을 했음을 깨달은 뒤, 잃어버린 우정을 되찾기 위해 조심스레 손을 내민다.

 

어느 날 줄리안이 어기를 향해 거친 조롱과 모욕을 퍼붓자, 잭은 더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 억눌러 왔던 감정은 결국 주먹다짐으로 터져 나왔고 그 순간 어기는 잭의 진심 어린 마음을 알게 된다. 이후 마인크래프트라는 작은 게임 세계 안에서 두 사람은 엇갈린 마음을 풀어내며 끊어졌던 우정을 다시 이어 붙인다.

 

언뜻 평범하고 다른 가족 영화와 별반 다를 것 없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오해와 거리감으로 얽혀있던 모든 이들이 주인공의 삶 속으로 스며들고 우주라는 꽃을 한두 개씩 피워낸다. 올리비아는 사랑을 찾고, 미란다와의 우정을 되찾는다. 어기의 어머니, 이자벨은 자신이 그리던 꿈인 논문을 마침내 완성하게 된다.

 

특별한 사건이 없는 영화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관계라는 것은 한순간에 한 단어로 정의 내릴 수 없을 만큼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이 현실인데, 사람과 사람이 모여서 그들의 우주를 알고 내가 지닌 색으로 색상을 덧칠해 주는 것, 마음속 깊이 우러나오는 이해와 화해라는 것이 얼마나 큰 공명을 만들어내는지 점점 따스하게 데워지고 있는 가슴을 천천히 쓸어내린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른다. 과오를 범하고 그에 대한 용서를 빌고 다시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것, 그렇게 조금씩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된다. 그것이 인간이 한평생 따라가야 할 가장 깊은 운명의 궤도일 것이다.

 

어린 잭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어기에게 용서를 구하며 따뜻한 손을 내미는 장면 앞에서, 나도 모르게 힘겨웠던 마음 한구석이 서서히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오래 닫혀 있던 마음에 조용한 위안이 스며드는 것처럼.둘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고, 이렇게 쌓은 정겹고 두터운 우정은 지우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헨리 워드 비처가 말하길, 위대함은 강함에 있지 않고 힘을 바르게 쓰는 것에 있습니다.

정말 훌륭한 사람은 그 힘으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며 직접 본을 보입니다.

올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릅니다.

헨리 워드 비처 메달을 이 학생에게 수여할 수 있다니.

내면의 강인함으로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 학생이죠. 어거스트 풀먼 군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어쩌면 그게 중요한 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실 난 평범한 애가 아니라는 것.

서로 생각을 안다면 깨닫게 될 거다.

평범한 사람은 없다는 걸. 우린 평생에 한 번은 박수받을 자격이 있음을.

내 친구들도, 내 선생님들도. 늘 곁에 있어 주는 누나도. 늘 웃음을 주는 아빠도.

그 무엇도 포기하지 않는 엄마는 특히나 더 박수받아 마땅하다. 나를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브라운 선생님이 말해 준 마지막 격언과도 같다.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두에게 친절하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그저 바라보면 된다."'

 

 

기적은 멀리 있지 않았다. 어기에게 기적이란 잡으면 금방이라도 부서져 사라질 것만 같은, 홀연히 날아가 버리는 민들레 홀씨와도 같았다. 학교라는 공동체에 선뜻 발걸음하기 이전, 어기는 가족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불신했고 자신이 꿈꾸고 끝없이 향해 가는 목표, 곧 우주만을 사랑했다.

 

하지만 누나인 올리비아, 자신의 부모님, 잭, 불평 없이 선뜻 다가와 말을 건네준 친구 서머, 새로 사귄 학급 모든 친구들의 심상에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것도 굉장히 넓고 아름다운 우주.

 

어기는 기적을 만들었다. 기적은 어기의 머리맡에 아주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어기가 부르면 언제든 눈앞에 등장해서 모두의 우주를 빛나게 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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