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내향인인 내가 처음 만나는 사람들을 이끄는 모임장이 되었다.
나는 극단적인 INFP다. 내향인 중에서도 극 내향인에 속하는 내가 하루아침에 서로 초면인 사람들의 모임 대표가 되어버린 것이다.
예전부터 나에게는 책과 영화 관련 커뮤니티를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이 있었다.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는데 나만큼 콘텐츠를 사랑하고 과몰입할 수 있는 이들과 마음 놓고 편하게 떠들 수 있는, 그러니까 내 이상 조건에 충족하는 모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핑계로 지금껏 애써 외면하고 있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어느 날 갑자기 신내림이라도 받은 듯 모임을 만들어야겠다는 욕구가 솟구쳤다. 이때가 아니면 나중에 모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절대 실행으로 옮기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즉시 내가 눈여겨보던 넷플연가라는 모임 플랫폼에 모임장 신청을 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첫 모임 당일이 되었다. 모임 장소에 가니 담당 매니저님께서 먼저 대기하고 계셨다.
모임장님 맞으시죠?
매니저님의 이 질문 하나에 비로소 실감이 났다.
아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매니저님께서 보라색 꽃다발을 나에게 건네주셨다. 넷플연가에서는 새 모임장이 첫 모임을 여는 날 꽃을 선물로 주는 게 나름의 전통이라고 한다. 오랜만에 환영받는다는 기분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환영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가 언제였더라. 대학교 입학식 날이었나. 그마저도 코로나 여파로 인한 온라인 입학식이어서 제대로 환영받는 듯한 기분이 들지도 않았었지.
어떤 역할로든 이 모임 커뮤니티 소속으로 활동한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 커다란 안정감을 준다. 프리랜서로 살아갈 것을 선언한 주제에 여전히 사회 커뮤니티에 속하는 걸 원하다니. 인간은 소속감을 원하는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인가보다.
분명 첫 모임원이 들어오셨을 때까지만 해도 나름 인삿말이 잘 나왔던 것 같은데… 잘 이끌어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는데… 기다란 테이블이 점점 빈자리가 하나도 없을 만큼 채워지는 걸 보며 순간 아득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솔직히 이 정도로 모임원 분들이 많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커뮤니티를 일단 저지르긴 했는데, 나 이제 어떡하지? 왜 이런 암담함은 첫 모임 시작 직전에 드는 건지.
심지어 내 모임으로 넷플연가 커뮤니티에 처음 참여하셨다는 분이 다섯 분이나 계셨다. 어쩌다가 제 모임으로 넷플연가에 첫 발을 디디신 건가요?
마음 같아서는 한 분씩 다 1:1로 붙잡고 여쭤보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는 점이 참으로 아쉬울 따름이었다.
모임을 진행하는 동안 이따금 내가 지금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불쑥 튀어나왔다. 의구심이 떠오를 때마다 그걸 억누른 채 진행을 이어나가는 게 꽤나 고역이었다. 혹여 나조차 나를 믿지 못하는 불안감이 다른 모임원들에게 들킬까 봐 나름의 포커페이스도 유지했다. (포커페이스가 잘 됐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기세로 잘 헤쳐나갔다. 오늘 처음 만나는 아홉 명의 사람들을 상대로 세 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나름대로 잘 버텨냈다고 생각한다.
모임이 끝나자마자 한꺼번에 긴장이 풀리는 걸 느끼며 나는 어쩔 수 없는 극강의 내향형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오늘도 내향인 프리랜서 예술가로 살아가기 위한 경험치 +10을 획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