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 [문화 전반]

글 입력 2024.04.29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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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 모두 패션을 사랑하는 곳. 지하철 눈대중으로 인스타그램과 네이버웹툰 다음으로 킬링타임용으로 사람들이 많이 접속하는 어플은 무신사다.

 

2001년 pc 통신 커뮤니티에서 출발해 10번째 유니콘으로 등극한 무신사.

 

앞서 ‘철학은 내가 누구며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바라보는 것으로, 브랜딩은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일이다.’ 라는 김봉진 대표의 말을 인용한바 있는데, 근 몇년 간  패션 유통 업계에서 뚜렷한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곳은 단연 무신사라고 할 수 있다. 무신사가 다른 쇼핑 어플과 미묘하게 달랐던 이유, 팝업을 진행했다 하면 성수 일대를 패션피플로 가득 채우는 저력은 바로 스트릿 패션계의 ‘커뮤니티’ 를 자처하는 브랜드 철학에 있다.


MZ세대에게 패션은 자기 표현의 수단이다. 입고 드는 것이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을 굳이 세대의 특성으로 국한할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각자의 출중한 개성이 두더지 게임처럼 자꾸 튀어다보니 시장에서 포획 1순위가 되는건 한편으로는 자명한 일일테다.

 

무신사 고객의 90%가 MZ세대라는 것은 이들의 자기 표현 욕구가 충실히 충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나의 코디가 다른 사람의 본보기가되고, 까다로운 조건에 분에 찬 후기가 밈이 되어 떠돌아다니는,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나를 어필할 수 있는 그라운드로서 무신사의 입지는 점점 견고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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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서 자체 콘텐츠 까지, 스트릿 스냅과 무신사 매거진 - 2005년 온라인 패션 웹진 무신사 매거진을 발간하기에 이른다. 패션화보 뿐만 아니라 상품 큐레이션, 해외 브랜드 까지 망라하여 커뮤니티의 장벽을 허물고 일방적인 콘텐츠 소비도 가능하게 하여 고객의 풀을 확장시켰다. 전문 에디터와 포토그래퍼가 함께한 매거진은 패피들의 패션을 아카이빙하는 채널이 많지 않았던 그 당시 무신사의 입지를 쌓아가는데 중대한 역할을 했다.


온라인 편집샵으로 커머스에 진입하다 - 편집샵에 딱 들어서면 주인장의 취향이 훅 끼쳐들어오는게 바람직하다. 그가 하나하나 공들여 셀렉한 주얼리와 계절에 맞는 옷감이 날 잡아끄는 느낌이 들면 마음이 동한다. 그러니까 깔별로 같은 옷이 주르륵 걸려있는 것 보다야……

 

그리고 같이 간 친구들이 옷을 이것저것 대 봐주며 이게 낫겠다고, 이건 10년뒤에나 유행이 돌아올거라고 한두마디 첨언을 해주면 인지부조화의 가능성을 크게 낮춰 쇼핑의 만족도는 하늘을 뚫는다.

 

그 묘미를 온라인 상에 잘 구현해 낸 것이 무신사 스토어다.

 

상품광고보다는 (요즘 들어 수시로 뜨는 팝업이 귀찮긴 하지만) 랭킹이나 자체 매거진 콘텐츠가 먼저 노출되어 '큐레이션'의 감도를 살려주고 기존의 커뮤니티 기능은 바람 불어넣는 친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초기 커머스 전환 단계에서는 적잖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를 상쇄한 것은 패피들과 디자이너들의 열정으로 탄생한 새로운 시장이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국내 브랜드를 발굴해 화보 촬영 등 마케팅 활동을 대신 해주고 무신사 스토어에 단독으로 입점하는 전략을 꾀했다. 이렇게 감도 높은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무신사는 기업 가치 2조 5000억원을 돌파한지 오래다.

 

'다 무신사랑 해', '셀럽(Self Love)도 무신사랑해'와 같은 캠페인을 벌이며 한층 더 전문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결과, 남녀노소 시즌마다 쇼핑하러 들리는 편집샵은 기세를 모르고 확장중이다.


평범함의 악취, 무신사 냄새 - 범접하기 어려웠던 스트릿패션을 보편화시켜 놓고 보니 도리어 기존 팬층은 무신사를 벗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군더더기 없는 무신사 랭킹 1,2,3위의 전형적인 회사원룩, 간지나보이는데 거리에 나오면 다 하나씩 걸치고 있는 자켓, 그런걸 무신사 냄새라고 희화하하여 표현한다. 주류의 세상에 발을 들인 비주류, 성립되지 않는 이 문장을 해체하고 다시 연구하는 것이 무신사에게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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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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