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The Notorious B.I.G_ Big Poppa, 난 네가 날 이렇게 불러줄 때 좋아. [음악]

글 입력 2024.05.1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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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딸 둘이 있는 집안이지만, 늘 어릴 적부터 언니는 독특한 아들, 장남 포지션이었고 나는 철부지에 감수성 뛰어난 막내딸 포지션이었다. 뚝딱뚝딱 기계를 만지작대며 미래 대학원생의 초석(?) 을 다지던 언니와는 달리, 죽어도 책을 읽으려고 하지 않는 막내 딸내미를 위해서 나의 엄마는 90년대 한국 순정 만화책을 빌려와 읽히며 간신히 한글을 가르쳤다.


그 결과 어릴 적의 나는 툭하면 유치원에서 눈물을 흘리고는 집에 돌아와서 순정 만화책을 읽고 가족들에게만 성을 내는 장면으로 기억된다. 그런 말랑말랑하고 로맨틱한 취향을 착실히 키워온 나이지만 음악 취향만큼은 동년배보다 상당히 마초적이고 파괴적이었으며, 아직도 나는 그런 나의 음악 취향에 상당한 자부심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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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비틀즈 넘버 원 앨범. 나의 유년시절의 추억을 들을 수 있는 앨범이다.

 

 

내 음악 감상사에 있어 한 획을 그은 사건은 뭐니 뭐니 해도 The Beatles의 NO. 1 앨범이다. 아직 CD 재생기로 음악을 듣던 시대, 엄마가 결혼할 당시 들고 왔던 것으로 추정되는 비틀즈의 넘버 원 앨범은 빌보드 1위를 한 곡들을 수록한 것으로 쭉 듣고 있으면 비틀즈 초기부터 후기까지의 음악 스타일의 변천사를 파악할 수 있다.


가사도 못 알아듣는 어린 날의 나는 해당 CD를 하루 종일 반복해서 들으면서 숙제도 하고 만화책도 읽는 나만의 시간을 보냈다. 어린 마음에도 이상하게 달콤하고 발라드다운 매카트니의 목소리보다도 유달리 거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곤 하는 레넌의 목소리에 끌렸다.

 

아니, 사실 당시에는 누가 누구의 목소리인지도 모르고 듣곤 했다. 인터넷에 해당 노래들을 하나하나 검색해 보면서 내가 유달리 좋아했던 노래들이 하나같이 레넌이 보컬을 맡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나의 취향을 어렴풋이 파악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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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쓴 히피 스타일을 즐겨하던 시기의 레넌

 

 

그렇게 한바탕 비틀즈의 음악에 빠져 지내고는 그들의 역사에 맞추어 비틀즈 해체 이후의 음악도 듣기 시작한다. 존 레논에 한층 깊숙이 빠지고 깊숙이 빠지고, 조지 해리슨의 인도 철학과 while my guitar gently weeps를 알게 된 시점이 바로 이때이며 아마 초등학교 5학년 때쯤이었던 것으로 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아마 나의 이런 음악 취향의 근원 dna를 보유한 것으로 여겨지는 외삼촌과 드라이브를 하면서 조지 해리슨의 시타르 음악을 듣고, Eagles의 Hotel California의 신명 나는 기타 솔로를 핸드싱크로 따라 하며 즐겼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리고 지난한 록의 시대를 지나 최근에 빠진 음악 장르는 올드 스쿨 힙합이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듣기 거북살스러운 음란한 가사와 허세가 가득한 스웩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기 팍팍한 대학교 생활을 하면서 얌전한 얼굴로 2Pac, The Notorious B.I.G의 음악을 들으면서 소심하게 내 안에 숨겨진 거친 본능에 만족해하곤 한다.


그중에서도 소개하고 싶은 노래는 Notorious B.I.G 의 “BIG POPPA”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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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뉴욕 힙합의 아이콘, 비기와 투팍

 

 

I love it when you call me Big Poppa 니가 날 Big Poppa 라고 부를 때 좋아

Givin ends to my friends and it feels stupendous 친구들에게 돈을 주고, 그건 째지는 기분이지

Tremendous cream, fuck a dollar and d dream 엄청난 돈, 1달러나 꿈 따위 집어치워


최근에 들을 수 있는 힙합보다는 느린 템포에 맞춰 정확하게 내뱉어지는 가사들. 약의 무게를 달아 팔고 엄청난 돈을 벌고, 꿈은 이미 1달러와 같은 푼돈 취급을 받은 지 오래며 친구들에게 돈을 주는 나의 생활을 과시한다.

 

그리고 네가 나를 Big poppa, 거대한 멋있는 존재라고 불러주면 좋다고 말하는 이 가사.


분명히 타인이 부러워하는 자신의 부유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상에 대한 과시가 들어있지만 동시에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난 이미 이렇게 멋있고 잘난 남자인데, 네가 Big Poppa 라고 불러줄 때 좋다는 말을 내내 되뇌는 비기의 모습은, 90년대 흑인 랩퍼들의 아메리칸드림부터 최근 한국 힙합에서 볼 수 있는 자기 과시 및 성공에 대한 욕구와 겹치면서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최선을 다해 성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으로도 해석되기 때문 아닐까.

 

이미 세상이 정해놓은 황금만능주의의 세상 속에서 한몫 잡아보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가사를 쓰는, 그러나 한편으로는 단지 네가 나를 Big Poppa 라고 불러주는 것에 행복감을 느끼는 소탈한 젊은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So we can steam on the way to the telly go fill my belly 우리가 가는 길에 즐길 수 있게 내 배를 채워

A t-bone steak, cheese eggs and Welch’s grape 티본스테이크, 치즈 달걀 그리고 포도 맛 웰치스

 

사랑을 나누기 전 배를 채우는 음식은 멋들어진 음식이 아닌 일상의 소울푸드다. 잘 구워진 스테이크와 치즈 달걀, 그리고 포도 맛 음료수. 우리로 따지면 아마 계란말이와 백반이 아닐까.


어릴 적부터 내가 달콤한 사랑 노래보다도 어딘가 모르게 허세가 가득하고, 날카로운 샤우팅을 지르거나 자신을 과시하는 노래들을 즐겨듣는 것은 이런 매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마치 다 가진 것처럼 허세를 부리지만 사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 앞에서 초라해 보이고 싶지 않아 일부러 어깨를 당당히 펴면서 소울 푸드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는 삶의 모습들.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이런 노래들은 젊은 날의 사랑과 허세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열정과 노력의 냄새가 가득한 것 같아서 소심한 나에게도 에너지가 되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김정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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