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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진지하게, 진지하지 않게. [미술/전시]

맥스 시덴토프 개인전,《SERIOUSLY NOT SERIOUS》감상 후기

by 김수민 에디터
2026.05.01 13:36

 

 

맥스는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 것을 아주 진지하게 생각한다.

   

그는 1991년 나미비아에서 태어나 현재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컨셉추얼 아티스트이다. 현실이 연출처럼, 연출이 현실처럼 느껴지는 경험을 제공하며 인간과 사회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던진다. 그는 작품 거의 모든 곳에 유머를 담는데, 그 이유로 유머를 ‘트로이 목마’에 비유한다. 관객이 웃음을 통해 마음을 풀면 더 어려운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사진과 영상, 조각과 설치, 그리고 상업 프로젝트까지 맥스 시덴토프의 다양한 작업을 한자리에 모았다. 그는 고정되지 않는 아이디어들을 모두 섞어서 보여주고자 한다.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모아둔 만큼 전시는 7가지 챕터로 구성된다. 본 글에서는 CHAPTER #1, 2, 3을 위주로 다루었다.

 

 


CHAPTER #1. HELLO, MY NAME IS MAX


 

맥스 자신이 등장하는 작품으로 구성된 첫 번째 챕터로 관객에게 인사를 건넨다. 다양한 형식과 주제의 작품을 자신이 등장한다는 공통점으로 묶어내면서 앞으로의 전시를 설명하는 단서를 제공해준다. 공간은 오프닝에서의 새빨간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과 대비되는 밝은 하늘색 색상을 띤다. 그의 가장 개인적인 장소인 방으로 관객들을 초대하여 본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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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2024, 캔버스에 유채, 이젤, 의자, 실리콘, 머리카락, 의류, 178x100x152cm

 

 

작품은 작가 자신을 본뜬 조각이 자신의 초상을 그리고 있는 장면을 포착한다. 조각과 초상, 모두 본인을 본뜬 것같이 닮았지만 어느 것도 진짜 본인은 아니다. 이를 통해 어느 쪽으로도 본인을 완전히 규정하지 못함을 드러내며 ‘객관적인 자화상’이라는 존재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말한다.


우리의 외출 준비 모습을 생각해보자. 본인에게 완벽히 어울리는 차림, 본인이 원하는 옷을 입을지라도 우리의 모습에는 타인의 시선이 담겨있다. 우리는 나가는 장소, 만나는 사람에 맞춰서 본인의 모습을 조금씩 수정한 다음 집 밖으로 나간다. 거울에 비치는 우리의 모습은 온전히 우리 자신이라기보다 여러 조각들을 모아 만들어진 것에 가까울지 모른다.

 

 

 

CHAPTER #2. FRIENDS


 

두 번째 챕터에서는 작가의 친구,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협업한 작업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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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게, 똑같게, 하지만 다르게〉, 2020

 

 

이 작품은 동일한 스케치와 설명에서 출발한 50명 이상의 전 세계 사진가들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 동일한 아이디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금기를 정면으로 다룬다.


창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세상 대부분의 것들이 이미 시도되었다는 무력감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예술에서 패러디와 오마주, 표절의 모호한 경계가 2026년에 창작을 하는 우리를 곤란하게 만든다. 하지만 〈똑같게, 똑같게, 하지만 다르게〉에서는 동일한 출발점이기에 작가의 해석과 관점이 오히려 선명하게 드러난다. 더 이상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력감을 이 작품이 조금은 해소해줄지도 모른다.


맥스의 말처럼 아이디어는 그저 시작일 뿐이니까.

 

 


CHAPTER #3. MATURE CONT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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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2024, 실리콘, 레진, 머리카락, 패브릭, 페인트, 108x55x30cm

 

 

갤러리 한구석에 자신을 몰아넣은 채, 자신도 모르게 구석까지 페인트칠을 해버린 노인이 서 있다. 작품은 우리 스스로가 만든 문제들로 인해 점점 더 움직일 공간을 잃어간다는 점을 주목한다. 근시안적 정책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들과 즉각적인 이익을 생각하며 지속 가능성을 무시한 삶의 방식은 우리를 점점 벼랑 끝에 몰아넣는다.

 

〈시대정신〉의 여백을 둔 공간과 우리의 눈높이보다 낮은 크기로 노인을 묘사하며 구석에 몰린 장면을 더욱 강조시킨다.

 

 

 

진지하게


 

전시를 모두 본 후 든 생각은 꽤 진지한데? 였다. 명확하기보다 혼란스러움을 그 자체로 표현한다는 작가의 인터뷰와 달리,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직관적인 제목을 통해 주제 의식을 드러낸다. 전시해설이 친절한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주제 의식을 표현하는 방식이 흥미롭고 유머러스한 동시에, 관객이 참여하는 작품들이 많아 현대미술을 어렵게만 생각했던 이들에게 《SERIOUSLY NOT SERIOUS》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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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 CHAPTER #1, (왼쪽 아래) CHAPTER #5, (오른쪽) CHAPTER #3

 

 

마지막으로 그라운드 시소 센트럴의 디자인 작업이 흥미로웠다. 컨셉에 맞춰 바뀌는 공간 디자인은 각 챕터의 몰입감을 더해주며, 작품의 영역이 공간까지 확장되는 느낌이다. 컨셉추얼한 공간은 확실히 화이트 큐브의 엄숙한 전시장의 성격과 대비되며 전시 성격과도 잘 어우러진다.


공간 디자인 외에도 그래픽 디자인도 인상적이어서 MD 구경이 즐거웠다. 작품의 이미지를 그대로 박아 넣는 기존 미술관 MD가 늘 아쉬웠기에 이번 전시의 MD가 유독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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