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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뮤지컬 <더 라스트맨>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문을 연 소극장 공간은 이 작품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극장은 최소한의 무대 장치와 밀도 높은 음향을 통해 관객을 철저히 ‘한 개인의 내면’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처럼 물리적으로도 폐쇄된 공간은 작품의 핵심 주제인 고립과 불안을 체감하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뮤지컬 <더 라스트맨(The Last Man)>은 웹 뮤지컬에서 출발한 한국 창작 작품이다. 서울예술단과 플랫폼 기업이 진행한 공모전에서 출발해 온라인 콘텐츠로 공개된 뒤, 이후 상업 무대용 1인극으로 재구성되었다.
더 라스트맨은 이러한 제작 과정을 통해 기존 대형 뮤지컬과는 다른 실험적 형식—단 한 명의 배우가 극을 이끄는 구조—을 확립했다.
단 한 명의 배우가 만드는 세계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그 해석은 절대 단순하지 않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인류가 멸망한 세계, 단 한 명의 생존자는 지하 방공호 B-103에 자신을 가두고 살아간다. 그는 라디오와 영상 기록을 통해 외부와 연결을 시도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외로움과 공포에 잠식된다.
극 후반부에 이르러 드러나는 가장 중요한 반전은 작품 속 ‘좀비’가 실제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는 점이다. 초반에는 바이러스와 멸망한 세계라는 설정이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문이 생긴다. 외부와의 연결이 끊긴 상태에서 반복되는 기록, 점차 어긋나는 시간 감각, 그리고 무엇보다 타인의 존재가 끝내 확인되지 않는 상황은 이 세계가 객관적 현실이 아닐 수 있음을 암시한다.
결국 관객은 ‘좀비’가 외부에 존재하는 타자가 아니라 주인공의 불안과 죄책감, 혹은 사회적 고립이 만들어낸 내면의 형상일 가능성을 받아들이게 된다. 좀비 서사가 흔히 외부의 위협과 생존 경쟁을 다루는 데 반해 작품은 그 위협을 철저히 내부로 돌린다. 살아남기 위해 문을 걸어 잠근 선택이 오히려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안전’이라고 믿었던 공간은 점차 심리적 감옥으로 변한다.
배우에 따라 인물의 내면이 다르게 구축된다는 점 역시 <더 라스트맨>의 중요한 특징이다. 동일한 ‘생존자’라는 설정을 공유하면서도 각 배우는 서로 다른 감정의 중심축을 설정해 극을 끌고 간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연기 스타일의 차이를 넘어 인물이 어떤 상처를 중심으로 붕괴해가는지를 달리 설정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결국 <더 라스트맨>은 하나의 텍스트 안에 여러 개의 ‘내면 서사’를 공존시키며 동일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이 경험하는 고통의 양상은 얼마나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반복되는 질문, 다른 해석
외부의 재난을 다루는 서사로 출발하지만 마지막에 남는 것은 인간 내부의 불안과 붕괴이다.
이 질문은 6월 9일부터 시작되는 2차 캐스팅에서 정민·주민진·김려원·홍나현의 새로운 해석을 통해 다시 이어진다.
동일한 텍스트 안에서 전혀 다른 생존자가 탄생하는 구조 속에서 관객은 매 공연마다 새로운 고립의 얼굴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결국 <더 라스트맨>은 끝난 뒤에도 쉽게 닫히지 않는 질문을 남긴다. 그리고 그 질문은, 다음 무대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반복될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