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Opinion] 네가 없는 1,178일 [동물]

여전히 그리운 내 강아지

by 이재원 에디터
2026.04.19 19:13

 

 

언젠가는 꼭 너를 위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날짜를 세어보니 어느새 그날 이후로 1,178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여전히 너는 나의 잊을 수 없는 기쁨이자 슬픔으로 가슴 깊이 남아있다.
 
 

KakaoTalk_20260419_165438510.jpg

 
 
우리가 처음 만난 2008년 11월, 너를 맞이하러 가던 길이 기억난다. 가족들과 의논해서 ‘나리’라는 이름을 미리 지어두었건만, 엄마 강아지 밍키의 이름을 따 ‘밍밍이’라고 불리고 있던 너는 두말할 것 없는 밍밍이었다. 갈색 털의 작고 동그란 몸, 까만 주둥이를 가진 새끼 강아지는 꼭 아기곰을 닮아있었다. 그렇게 너는 우리에게로 와 우리의 밍밍이가 되었다.

당시에는 디지털 카메라가 없으면 사진을 남기기 어려웠기에 아기 시절 너의 사진은 10장이 채 안 된다. 그때 내가 조금만 더 나이가 많았더라면 사진을 만 장은 찍어 두었을 텐데, 참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스마트폰이 생긴 뒤로는 매일매일 사진을 찍었으니 괜찮다. 같은 자세 같은 얼굴인데도 왜 매일 더 귀엽고 달라 보였는지, 너를 따라다니며 찍은 비슷한 사진이 분명 수백 장은 될 것이다.

강아지치고는 너무 얌전하고 시크한 너를 우리는 고양이라고 불렀다. 고양이의 영혼이 강아지에게 들어간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다른 강아지들처럼 얼굴을 마구 핥기는커녕 신기하게도 손가락 하나도 핥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이유는 모르겠다. 물지도 않고 잘 짖지도 않으면서 오직 간식을 달라고 할 때만 찡찡거리는 강아지였다.
 


1.jpg

 
 
이름을 불러도 자기가 내킬 때가 아니면 무시하고 제법 독립적인 강아지였던 너를 보며 나는 네가 우리 가족을 사랑하는 것이 맞는지 가끔 의아하기도 했다. 물론 우리의 일방적인 사랑이었다고 해도 전혀 상관없었다. 사랑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었으니까. 그렇지만 네가 떠난 뒤 사진을 하나하나 다시 보면서 나는 네가 우리를 사랑했다고 뒤늦게 확신할 수 있었다. 침대 밑으로 손을 내리면 어느새 쓰윽 다가와 있던 작은 머리, 바닥에 누워있으면 다가와 몸을 기댔던 너는 분명히 우리를 사랑했을 것이다.

네가 떠난 뒤로 사소한 습관들에 변화가 있었다. 집에 돌아오면 이름을 부르는 것, 침대 아래로 손을 내리고 네가 오길 기다리던 것, 땅에 떨어진 음식을 허겁지겁 줍는 것, 화장실에 들어갈 수 있도록 슬리퍼를 한편에 치워 놓는 것은 모두 너로 인한 것이었다. 이런 습관들은 이제 전부 사라졌다. 그렇지만 지금도 아주 가끔씩 집에 돌아왔을 때 네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내 마음대로 네가 우리를 보러 왔다고 믿는다.
 
 

KakaoTalk_20260419_165330030.jpg

 
 
작년에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했다. 너에 대한 기억이 가득한 집을 두고 이사를 하려니 마음이 무거웠다. 더 이상 네가 직접 집으로 고른 캐리어를 어디에 두면 좋을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슬픔이었다. 네가 있었다면 처음 새집에 발을 들였을 때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구조를 파악했을 텐데, 그리고 매일 거실의 티비 앞에 누워 있었을 텐데. 집을 누비는 너의 챱챱거리는 발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들리는 듯하다.
 


대표.jpg

 
 
함께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여러 가지 후회도 남는다. 산책을 더 자주 시켜줄걸, 더 많이 같이 시간을 보내고 놀아줄걸, 좋아하는 음식을 더 먹을 수 있게 해줄 걸 등등 해주지 못한 것들만 자꾸 떠오른다. 무엇보다 후회되는 것은 너와 찍은 가족사진을 남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오랜 세월 우리 집의 막내였는데 사진관에서 같이 찍은 가족사진 한 장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후회된다. 이제 와서 되돌릴 수 없지만 말이다.
 
아마 나는 오랫동안 다른 반려동물을 맞이하지 못할 것이다. 너만큼 완벽한 강아지는 없을 것 같기도 하거니와 이 슬픔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예정된 이별이건만, 3년이 지나서도 이 글을 쓰며 줄줄 울고 있는 스스로를 보면 예정된 것이라고 하여 쉽게 묻어둘 수 있는 슬픔은 아닌 것 같다. 언젠가 이별을 감당할 용기만큼 사랑할 용기가 커진다면 그 때서야 새로운 만남을 고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이 죽으면 먼저 가 있던 반려동물이 마중 나와준다는 수많은 반려인의 염원이 담긴 이야기가 부디 사실이길, 긴 시간이 흐른 뒤에라도 너를 꼭 다시 만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본다.
 
너의 평생을, 내 삶의 15년을 함께해서 진심으로 행복했다.
 
사랑하는 나의 갈색 복실 강아지 밍밍이에게, 언니가.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