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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동백이 떨어지는 그 자리에서 - 돔박아시, 고이래 [공연]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 아가씨

by 박하은 에디터
2026.04.1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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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제주, 한 해녀가 국가유공자의 동상을 훼손한 죄로 경찰에 체포된다. 경찰은 해녀를 조사하지만, 해녀 고이래는 말없이 노래를 부를 뿐이다. 경찰은 범죄의 동기에 주목하며, 주변을 조사한다. 그 과정에서 1948년과 2003년에 묻혀있던 비밀이 모습을 드러낸다.


국가 폭력이 지나간 자리, 트라우마적 과거는 어떻게 말해질 수 있는가?

 

단순히 복원의 목적을 넘어 시대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고자 할 때, 과거를 묻는 단순한 질문으로는 우리는 어떠한 미래에도 도달할 수 없다. 프로덕션 IDA는 실제 4·3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증언을 통해 인물의 대사와 정서를 구체화한다. 이로써 재현을 넘어 현재의 기억과 과거의 순간이 마주하는 자리를 무대 위에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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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의 얼굴을 한 동상이 기념비적 역사로서 무대 위에 서 있다. 그 비석은 때로 시계의 바늘이 되어 1948년과 2003년의 순간들을 무대 위에 재현할 수 있는 연출을 가능하게 한다.

 

비석을 스스로 끌며 부단히 움직이는 고이래는 묵묵히 이중의 무게를 짊어진 자다. 그는 국가가 저지른 폭력 앞에 제대로 규명되지 못하고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아직도 남겨진 그 시대를 동일한 공간에 중첩하며, 2026년의 관객에게 묻는다. ‘세상이 이제 바뀌었’는지.

 

그러나 여전히 죄수복을 입고 있는 고이래와 이름 없는 제주의 비석은 변하지 않은 세상을 여실히 감각하게 한다. 이 시계 초침은 시간을 토대로 역사를 구성하는 틀로써, 피해자를 침묵하게 하는 강제적 폭력과 무너진 동상과 관짝의 이미지를 동시에 투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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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없이 벌어졌던 4·3 당시 허구의 재판은, 이제 무대를 통해 다시 현실의 재판(2003년)으로 구현된다.

 

사건의 진실을 두고 고이래는 희생자이자 생존자로 법정에서 증언한다. 이는 심리 드라마적인 요소로 이를 통해 4·3에서 희생된 이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무대를 증언과 화합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

 

해녀의 노랫소리와 숨비소리, 제주어와 ‘동백 아가씨’를 흥얼거리는 노랫소리는 지극히 개인적으로 발화될 수밖에 없으며, 동시에 정치적인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거시적인 국가 폭력의 목소리와 대조시킨다.


이 공연은 자막과 미디어 아트를 활용한다. 섬이라는 특성상 고립적으로 존재하는 제주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시각효과를 통해 재현되기 어려운 과거를 편집된 여러 이미지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관객에게 제시한다.


<돔박아시, 고이래>가 경찰이라는 공권력에 의해 조사되고 법정에서 재판을 겪는 과정을 보여주는 서사 구조는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아직 명명되지 못한 4·3의 위치성을 재감각하게 만든다.

 

특히 이러한 생존자의 증언 구도는 제주에서 벌어졌던 이 사건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발화되며, 많은 연좌제의 피해 속에서 생존자들이 웅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또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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