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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진열된 취향, 선택된 나 - 울트라백화점 서울 Vol.2

서브컬쳐를 소비하는 방식에 대하여

by 오수민 에디터
2026.03.3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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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백화점 서울 Vol.2>는 ‘포스트 서브컬쳐’를 내세우며 음악, 출판, 영화, 패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의 작업을 하나의 구조 안에 펼쳐놓는다.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누가, 어떤 태도와 시간 위에서 만들었는가’를 묻는 질문 아래, 결과물은 맥락과 과정으로 제시된다. 나는 누군가에게 나의 취향을 설명해 본 적이 있었던가.


백화점이라는 형식을 차용한 이 공간은 취향을 ‘선택 가능한 것’으로 배열한다. 관객은 탐색하고, 수집하고, 소장하는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위치에 놓인다. 그러나 이때 우리가 소비하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어떤 태도와 세계에 가까워질 수 있는 여지이다.


 

 

F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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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쳐 스트릿 섹션의 짧은 인사이트 조각들은 FINDER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사고를 자극한다. 060 매거진의 영화에 대한 흥미로운 인사이트나 엘르 보이스의 여성 생활 밀착형 에세이, 온큐레이션의 반문화가 만들어내는 질서의 아이러니. 통로를 따라가며 하나의 인사이트를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고, 다시 다른 것을 고르는 과정을 반복한다. 공감하는 것을 가져갈 것인지, 아니면 몰랐던 것을 고를 것인지 망설이게 된다. 그 순간 선택은 취향이 아니라, 방향에 가까워진다.


전시를 거닐다 보면 타인의 취향 속에서 낯설게 익숙한 감각을 마주하게 된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작업이 오래 시선에 남고, 설명되지 않는 감정은 오히려 더 깊이 스며든다. 그것은 아직 택하지 못한 나의 일부이거나, 한때 염원했지만 미뤄두었던 방향일지도 모른다. 특히, 닷슬래시대시(Dot Slash Dash)의 큐레이션은 알고리즘을 넘어 데이터로 환산될 수 없는 이름 없는 순간에 ‘컬쳐’라는 이름을 붙인다. 타인의 일부를 들여다보는 일은 결국, 나를 구성하는 파편을 발견하는 과정이 된다.

 

 

 

COLL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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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IDE 레코즈 섹션부터 관람객은 COLLECTOR가 된다. 이곳에서는 너드 커넥션, 루시, 페퍼톤스를 비롯한 16명의 아티스트가 남긴 플레이리스트를 따라가며 감정을 고르게 된다. LP를 넘기며 마음에 드는 감상을 골라 손에 쥔다. 가능한 다양하게 담고 싶었던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는 어쩌다 보니 비슷한 종류의 이야기만 떠다니긴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취향이라는 건 억세고 고집스러워 무의식으로 안전한 곳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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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텍스트 에비뉴에서 만난 독립 출판물들은 또 다른 층위의 경험을 만든다. 큐레이션 된 책을 자유롭게 열람하며 각기 다른 질문에 대답한다. 한 권의 책에는 그것을 쓰고, 만들고, 엮어내기까지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활자로 이루어진 세계 안에서 우리는 단순히 문장을 읽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태도를 따라가게 된다.


“뇌 빼고 보세요. 가끔은 진지함 없이 막 읽을만한 책도 필요하잖아요”


닷텍스트가 자신들의 출판물을 읽을 때 권하는 마음가짐은 서브컬쳐를 둘러싼 오래된 오해를 가볍게 무너뜨린다. 우리는 종종 서브컬쳐를 어렵고 폐쇄적인 것으로 상상하지만, 그것은 반드시 깊고 무거운 방식으로만 접근해야 하는 영역은 아니다. 닷텍스트의 출판사명 또한 학생 때 자주 읽던 텍스트파일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때로는 가벼운 흥미에서 시작해도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 어디까지 가닿느냐에 있다.


한 번씩 들어본 독특한 출판사들이 남긴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관람객들의 답변 또한 하나의 전시가 되어 펼쳐진다. 한쪽 벽면을 채운 질문 종이들에는 각기 다른 해석이 존재한다. 같은 전시를 보고도 적히는 답변은 천차만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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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리뷰어스 씨어터에서는 독립영화를 바라보는 다양한 10인의 리뷰어를 확인할 수 있다. 독립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상영 시간에 맞춰 관람하고 보는 것을 추천한다. 본인의 감상과 더불어 리뷰어들의 솔직하고 또 색다른 시각에 웃음이 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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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얼 부티크에서는 아침에 옷장에서 무심코 집어 들어 입는 옷 한 벌에 담긴 인생을 이야기한다. 패션을 이해하고, 패션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옷은 하나의 정체성이자 개인의 이야기가 된다.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를 따라가며 감정서를 수집하다 보면 새삼 내 애착 옷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지 되묻게 된다. 옷장을 여는 일이 조금 달라질 것 같았다.

 

 

 

CUSTO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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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곳곳에서 쌓아 올린 나의 ‘쇼핑 리스트’는 결국 나를 다시 보여준다. 좋아하는 것과 궁금했던 것, 그리고 아직 시도해 보지 못한 것들이 뒤섞이며 하나의 흐름을 만든다. 필요가 아닌 가능성을 집어 드는 과정에서, 나는 조금씩 다른 방향의 나를 상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그래픽 아티스트 13팀의 아트웍 복도를 걸으며 전시장을 빠져나오면 내 손에 들린 취향책을 내려다본다. 나에게 서브컬쳐는 낯선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주변부로 분류되던 것들이, 나에게는 오히려 중심에 있었다. 그럼에도 한 번도 나누었던 적 없는 타인의 맥락을 따라 ‘좋아하는 것’에 정의를 내린다.


*


전시회를 마치고 나오며,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서브컬쳐가 백화점 안에 들어오는 순간, 그것은 여전히 ‘서브’일 수 있을까.


본래 서브컬쳐는 중심에서 벗어난 자리에서 형성된다. 느리고, 개인적이며, 때로는 이해받지 못하는 영역에서 축적된다. 그러나 이 전시는 그것을 하나의 구조 안에 정렬하고, 선택 가능한 형태로 배치한다. 취향은 더 이상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고를 수 있는 것으로 변한다. 그리고 그 순간, 서브컬쳐는 더 이상 주변에 머무르지 않는다.


동시에 전시는 그런 ‘서브’를 지극히 개인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70팀의 작업이 나란히 놓였을 때 보이는 건 하나의 문화가 아니라, 각자의 시간과 태도로 쌓아 올린 70명의 개인이었다. 그러니까, 서브컬쳐가 중심으로 진입한 것은 사건이 아닐지도 모른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결국 문화가 될 수 있다는 오래된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다. 적어도 이 전시에서는 ‘서브’의 반대가 ‘메인’이 아닌 ‘자기 자신’에 가까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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