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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도시 안에서 ‘우리’가 되는 순간 - 2026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어쩌면 우리는 각자의 섬에서 외롭게 견디다가, 가끔 이런 공간에 모여 무사함을 확인하는지도 모른다.

by 윤희지 에디터
2026.09.17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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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와 나 사이에는 요즘 새로운 대화 주제가 생겼다. 평생 나의 '덕질'을 두고 “이번엔 또 어떤 놈이냐”라며 핀잔을 주던 엄마가 처음으로 누군가의 열렬한 팬이 되었기 때문이다.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 나온 어린 소녀 가수를 응원하기 시작한 엄마는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신곡 소식과 방송 일정을 부지런히 전해왔다. 성을 떼고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는 엄마를 보며 처음엔 질투도 났지만, 이제는 가족 외의 무언가에 깊이 빠져 삶의 활력을 찾는 당신의 모습이 그저 반갑고 보기 좋다.

       

      중학생 때부터 나의 공연 관람과 덕질을 끊임없이 후원해 주었던 엄마 덕분에, 나는 수년에 걸쳐 단단한 티켓팅 실력을 갖춘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지난해, 그 실력을 발휘해 엄마가 원하던 단독 콘서트 연석을 잡아 함께 다녀왔다. 서울 지리에 익숙지 않은 엄마를 모시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굿즈를 들고 직캠을 남겼다. 콘서트장의 압도감에 눈시울을 붉히던 엄마는 이제 전국 행사 출석까지 고민하는 팬이 되었다. 행사 세트리스트가 매번 같다며 아쉬워하다가도 가수의 바쁜 일정을 두둔하고, 라디오 사연이 당첨됐다며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은 장르만 다를 뿐 나와 꼭 닮아 있었다.

       

      엄마를 보아도, 그간의 나를 보아도 그렇다. 작년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후기에 ‘덕질은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라고 적었듯, 누군가를 열렬히 마음으로 품는 일은 결국 자기 자신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좋은 곳으로 이끄는 일이다. 덕질은 대상을 추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에너지의 방향은 언제나 자기 삶을 더 사랑하고자 하는 나 자신을 향해 있다.

       

      올해도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이 열린 인천공항 근처, 서쪽 끝까지 찾아온 관객들을 보아도 그랬다. 9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타월을 머리에 쓴 채 스테이지를 반짝이는 눈으로 올려다보고, 페스티벌 티셔츠나 굿즈를 둘러멘 관객들은 저마다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법을 정확히 아는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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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오의 열기가 한창이었던 가운데, 무대 위 윤지영의 코멘트는 오래 잔향을 남겼다. 타인과 생각이 다르면 너무 쉽게 배척하고 편을 가르는 인터넷 세상에서 스트레스를 받곤 하지만, 페스티벌 현장에 올 때마다 서로 달랐던 이들이 한데 모여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힘을 얻는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고민 끝에 만들어졌다는 곡 「Love is everywhere」를 들을 때, “사랑의 온기가 넌 부족해 보여” 뒤로 이어지는 ‘but’이라는 가사가 유독 또렷하게 꽂혔다. 이어지는 「City Seoul」의 ‘내가 고른 짐은 누군가의 나를 향한 마음’까지 연이어 들으니, 도시라는 거대한 공간 안에서 우리가 ‘우리’로 존재하는 순간을 포착해 내는 그의 관점은 무대 위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윤지영의 음악에는 듣는 이를 특정 시절로 순식간에 되돌려 놓는 힘이 있다. 비행기가 자주 뜨던 그해 가을의 퇴근길, 백팩을 메고 걸었던 골목길의 풍경이 그의 목소리를 타고 다시 선명해졌다. 수없이 들었던 「언젠가 너와 나」의 가사를 따라 부르면서는 그의 음악이 나의 20대 중간과 끝자락을 어떻게 지탱해 주었는지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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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우리는 각자의 섬에서 외롭게 견디다가, 가끔 이런 공간에 모여 무사함을 확인하는지도 모른다. 서로의 배경이나 성향도 알지 못한 채 그저 같은 음악을 듣고 볕을 견디는 시간. 인터넷 세상이었다면 사소한 차이로 쉽게 편을 가르고 등을 돌렸을 이들이, 이곳에서만큼은 어깨를 맞댄 채 한 가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도시 속에서 타인은 때로 피로한 존재지만, 같은 무대를 바라보며 옆자리를 나누는 순간만큼은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다. 가사 한 줄을 따라 부르며 같은 공간에 모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묘한 안도감이 든다.

       

      이번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에서 들고 돌아온 것은, 각자 다른 삶을 살던 이들과 한 공간에서 같은 음악을 나누었다는 소박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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