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울트라-백화점-시즌2-확장판-포스터.jpg


 

당신은 자신의 취향을 알고 있는가? 나는 지금까지 나의 취향을 잘 알고 있었을까?

 

이번 전시를 보고 나오며 가장 오래 남은 질문은 이것이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가 아니라, ‘나는 왜 그것을 좋아하는가’에 대한 질문.

 

<울트라백화점 Vol.2> 포스트 서브컬쳐는 더 이상 서브컬쳐를 비주류 장르나 특정 집단의 문화로 정의하지 않는다. 이것은 누가, 왜, 어떤 태도로 만들어졌을까? 이 전시는 한때 비주류라 불렸던 취향들이 어떻게 개인의 태도가 되고, 다시 하나의 문화로 확장되어 왔는지를 탐구한다. 서브컬쳐란, 유행을 따르기보다 오래 좋아해온 것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태도, 기준 밖에서 형성된 감각, 그리고 그것을 기꺼이 선택하고 소비해온 시간의 축적을 의미한다.

 

전시 <울트라백화점 Vol.2>는 다섯 개의 ‘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공간은 취향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고르고 쌓아가는 경험’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1관. 서브컬쳐 스트릿 — 취향을 발견하는 방식


 

울트라백화점Vol2_공간사진_03(저용량).jpg

 

 

서브컬쳐 스트릿은 길을 따라 음악, 출판, 영화, 패션 등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큐레이션 스트리트로, 문화의 기록을 살펴보고 원하는 페이퍼를 취향을 발견하듯 고를 수 있는 공간이다. 이를 통해 내가 어떤 문화 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무엇에 공감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을 발견하거나, 막연히 생각으로만 가지고 있던 내용을 글로 마주하기도 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유독 시선이 머무는 글을 소유하게 된다. 물건이 아니라 생각을 고른다는 감각이 인상적이었다.

 

유독 눈길이 가던 것은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미래’에 대한 글이었다. 최근 인스타그램을 보면 단순히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알려주는 채널을 넘어, 정말 세분화된 취향의 채널들을 발견하게 된다. 기괴한 이야기를 올리는 곳, 유명하지 않지만 좋은 노래를 발견하는 곳, 감동을 주는 글을 올리는 곳 등. 그런 취향을 지닌 사람들이 모이면서 비주류의 취향이 주류가 되는 현상을 목도하기도 한다.

 

여기서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미래’는 말한다. 사람들에게 정보나 이야기를 제공하는 걸 진지하게 일로 삼고 싶다면 결국 독자를 공부해야 한다고. 독자에 대해 생각하고 그들을 잘 이해한 뒤, 그들이 따라오고 함께하고 싶은 주제를 제공하는 곳이 앞으로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결국 이 말이 이 전시의 주제와도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비주류라 불렸던 취향들이 어떻게 개인의 태도가 되고, 다시 하나의 문화로 확장되어 왔는지를 탐구하는 것. 비주류지만 누군가의 취향이 분명한, 뾰족한 ‘독자의 틈’을 찾아내고 그들의 흥미를 읽어내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 그리고 그것이 확장되면 결국 하나의 문화가 되는 것. 음악에 있어서는 ‘밴드 붐은 온다’의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2관. 비사이드 레코즈 — 취향을 듣고 쌓는 시간


 

울트라백화점Vol2_공간사진_05(저용량).jpg

 

 

그렇게 나만의 취향을 탐닉하다 보면 2관 비사이드 레코즈를 만나게 된다. 비사이드 레코즈는 단순한 음악 감상을 넘어, 아티스트가 구축한 고유한 세계관과 그 이면의 이야기를 살펴보는 레코드숍 형태의 공간이다. 청춘·열정·내면·연대·위로라는 큰 주제 아래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들의 취향에 공감하며 나의 취향을 돌아보게 된다.

 

LP판에 적힌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읽거나, 그들이 추천하는 음악을 듣고, 한 켠에 비치된 플레이어로 직접 음악을 재생해볼 수도 있다. 그 속에서 나만의 취향을 발견하고, 나만의 음악 리스트를 만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다.

 

10가지 음악 스티커를 조합할 수 있다 보니, 내 취향의 음악과 디자인을 발견하기 위해 뒤적거리다 보면 어느새 집중하며 내 취향을 고민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좋다’는 감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왜 좋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공간이었다.

 

 

 

3관. 텍스트 에비뉴 — 생각이 머무는 곳


 

울트라백화점Vol2_공간사진_08(저용량).jpg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구간은 3관 텍스트 에비뉴였다. 텍스트 에비뉴는 독립 출판이 세상에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들을 마주하는 곳으로,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그 답을 찾아가는 사유의 거리를 만날 수 있다. 유물, 이해, 아날로그, 정체성, 미스터리, 창작 등 특정 주제를 다루는 서점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중 가장 깊은 공감을 준 한 곳의 북마크를 수집할 수 있었다.

 

여러 주제의 서점을 넘나들며 텍스트를 살펴보다 보면, 흥미롭게 다가오는 문구와 독서를 자극하는 책들을 많이 마주하게 된다. 내가 선택한 북마크는 창작 서점의 ‘거북이’ 북마크였는데, 창작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서 선택했던 것 같다.

 

창작 북마크 뒤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마치 거북이가 육지에서는 느릿느릿 움직이지만, 바닷속에서는 누구보다 자유롭고 빠르게 헤엄치듯. 책을 펼치면 책 속에서 누구보다 자유로워진다.”

 

책을 펼치면 책 속에서 누구보다 자유롭다. 상상이라는 바다 속에 자유롭게 헤엄치는 거북이처럼. 나도 보다 자유로운 생각 속에서 다채로운 상상을 펼치고, 그것을 텍스트 위에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4관. 리뷰어스 씨어터 — 타인의 시선이 남기는 영향


 

울트라백화점Vol2_공간사진_18(저용량).jpg

 

 

4관 리뷰어스 씨어터에서는 독립 영화를 단순히 관람하는 것을 넘어, 타인의 깊이 있는 시선을 통해 작품을 다각도로 재해석해 보는 특별한 영화관이었다.

 

다른 이들의 리뷰를 보다가 기억에 남았던 것은, 영화 <유월>에 대해 뮤지컬 배우 김호영이 리뷰한 내용이었다. 이 영화가 남긴 잔상을 단 한 문장으로 붙잡는다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 자신을 믿어봐’라고 답했다. 지금 어떤 마음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이 이 영화의 티켓을 집어 들면 좋겠냐는 질문에는 ‘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용기가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일을 하는 나는 언제나 스스로를 검열해오는 시간이 길었다. ‘이게 맞나? 내가 생각한 방향이 맞나? 이게 최선인가? 더 나은 방향이 있진 않은가?’ 신중함을 넘어서, 나 자신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건 아닐까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런 나에게 이런 리뷰는 영화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누군가의 영화에 대한 리뷰가 타인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닫기도 했다.

 

여기서는 리뷰어의 감각적인 해석이 담긴 특별한 영화 티켓을 발권하여 영화의 여운을 간직해 볼 수 있었는데, 내가 발권한 영화 티켓은 ‘러브! 스탠다드?’였다. 리뷰에서는 영화 <유월>이 인상 깊었지만, 선택한 것은 <러브! 스탠다드?>였다니.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티켓이 내 취향이어서.

 

그럼에도 어떠한가. 이 전시는 내 취향을 ‘설명’하는 곳이 아니라, ‘인정’하는 곳이었으니까.

 

 

 

5관. 더 리얼 부티크 — 패션에 담긴 태도를 바라보는 방식


 

울트라백화점Vol2_공간사진_24(저용량).jpg

 

 

이 공간을 지나면 5관 더 리얼 부티크를 만나게 된다. 더 리얼 부티크는 패션을 대하는 애정 어린 태도와 옷 한 벌에 담긴 깊은 서사를 감상하는 갤러리형 공간이다. 의복에 담긴 진정성을 기록한 ‘감정서’를 읽고, 감각을 깨운 감정서를 선택해 볼 수도 있는 기회를 만날 수 있다.

 

사실, 패션은 간혹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꼈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있었으나 나름 흥미롭게 보고 지나갔던 것 같다. 어쩌면 취향이라는 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은 영역인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이해가 아니라, 반응이니까.

 

 

 

취향은 결국, 나를 드러내는 방식


 

울트라백화점Vol2_공간사진_30(저용량).jpg

 

 

이렇게 다양한 전시관을 지나오면 어느새 들어갈 때 줬던 취향 장바구니에는 나만의 취향으로 가득 차게 된다. 내가 고른 것들을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보다 보면,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가치관에 흥미를 보이는지 마주하게 된다. 이 전시는 취향을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라, 취향을 통해 ‘나’를 읽게 만드는 전시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의 취향은 이런데, 당신의 취향은 어떤가요?”

 

 

 

곽미란.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