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써니데이’는 이혼 소송 후 고향 완도로 돌아온 슈퍼스타 ‘오선희’가 첫사랑 ‘조동필’과 친구들을 만나며, 오랜만에 편안한 웃음을 되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 작품은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로맨스보다는 사람을 통해 변화하고 치유되는, 따뜻한 이야기를 다룬다.
완도가 보여준 따뜻한 위로
영화 ‘써니데이’는 ‘완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곳은 단순히 주인공 ‘오선희’의 고향이라는 장소의 의미를 넘어선다. 그저 어렸을 때 살던 아름다운 동네가 아닌, 주인공이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하는 따뜻한 공간으로서 그려진다. 완도가 주는 따뜻함은 결코 고향의 풍경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 그 사람들 덕분이었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슈퍼스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오선희’가 아닌, 과거 완도에서 함께 살며 추억과 시간을 함께 나눈 사람으로 바라봐 준다. 어떤 수식어구 없이 ‘인간 오선희’ 그 자체로 대해준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주인공은 어떠한 부담 없이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며 다시금 주인공의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문득 나에게 ‘완도’ 같은 공간은 어디일까 생각해 봤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숨을 돌릴 수 있는 곳. 그리고 결국 다시 나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곳. 나에게는 그곳이 특정 장소라기보다는, 언제나 나를 지지해 주고 곁을 지켜주는 가족과 친구들이 아닐까. 그들이야말로 ‘써니데이’ 속 완도처럼, 다시 나아갈 힘을 주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안식처가 되어주는 사람들
완도로 돌아와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은 건 ‘오선희’뿐만이 아니었다. ‘조동필’ 역시 한때 큰 꿈을 품었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로스쿨을 그만두고 고향에 틀어박혀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오선희와 재회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다시금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용기를 얻고 삶에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써니데이’ 속 인물들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각자의 방식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이 영화는 한 사람의 성장 이야기만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우리도 영화 속 등장인물들처럼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입고, 때로는 도망치고 싶어질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우리를 붙잡아주고 다시 나아가 힘을 주는 존재가 있다면, 다시금 일어서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스토리형 광고 같은 영상미
영화 스토리뿐만 아니라, 영상미 또한 인상적이었다.
‘써니데이’는 완도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아낸다. 전반적으로 푸른 바다와 자연의 따뜻한 색감, 잔잔한 분위기가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이를 표현하는 방식에서 마치 한 장면 장면이 스토리형 광고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인물들의 얼굴을 정면에서 클로즈업하는 장면이 많았고, 긴 대사로 이야기를 전개하기보다는 감정을 압축한 짧고 함축적인 대사와 장면마다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활용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감독에게 이 연출 방식에 담긴 의도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다. 완도의 여유로운 풍경과 대비되는 감정선의 흐름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였을지? 아니면, 관객이 오선희의 감정을 더욱 깊이 공감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을지?
오늘의 마음은 비 갠 뒤 맑음입니다
‘써니데이’는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영화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일이 일어났냐보다는, 그것을 계기로 변화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오선희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그녀와 함께한 모든 인물의 것이기도 했다.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누구나 '오선희'가 될 수 있다. 누구나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지치고, 상처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럴 때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는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완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따뜻한 감성이 어우러진 ‘써니데이’는 다시 시작할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잔잔한 위로와 응원을 담아 보낸다. 마치 비가 그치고 해가 뜨듯이, 이 영화는 그렇게 우리에게 따뜻한 하루를 선물할 것이다.
“오늘 당신의 마음에도 해가 뜨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