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웹툰의 팬심을 자극하는 방법 - 매거진 조이 Vol.1: 집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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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취미가 뭐야?”라고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고민도 없이 ‘웹툰 읽는 거 좋아해’라고 답할 것이다. 작년 네이버웹툰에서 1년간 웹툰을 얼마나 읽었고, 어떤 장르를 선호하는지 등의 분석을 담은 ‘나의 웹툰 리포트’를 제공해 줬었는데, 놀랍게도 5,916화를 읽으며 상위 1%의 독자로 나타났다.
그만큼 나에게 있어 웹툰은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취미 활동인데 이번에 나를 비롯하여, 웹툰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소식이 들려왔다. 국내 최초 웹툰 전문 매거진이 창간되었다는 것. 그 주인공은 바로 『매거진 조이』. 다산북스의 웹툰 브랜드 다산코믹스에서 선보이는 이 매거진은 단 하나의 작품, 오직 한 명의 작가, 오로지 팬만을 위한 웹툰 전문지라고 한다.
『매거진 조이』는 첫 작품으로 최근 완결 난 와난 작가의 ‘집이 없어’라는 웹툰을 선택했다. 네이버웹툰에서 2018년부터 2024년까지 269화에 걸쳐 연재된 작품으로, 각자의 사정으로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매거진에는 웹툰에 대한 소개부터, 명장면 다시 보기, 전문가들 관점에서 바라본 작품, 기타 즐길 거리까지 풍성하게 담겨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집이 없어>를 연재할 당시 매주 한 화씩 기다리며 챙겨봤던 독자로서 반가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집이 없어>를 둘러싼 다양한 시선이 담긴 일곱 편의 리뷰였다.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점이나, 나와 다른 시각으로 작품을 표현하는 내용을 읽다 보면 작품의 깊이를 입체적으로 느끼게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박사 칼럼리스트의 리뷰 글을 보면 이런 내용이 등장한다.
와난의 <집이 없어>는 짧은 에피소드로 캐릭터를 파악하고 선/악과 호감/비호감의 구도로 분류하여 잘 수납한 뒤 종이인형 놀이하듯 서사를 즐기고 싶은 욕망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을 읽는 것은 흥미롭지만 쉽지 않은 경험이다.
<집이 없어> 작품을 읽다 보면, 단순히 ‘좋은 애와 나쁜 애’, ‘주인공과 빌런’ 등의 이분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물이 가진 다차원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답답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친구를 지지하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일반적인 작품의 흐름과는 다른 모습을 그려낸다. 메인 캐릭터 중 하나인 ‘백은영’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자. 백은영은 주인공 ‘고해준’의 지갑을 훔치는 내용으로 독자를 처음 만나게 되는데, 소위 말하는 비행 청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집 없이 밖에서 친구들과 지내며 돈을 훔치기도 하고, 싸움을 걸며, 누군가의 감정을 일부러 자극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한솔고등학교의 버려진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면서 ‘고해준’을 비롯하여 ‘박주와’, ‘김마리’ 등과 부딪히고 다투며 살아가는 모습이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그려진다.
일반적인 작품이었다면, 몇 개의 에피소드가 거쳐가는 동안 ‘백은영’이라는 캐릭터는 차근차근 친구들과 함께 성장하는 흐름으로 갔을 것이다. 그러나 <집이 없어>는 이것과 다른 흐름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의 정확한 예시 같은 모습이다. 이쯤이면 변하지 않았을까, 이쯤이면 마음을 열지 않았을까 계속 기대하지만 번번이 기대와 다른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왜 백은영은 몇 개의 에피소드를 거치면 변했을 거라 속단하고 기대하고 있을까. 누구나 살아온 배경에 따라 생각과 행동은 다를 것이고, 그 생각을 바꾸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전반적으로 많은 독자들이 나와 같은 반응을 보이고는 했는데, 그런 반응을 보다 문득 ‘나의 기준으로 남을 판단하는 시각 자체가 폭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매거진 조이 Vol.1: 집이 없어』에 실린 이용권 만화평론가의 리뷰에 이런 내용이 등장한다.
<집이 없어>의 특이한 점은 등장인물들이 끊임없이 다투고 끊임없이 화해한다는 것에 있다.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들에게 끊임없이 서사를 부여한다.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는 대중적인 요구와는 정반대로 가해자들의 서사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를 이해하는 지난하고 험난한 과정을 끈질기게 묘사한다.
서사 진행의 속도를 포기하고 인물의 복잡한 과거를 모두 설명하고자 하는 ‘구구절절식 전개’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끝끝내 등장인물을 이해하도록 만든다. “누군가의 일기를 읽으면 그 사람을 완전히 미워하는 일은 불가능하게 된다”는 한 시인의 말처럼, <집이 없어>의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내밀한 일기를 독자들에게 집요하게 제공함으로써 그들을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웹툰을 읽으면서 계속 찝찝하게 느껴왔던 것, 뭔가 미묘한 불편함의 존재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부분이었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집이 없어>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정말 많은 갈등을 겪는다. 부딪히고 다투고 싸우면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볼 수 있다. 정말 끊임없이 갈등을 겪는다. 그렇지만 결국 그들은 화해를 하게 되는데, 그 모습을 몇 달에 걸쳐 캐릭터가 가진 과거 서사와 이렇게 행동해야만 했던 이유들에 대해 세밀하게 보여준다. 이용권 만화평론가의 말처럼, 끝끝내 등장인물을 이해하도록 만든다.
아마 작가의 이러한 집요한 노력이 있었기에, <집이 없어>가 많은 인기를 얻게 된 게 아닐까 싶다. 단순히 웹툰 속 캐릭터로만 남아 있는 게 아닌, 마치 옆집 아이에게 신경을 쓰는 듯 ‘잘 살았으면 좋겠는 아이들’,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게 한다. 즉,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공감을 하게 만드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는 것이다.
『매거진 조이 Vol.1: 집이 없어』에 담긴 여러 리뷰를 통해 작품에 대해 더욱 깊고 확장된 시각을 가질 수 있었는데, 이게 바로 국내 최초 웹툰 매거진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이라는 생각을 했다.
웹툰 애독자로서 이렇게 심도 있는 채널이 하나 더 생겼다는 사실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1편을 시작으로, 이 다음 웹툰은 어떤 것을 다루게 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2편, 3편을 계속 기다리고자 한다.
[곽미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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