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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기대는 늘 한 숟갈 많고 음식은 늘 내 맘 같지 않다 [음식]

레시피보다 기대를 한 숟갈 더

by 곽한별 에디터
2026.08.03 13:09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잠깐 화면을 멈춘 적이 있다. 출연자들이 함께 만든 떡볶이를 한입씩 먹어 본 뒤 여기저기서 "망했다."는 말이 터져 나왔다. 다들 젓가락을 내려놓는데 한 아이돌만 끝까지 떡볶이를 먹고 있었다.

 

"저 실패한 음식 좋아해요."

 

순간 귀를 의심했지만, 서글서글 웃는 그 얼굴을 보니 진짜 그런 것 같아 보였다. 배려심이 깊은 모습에 어쩐지 감동해 그 아이돌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도 나는 아직 실패한 음식을 좋아해 본 적이 없다. 별점과 후기를 한참 비교해 고른 음식이 기대에 못 미치면 돈이 아까웠고, 큰맘 먹고 따라 한 레시피가 엉망이 되면 속상함을 참지 못했다.


그런데도 실패한 음식은 자꾸 생긴다. 이상하게 퇴근길만 되면 배달앱 사진을 전부 믿게 된다.

 

그날도 그랬다. 당시에 새롭게 등장한 “로제마라찜닭” 사진은 완벽했다. 붉은 소스는 윤기가 흘렀고, 분모자는 통통했고, 치즈는 먹기 좋게 녹아 있었다. 하루 종일 업무에 치인 나는 홀린 듯이 회사를 나서며 주문 버튼을 눌렀다. 통근 시간을 치밀하게 계산한 주문이었다. 집으로 가는 35분 동안 그 찜닭은 이미 성공한 음식이 되어 있었다. 집 앞에 도착하니 음식도 딱 맞춰 도착했다. 신나게 가방을 던져놓고 후다닥 씻은 뒤 자리에 앉아 뚜껑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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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실제 사진)

 

 

비주얼은 사진과 조금 달랐지만, 그래도 음식은 먹어봐야 안다.

 

한입.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욕 한마디.

 

결국 반도 채 먹지 못하고 남긴 찜닭은 그대로 냉장고로 직행했고 사흘 뒤 버렸다. 찜닭이 너무 느끼한 나머지 냉동실에 고이 재워둔 맥주까지 마시고 싶지 않아졌다.


배달은 사진을 너무 믿어서 망했다면, 집에서는 늘 손이 문제였다. 조금만 더 넣고, 조금만 더 생략하고, 조금만 더 끓이면 괜찮을 거라고 믿는다.

 

가족들에게 만들어 주겠노라 호기롭게 선언한 전복내장죽에는 레시피보다 버터를 조금 더 넣으면 더 고소할 것 같았다. 레시피보다 내 입맛이 더 맞을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조금만 더’가 두 번 반복되자 죽은 서양식 리조토가 되었다. 맛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부모님이 드시기에는 너무 느끼했다.

 

시금치는 한 번만 씻어도 괜찮을 줄 알았다. 양념까지 끝낸 뒤에 한 입 맛봤는데 흙이 씹혔다. 밥상을 차리기 직전이었는데, 결국 눈물을 머금고 참기름과 마늘 양념을 다 씻어낸 뒤 흐물흐물해진 시금치를 처음부터 다시 무쳤다.

 

간단히 만들어보려고 했던 국수는 전분기만 잘 헹구면 됐었다. 그걸 대충 넘겼더니 면끼리 단단히 뭉쳤다. 결국 이 국수가 원래 이상한 브랜드라고 가족들에게 변명하기까지.

 

이상하게도, 인터넷에서는 그런 음식이 더 오래 살아남는다. 알고리즘을 몇 번만 넘겨 봐도 적양파를 넣어 보라색이 되어버린 이세계 된장국이나 까맣게 탄 쿠키, 냄비째 굳어버린 파스타 같은 영상이 추천되고, 나도 별생각 없이 눌렀다가 마지막까지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원두 대신 실수로 강아지 사료를 갈아 커피를 내린 영상까지 봤다. 재밌는 건 영상을 보는 내내 '거기서 그만하면 되는데.'라는 생각을 한다는 점이다. 고추장을 한 숟갈 더 넣고, 색이 조금 이상해졌는데도 계속 끓이고, 이미 늦은 것 같은데도 '괜찮겠지.' 하며 다음 재료를 넣는다. 보는 사람은 결과를 뻔히 아는데 만드는 사람은 멈추지 못한다.

 

내 맘같지 않은 음식은 혼자 먹으면 그냥 실패다. 소금을 너무 많이 넣은 김치찌개와 퍼진 라면을 혼자 책임진다. 그런데 사람이 한 명만 더 늘어나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누군가는 아무 평가 없이 그냥 웃고, 다른 사람은 물을 한 컵 더 붓거나 계란이라도 깨 보자고 한다. 결국 라면은 살아나지 못하지만, 그래도 그날의 식탁은 꽤 재밌었으니까.

 

음식에 항상 성공하고 싶었다면 사람들은 평생 먹어본 것만 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SNS에 저장해 둔 레시피를 다시 꺼내고, 영상 속 사람을 믿으며 불을 올리고, 이번에는 정말 맛있을 거라 생각하며 새로 산 소스를 한 숟갈만 더 넣는다.

 

오늘은 또 무슨 실패를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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