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로그란 video와 blog를 합친 말로, 비디오의 형식을 빌려 개인의 기록을 공유하는 콘텐츠를 의미한다. 유튜브에는 학생, 취준생, 직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의 삶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올리는 사람이 많다. 특별할 거 없는 그저 일상 이야기일 뿐인 영상이 어떻게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던 것일까? 심지어 나와 친밀한 사람도 아니고 아주 유명한 사람도 아닌 ‘남’의 일상을, 우리는 왜 즐겨 보게 되는 것일까?
타인의 삶에서 나를 확인하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끊임없이 사회 속에서 내가 이곳에 잘 어울리고 있는지,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확인받고 싶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른 사람의 일상을 비교적 세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브이로그는 일종의 참고 자료가 된다. 나와 닮은 사람을 보면서 내가 잘 살아가고 있다는 안도를 얻기도 하고, 나와 다르게 사는 사람을 보면서 나는 왜 저렇게 살지 못할까 하는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브이로그를 꾸준히 챙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마음이 불안해질 때면 종종 브이로그를 찾게 되는 것 같다. 비슷한 나이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지켜보며 내가 이상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른 사람들은 어느 정도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조심스럽게 확인해 보려는 마음에서 말이다. 어쩌면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이라기보다 내 삶이 괜찮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스스로를 점검해 보려는 불안에 가까운 감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역할은 어디까지나 참고의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일상에 나를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비싼 카페를 찾아다니거나 멋진 식사를 만들어 먹는 것은 결국 나를 잃는 일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살아간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남과 비슷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나로 살아가는 일일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들로 삶을 채우고 남의 삶이 아니라 내 삶에 대해 더 많은 궁금증을 품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나와 비슷한 나이대나 처지와는 상관없이 그 사람 자체가 좋아서 일상이 궁금해지는 유튜버도 있다. 이 경우 브이로그는 낯선 사람의 삶을 구경하는 콘텐츠라기보다 친구의 근황을 듣는 것과 비슷한 감각에 가깝다. 나는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챙겨보는 브이로그 유튜버가 있는데 바로 “해쭈” 채널이다.
왜 유독 이 사람의 영상이 재미있게 느껴질까 생각해 보면, 해쭈는 일상 속에서 건강함과 따뜻함 그리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하는 영상을 만들기 때문인 것 같다. 미라클 모닝 챌린지나 건강한 다이어트 같은 콘텐츠는 거창한 성취를 강조하기보다 작심삼일이더라도 시도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건강한 태도를 보여 준다.
그래서인지 해쭈와 구독자 ‘쭈친’들은 이름의 의미처럼 실제 친구와 비슷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녀의 일상에 슬픈 일이 생기면 함께 속상해하고,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같이 분노하며, 기쁜 일이 있을 때는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넨다. 그렇게 브이로그는 단순히 누군가의 하루를 보여 주는 영상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느슨하게 응원하는 관계를 만들어 내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사진 출처: 해쭈[HAEJOO] 유튜브 채널
비록 보여 주고 싶은 모습만 편집되어 있는 영상을 통해 이어진 관계일지라도, 시청자와 유튜버 사이에는 그보다 더 깊은 정서적 연결이 형성되기도 한다. 우리는 단순히 영상을 소비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안에 담긴 태도와 가치관, 삶의 방식까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화면 속 사람의 하루를 반복해서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그 사람의 생각이 우리의 일상에도 조금씩 스며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영상을 보고 어떤 사람의 삶을 가까이에서 바라볼 것인지를 잘 선택해야 한다. 브이로그가 때로는 삶을 돌아보게 하는 참고가 되고, 때로는 따뜻한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그 영향이 나의 삶을 흔들어 버리게 해서는 안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삶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나에게 필요한 것만을 조심스럽게 건져 올리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