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현실이 힘들수록 문화예술을 보자 [문화 전반]

글 입력 2025.01.1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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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언제 문화생활을 할까?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전시회에 가는 그런 평범한 문화생활 말이다. 모처럼의 휴일 혹은 삶에 여유가 있을 때? 예술이 취미가 아닌 많은 사람들은 일부러 시간을 내고, 부족한 휴일을 쪼개서 문화 활동을 할 것이다. 누군가는 바쁘고 어두운 현실에서 한가하게 문화생활이나 할 여유가 어디 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어둡고 힘든 상황이야말로 진정으로 예술이 필요한 때라고 믿는다. 예술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타인의 삶을 마주하고 연대할 수 있으며, 기꺼이 이겨낼 힘을 얻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나 역시 문화예술을 좋아하지만, 반복되는 출퇴근과 정신없이 흘러가는 일상을 보내다 보면 기대만큼 즐기지 못한다. 때로는 한 달에 책 한권을 겨우 읽고, 밀린 드라마를 볼 엄두가 나지 않아 아직 결말을 못 본 작품들도 꽤 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문화예술을 좋아하고 더 많은 예술이 빛을 발했으면 한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 혹은 왜 책을 읽고 문화생활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사람들을 위해 이 글을 쓴다.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거나 드라마 속 장면에 분노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최고의 위로는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백 마디의 말보다 그저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감정은 누군가 끄집어내 주어야만 그 존재를 인식할 수 있다.

 

조예은 작가의 <칵테일, 러브 좀비> 속 프로듀서의 말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나는 이것이 우리가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1회차 인생을 살기에 내가 겪는 일이 문제인 줄 모르고, 때로는 내 감정조차 인지하지 못할 때가 있다. 장난인지 진실인지 모를 애매한 쓴소리에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서 어물쩍 넘어간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예술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에, 필연적으로 사람의 이야기를 담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와 타인의 감정을 끄집어내어 그 존재를 비춰주는 문화예술이 필요하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인물을 통해 들여다보지 않으면 몰랐을 내 감정을 깨닫고, 자신을 더 잘 돌볼 수 있다.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소설 <소년이 온다> 쓰는 동안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다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고 한다.

 

과거와 현재의 다를 바 없기에 우리는 과거로부터 배우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 어쩌면 뻔한 그 말의 의미를 최근 영화 <하얼빈>을 보며 다시 한번 깨달았다.

 

 

우리 앞에 어떠한 역경이 닥치더라도 절대 멈춰서는 아니 된다. 금년에 못 이루면 다시 내년에 도모하고, 내년, 내후년, 10년, 100년까지 가서라도 반드시 대한국의 독립권을 회복한 다음에라야 그만둘 것이다.

 

어둠은 짙어오고 바람은 세차게 불어올 것이다. 불을 밝혀야 한다,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우리는 불을 들고 함께 어둠 속을 걸어갈 것이다.

 

 

<하얼빈> 속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내레이션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영화는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군들의 투쟁을 다루고 있으나, 자주권을 가진 현재의 한국의 상황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예술은 현실과 연결되어 있다. 책, 영화, 공연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수많은 ‘실재하는 개인의 삶’이 예술을 통해 재현되고 전달된다. 세상의 많은 일들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으며, 내가 겪지 않았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예술을 보아야 한다. 내가 몰랐던 삶의 존재를 인식하고, 연대해야 한다.

 

이는 단지 타인을 돕는 일이 아닌, 내가 살아갈 세상을 더 좋게 바꾸어 나가는 일이기도하다. 작품의 메시지가 감상자에게 닿아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예술이 아름다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과몰입의 경험


 

앞서 말한 구구절절한 이유들을 제치고서도, 문화예술을 감상하는 일은 즐겁다. 개인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나는 현실이 힘들수록 각종 콘텐츠에 과몰입하는 걸 즐긴다. 머릿속에 끊임없이 떠다니던 고민거리들도 작품을 몰입해서 보는 순간만큼은 잠시나마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생사를 오가는 영화 속 주인공들, 혹은 열심히 춤추고 경쟁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을 보다 보면 내 고민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진짜 보잘것없는 고민이라서가 아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화면(때로는 책이나 무대 위)의 인물들을 보다 보면, 세상에는 별일이 다 있으니 내가 선택 하나 잘못한다고 죽지는 않겠지...하는 생각이 들곤 하는 것이다. 때로는 나와 너무나 다른 처지의 인물들을 보며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

 

이렇듯 사람마다 혹은 상황마다 문화생활을 하는 이유는 다르지만, 예술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은 하나의 작품이 수많은 이야기로 재탄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개인의 생각과 경험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하며, 같은 사람도 상황마다 느끼는 것이 달라지곤 한다. 그리고 이렇게 느낀 감정과 생각이 모여 삶의 방향성이 만들어지며, 작은 일이더라도 순간의 선택과 행동에 변화를 가져온다. 그렇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즐기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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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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