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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던 감독의 인사 - 안녕하세요 [영화]

1950년대 영화가 2026년에 리마스터링 된 이유

by 이상아 에디터
2026.03.13 13:51

 

 

일본의 거장 감독 ‘오즈 야스지로’의 <안녕하세요>는 1959년 일본에서 개봉하였으며, 한국에선 2004년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넸는데 2026년 리마스터링 버전이 재개봉하였다. 오즈 야스지로는 1927년 <참회의 칼>을 시작으로 1963년까지 약 60편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그가 창조한 세상의 수만 봐도 입이 떡 벌어지는데, 그의 작품의 깊이는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 성실한 예술가의 형태를 잘 보여주고 있다. 흑백 영화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지만 그가 떠나기 전 마지막 6개의 작품은 컬러로 만들어졌다. <안녕하세요>는 그중 두 번째로 만든 그의 컬러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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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플롯은 한 줄로 쓸 수 있을 만큼 간단하다. 옆집 TV로 스모 경기를 보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미노루와 그의 동생 이사무는 TV를 사달라고 집에 조르지만 아버지에게 거절당하고, 그날 이후 입을 꾹 다문 채 TV가 집에 생길 때까지 침묵시위를 이어간다. 평범하고 너무도 간단한 이야기일 것 같지만, 이 영화는 1950년대 당시의 분위기와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고 느끼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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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의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뒤 폐허 상태이던 일본이 한국전쟁으로 인해 미군이 일본에 군수 물자를 조달하면서 급격하게 산업이 성장하던 시대였다. 때문에 사회 전반에 미국식 문화와 제도가 들어오게 되는데 그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바로 ‘텔레비전’이다. 중산층 가정이 늘게 되면서 세탁기, 냉장고, 텔레비전 같은 가전제품이 집에 생겼는데 영화 속에서도 마을의 반장이 세탁기를 산 것이 소문으로 퍼지는 점이나 텔레비전이 있는 집이 하나밖에 없는 점이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 텔레비전의 보급은 실제 영화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 1950년대 중반 이후 빠르게 가정에 보급되는 텔레비전 때문에 사람들이 집에서 영상을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치 오늘날 OTT 플랫폼이 문화로 자리 잡으며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지 않는 이유와 비슷하다.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끌어오기 위해 영화 산업은 기술적 혁신이나 프렌치 뉴 웨이브 운동이 확산되며 기존의 안전한 제작 방식을 거부하고 실험적인 영화를 제작하는 등 큰 변화를 맞이했다. 흑백 영화 시대의 대표 감독으로 자리를 잡고 있던 오즈 야스지로에게 급변하는 시대의 모습은 단순히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때문에 <안녕하세요>는 그 시대의 모습을 철저히 반영하고 있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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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배경이 되는 마을의 모습은 기이할 정도로 꼭 붙어있고, 내부나 외부가 똑같이 생겨 집의 구분이 잘되지 않는다. 높은 언덕 아래 위치한 집들의 모습은 옛날 일본식 집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가전제품들은 세탁기나 텔레비전이 하나 둘 들어오는 현대화가 시작된 모습이었다. 언덕 아래에 위치하여 카메라로 비쳤을 때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마치 영화 트루먼쇼의 동네처럼 제한된 모습으로 세트장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인물들의 관계 또한 연극적인 분위기처럼 그려내고 있는데, 서로에게 예의를 잘 지키며 잘 지내는 듯해 보이지만 이 동네에선 모르는 비밀이 없을 정도로 소문이 빠르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마을에 있는 여자들이 소문을 전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기침만 해도 벽 너머로 들릴 정도로 가까운 집이지만 여자들은 절대 서로의 현관문 너머로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 들었던 소문과 내보내고 싶은 의견은 가감 없이 서로의 문턱을 넘나든다.

 

서로의 집과 집이 비슷하게 보이게 한 것도 감독의 의도처럼 보이는데 이는 이 시대의 이웃들이 물리적으론 가깝지만 심리적으론 멀리 있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 이유는 패전 이후 도시 외곽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경제난으로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붙어살고 있지만 현대화가 되는 문화 속에서 개인 성향이 커지면서 때문에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고, 침범 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로 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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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화는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은 마을에서 수군대는 서양 문화를 즐기는 젊은 부부의 집에도 스스럼없이 놀러 가고, 서로 방귀 뀌기 대회를 여는 등 솔직하고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아버지의 권위가 전부이던 시대와는 달리 부모에게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텔레비전을 사달라는 등의 생떼를 침묵시위를 통해 부리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들이 왜 서로 만나면 ‘안녕하세요’하는 등의 의미 없는 대화를 서로 나누는지 이해 못 하기도 한다.

 

이는 현대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어른들과 아이들의 세대 차이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어른들은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진 않아도 매일 아침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안녕하세요’는 공동체 생활을 최소한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의지이지만 이내 쓸데없는 소문을 만들어 내면서 그 의미가 변질되기도 한다. 전쟁을 겪지 않았던 아이들은 공동체의 힘이나 의미의 필요성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서로가 소통하는 방식에 있어 세대 차이는 계속 날 수밖에 없고, 그저 무의미한 전통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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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세대 구분의 대표 용어인 ‘MZ 세대’와 ‘젠지 세대’는 아직까지도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의 간극을 보여주고 있고, 한국에서의 ‘노인'은 한 시대의 초상이 아닌 그저 물리학적으로 늙은 생물 취급을 하기도 한다. 반대로 기성세대 또한 청년 세대들에 대해 소통 불가, 과도한 개인주의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자신들의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세상 속에만 갇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커져만 가는 갈등의 씨앗을 1950년대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에서 보고 있는 것만 같다. 기존 그의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가족 간의 단절이 이해되지 않고 계속되는 모습과 아버지의 권위가 낮아지고 어른들과 아이들 사이에 소통이 없어지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면서 익숙하게 느껴지기 때문은 우리가 현대에 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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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루와 이사무는 오랜 침묵시위 끝에 결국 텔레비전을 얻었을까? 그들은 늦은 밤까지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기차역 부근에 있는 텔레비전 가게에서 발견되는 한바탕 소동을 하고 나서야 소원하던 텔레비전을 집에 들이게 된다. 형제의 부모는 가사에 도움이 되는 세탁기를 사길 원했지만, 아이들의 간절한 마음을 모른 척할 수 없는 것은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마음인가 싶다.

 

텔레비전을 설치하면 가장 먼저 스모 경기를 볼 줄 알았던 형제는 무엇을 볼까 고민하다 야구를 보자 말한다. 이 장면을 통해 영화의 끝에서도 감독은 시대가 흘러가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일본의 전통 스포츠인 스모 경기 대신 미국의 대표 스포츠 야구 경기를 아이들이 택하는 장면을 넣어 아련한 향수를 말하고 있는 듯하다. 현대화에 따른 변화에 대한 감정이 AI 산업 시대를 맞이하는 오늘날의 불안한 낯선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는 것에 거장 감독의 혜안을 느낀다. 어쩌면 오늘날 다시 리마스터하게 된 이유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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