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드디어 새 학기의 시작이 다가왔다. 새해는 진작에 시작됐지만 3월이 되어야만 본격적으로 한 해가 시작되었다는 것이 더 와닿는다.
그래서일까. 3월은 도전하기도, 도망가기도 좋은 달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물거리느라 발조차 떼지 못했다면 3월을 핑계 삼아 시작하기 좋을뿐더러, 두 달 동안 쌓아 올린 무언가를 그만두고 싶어질 때 깔끔히 정리해 볼 수도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3월이기에 가능하다. 한껏 달음질할 용기만 있다면.
물론 도전과 도망에는 항상 두려움과 망설임이 따른다. 내가 지나온 모든 3월이 활기차고 경쾌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듯. 그때 무거운 발걸음을 조금이나마 가벼이 해주었던, 비몽사몽한 심장을 번쩍 일깨워준 노래들이 있다.
바로 미국의 신스팝 밴드 'The Strike'의 노래다.
당신의 심장 박동을 배경음 삼아: 'Soundtrack'
처음 이 밴드를 알게 된 것은 'Soundtrack'
'your heartbeat is the soundtrack that I play In my head everyday'
심장을 뛰게 하는 도입부가 귀를 사로잡고 나면, 마치 영화 장면을 묘사하는 듯한 가사가 낭만적인 사운드와 어울리며 클라이맥스까지 도달한다. '당신의 심장 박동은 내 머릿속의 사운드트랙'이라니. 사랑이라는 단어 없이 사랑을 말한다면 이런 느낌 아닐까? 한 편의 로맨스 영화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만 같다.
마치 기승전결이 완벽한 영화처럼 시원스러운 악기 사운드가 노래의 처음과 끝을 가득 채우고 있다. 두려움을 설렘으로, 일상을 영화로 만들어줄 배경 음악이 필요하다면 이 노래가 적격일 테다.
영영 함께 헤고픈: 'The Getaway'
목적지를 정하지 못했는데 무작정 차에 몸부터 실어 보고 싶었던 적이 종종 있다. 어딘가에 멈추어 서는 것이 아니라 그저 영원히 떠돌고 싶은 마음.
훌쩍 떠나 도망가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한번 마음껏 길을 잃어보자고 손을 내미는 노래가 있다.
'And even though all is lost I'm lost with you'
모든 것을 잃는다고 해도 당신과 함께 길을 잃을 것이라는, 영단어 'Lost'를 활용한 재치 있는 가사가 눈에 띈다. 이 노래는 The Strike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인 '색소폰 세션'이 드러나는 곡 중 하나이다. 마지막 후렴이 마무리된 후, 색소폰 사운드가 등장해 복고적인 분위기를 더해준다.
어떤 일이 있어도 곁에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든지 길을 잃어도 좋을 것 같다. 그것이 꼭 사람이 아니라, 이 노래처럼 묘한 용기를 주는 무언가일 수도 있다. 일단 결심하고 나서면 나의 세계를 넓혀줄, 그리고 함께 넓혀갈 무수한 가능성을 만날 것이다.
새출발? 딱히 다를 건 없네: 'Nothing New'
이 노래는 화자가 상대에게 반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라며 태연하게 구는 내용의 가사를 담고 있다.
이처럼 무언가를 앞두고 감정이 동요될 때, 오히려 '전이랑 별로 다를 것 없네'라는 뻔뻔한 태도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생각보다 많은 일들은 기세로 결정되니 말이다.
이 노래 The Strike의 강점인 색소폰 사운드가 단연 돋보이는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색소폰 사운드가 도입부터 유려하고 화려한 분위기를 장식하는 것은 물론, 노래 후반부에는 색소폰 연주와 기타 연주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여운 있게 마무리된다.
아무리 새로운 것이라도 일단 그것을 시작하게 되면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다. '새로운 것'이 언젠가 '내 것'이 될 수 있도록, 조금 가벼운 마음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등굣길, 출근길, 또 어떤 길이든
무거운 어깨, 처지는 발걸음이 기본값이었던 당시, The Strike 특유의 경쾌한 사운드 덕분에 많은 힘을 얻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 이 밴드의 노래를 들으며 뇌를 깨우고는 한다.
봄이 다가오는 신호 하나에도 마음이 울렁거리는 3월. 불안하면서도 설레고, 서늘하면서도 후덥지근한 이달의 싱숭생숭함을 신스팝과 함께 즐겨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