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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안녕하세요, 현승 님.

 

에디터 활동을 하며 다른 분들의 글을 훔쳐 읽을 때마다 자연스레 글 너머의 사람이 궁금해졌는데, 이번 기회로나마 서로 마음을 전해볼 수 있게 되었네요. 그렇지 않아도 요즘 편지를 쓰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였어요. 수신인이 누구든, 오롯이 나와 상대를 주제로 잔뜩 떠들고 싶다는 마음이 문득 들었거든요. 펜팔에 대한 은근한 로망이 있었는데 그걸 이룬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은서라고 하고, 은혜 은에 차례 서를 씁니다. 제 나이대에서 꽤 흔한 이름이기는 하지만, 저도 현승 님처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한자는 아니라서 슬쩍 적어보았어요. 예전에는 어린 마음에 조금 덜 흔한, 아니면 외자나 한글 이름 같은 독특한 이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지금은 그럭저럭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수료생 신분이고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고 있어요. 입사할 때의 포부와는 달리 공짜 영화를 그리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언제 또 이렇게 영화와 부대끼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 외의 시간에는 평소에 가고 싶었던 것, 하고 싶었던 것, 보고 싶었던 것을 최대한 경험해 보려고 하는 중입니다. 현승 님 말씀처럼 '앞으로 이런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라는 예감이 저에게도 종종 들어서요.

 

저만의 착각 혹은 설레발일 수도 있지만 현승 님이 쓰신 편지나 기고 글을 읽으면서 저희 꽤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끔 그런 사람이 있잖아요. 대화를 얼마 나누지 않았는데도 금방 마음을 붙이게 되는 사람. 텍스트만으로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하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실까요? 아무튼 부끄럽지만, 저 혼자 이런 생각을 했답니다.

 

현승 님이 적어주신 시집에 대한 글을 읽고, 헤맴과 멈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사실 저는 살아가면서 어딘가로 향하기보다는 끊임없이 헤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목표가 없다거나 모든 게 부질없다는 식의 비관적인 느낌은 아니고요. 다만 제가 알지 못하는 것들을 한껏 겪어보며 제 세계를 넓혀가고 싶다는 마음인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떠남'은 불가피하고, 지금의 저로서는 모든 떠나감에 초연해지기는 아직 어렵네요.

 

그러면서도 제가 영영 안고 살아가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제 일부로 삼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늘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여행을 가거나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마주치게 되었을 때, 그 광경이 마음에 깊이 와닿으면 '아, 나는 앞으로 평생 지금 이 순간을 그리워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분명 제 감각은 현재진행형인데 동시에 그에 대한 그리움을 느낀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요? 이만큼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의 인생에서 헤어 나오기 힘든 기억들이 종종 발을 붙잡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녹지 공간에서 철거된 건물을 떠올리는 것처럼요.

 

결국 자리를 털고 일어나 떠나는 방랑자이자, 지나간 기억에 흔들리는 추도객이 되고 싶은 것 같아요. 마냥 헤매다가도 중심을 잡아주는 멈춤이 있기에 계속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헤맴이 선이라면 멈춤은 점이 되어 자신만의 궤적을 채워나간다고나 할까요. 저는 현승 님의 글을 읽으면서 왠지 현승 님도 이렇게 자신만의 궤적을 그려나가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과 그림, 그리움의 어원은 모두 '긁다'로 같다"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저와 현승 님을 포함한 많은 분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여러 이유 중에는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분명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발끝을 긁어 그려낸 마음들을, 글을 통해 조금씩 훔쳐볼 수 있어 이곳에 들어올 때마다 굉장히 반가운 마음이에요.

 

작년 도쿄에 갔을 때, 긴자 앤틱 마켓을 구경했었는데요. 그때 당시 불어오는 바람에서 맡았던 향기, 떠돌이 빈티지 소품들이 지닌 저마다의 세월의 향기가 생각나는 사진을 한 장 첨부해요. 현승 님이 이번 도쿄 여행에서 마주치시게 될 풍경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엿보고 싶네요.

 

그러면 이만 편지 마칩니다. 각자 헤매다가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잠시 멈추어 서로를 기억에 담아두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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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솔지 님. 미리 인사드려요.

 

몇 년 전 희곡에 관한 수업을 들은 이후부터 연극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 있었는데, 정작 몇 번 보러 가지는 못했었거든요.

 

솔지 님께서는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공연을 자주 관람하시는 것 같아 그 세계에 더욱 알고 싶다는 생각이 오랜만에 들었습니다.

 

솔지 님께서는 저의 어떤 궤적을 흥미롭게 보셨을지 궁금하고 기대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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