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행운을 빌어 줘 [음악]

글 입력 2022.03.05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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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했다.


설렘 반 떨림 반 두근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대학교에 입학했던 스무 살의 나는, 어느덧 스물여섯이 되어 졸업장을 받았다.

 

학교 옆에 자리 잡은 자취방 덕에 6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붙어있던 학교와 이제는 안녕이다. 취직도 해서 소속도 바뀌었고, 직장 근처 동네에 새로운 집도 계약했다. 이제 정말 학교를 떠날 시간이다.

 

후련하면서도 섭섭했고, 기쁘면서도 두려웠다. 6년 동안 이 학교, 이 동네와 정이 너무 많이 들었던 탓일까? 어쩌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이제 진짜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왔을 수도 있다.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새벽 감성을 핑계 삼아 자주 나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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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들었다.

 

복잡한 감정으로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하는 나에게, 친구가 한 노래를 추천해 줬다. 내가 좋아하는, 벅차오르고 청량한 밴드 음악 느낌이라고 했다.

 

원필의 ‘행운을 빌어 줘’라는 노래였다.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던 나는 바로 노래를 들어봤고, 내 심장을 뛰게 하는 멜로디에 바로 매료되어 버렸다. 나는 출근길, 퇴근길, 운동하는 시간 등 때를 가리지 않고 이 노래를 들었다.

 

그리고 여느 날처럼 이 노래를 듣던 한 출근길, 문득 노래의 가사가 귀에 들어왔다.

 

 

 

자 이제는 기나긴 모험을 시작할 시간

준비했던 짐을 메고 현관문을 열 시간

정이 들었던 집을 등지고서

익숙한 이 동네를 벗어나서

내 발 앞에 그려진 출발선

이젠 딛고 나아갈 그때가 된 거야

앞으로 총 몇 번의 몇 번의 희망과

그리고 또 몇 번의 몇 번의 절망과

차가운 웃음 혹은 기쁨의 눈물을

맛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행운을 빌어 줘

내 앞길에 행복을 빌어 줘

계절이 흘러 되돌아오면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을 테니

기대해 줘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청량한 멜로디에 반해 별생각 없이 흥얼거리며 듣던 노래의 가사를 음미한 순간, 말 그대로 벅차올랐다.

 

‘이거 너무 내 노래잖아?’ 떨어지려고 하는 눈물을 애써 주워 담으며, 생각했다. 정말 너무나 내 노래였다. 정이 들었던 집과 학교, 익숙한 동네를 벗어나 새로운 출발을 딛고 나가려는 나의 상황과 너무 잘 맞아떨어졌다.

 

앞으로 몇 번의 희망과 몇 번의 절망을 맛볼지 알 수 없지만, 무조건적인 응원을 받고 싶은 나의 마음이 노래 가사에 있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에게 냅다 응원을 받은 기분이었다.

 

가사를 알고, 직접 응원을 받고 보니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응원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이 노래가 SNS에서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을 응원하는 음악으로 사용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 노래를 만들 때에도 같은 마음으로 만든 것 같다.

 

원필은 새로운 여정을 앞둔 모든 이에게 전하고 싶은 행운과 더불어 모험을 시작하며 다지는 나의 각오 그리고 더 나은 내가 되어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담아 이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을 살아가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의 행운을 빌며,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나의 행운을 빌며, 회색 겨울 분홍빛 봄 파란 여름 노란 가을 사계절이 돌고 돌면 더 나은 우리가 되어 웃으며 만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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