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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메카물? 에반게리온? [만화]

아니 그거 말고, <코드 기어스: 반역의 를르슈>

by 신민정 에디터
2026.03.05 08:41

 

 

친구가 한창 빠져서 넷플릭스에도 들어왔으니까 보라고 할 때는 반골 기질로 안 보다가 이미 넷플릭스에서 내려간지 오래인 지금에서야 보게 된 <코드 기어스>. 자극적인 설정과 스토리가 난무하는 현재 애니메이션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막장 스토리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봤다. 캐릭터 디자인이 워낙 특이해서 우연히 본 게 다였는데 에반게리온처럼 기체에 탑승해서 전투를 하는 메카닉물이었다는 건 의외였다.


주인공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는 신성 브리타니아 제국의 황자지만 어머니가 테러리스트로부터 살해당하고 동생 나나리와 함께 일본으로 보내진다. 당시 일본의 수장이었던 쿠루루기 겐부의 집으로 보내져 그의 아들 쿠루루기 스자쿠를 만나고 소꿉친구가 된다. 하지만 브리타니아 제국이 일본을 침공하고 일본이 패배하면서 를르슈와 나나리는 애쉬포드 가문으로 들어가게 된다. 를르슈와 나나리는 애쉬포드 가문이 운영하고 있는 애쉬포드 학원에서 지낸다. 평화로운듯하지만 바깥에서는 여전히 레지스탕스의 독립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를르슈는 친구 리발과 브리타니아 귀족을 상대로 한 내기 체스에서 이기고 다시 학원으로 돌아가는 길에 레지스탕스와 엮이게 된다. 레지스탕스가 브리타니아군으로부터 독가스를 빼돌리고 브리타니아군이 이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난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를르슈가 나서게 되고, 갑자기 움직인 트럭에서 독가스와 함께 운반된 를르슈는 현장에 있던 한 브리타니아군에게 테러리스트로 지목된다. 그때 브리타니아군이 를르슈를 알아보며 방독면을 벗자 소꿉친구였던 쿠루루기 스자쿠의 모습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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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가스가 들은 줄 알았던 캡슐에서 한 여자가 나오는데 상관이 스자쿠에게 를르슈와 여자를 죽이라는 명령을 한다. 이를 거부한 스자쿠는 총에 맞고 를르슈와 여자는 트럭에 있던 레지스탕스의 자폭으로 도망친다. 하지만 숨어있다가 전화 벨소리에 들켜 죽을 위기에 처하고 를르슈 대신 여자가 이마에 총을 맞는다. 그때 죽은 줄 알았던 여자가 를르슈의 손을 잡으며 불연속적인 이미지들을 보여주며 계약을 하자고 제안한다. 제안을 받아들인 를르슈는 기어스라는 초능력적인 힘을 얻게 되고 자신을 포위했던 군인들에게 죽으라고 명령한다. 바로 자신의 말을 따라 자결한 군인들을 본 를르슈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말을 거역할 수 없는 어떠한 힘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되고 증오의 대상이었던 브리타니아를 없앨 작전을 세운다.


여기까지가 1화 내용이다. 20분 남짓인 분량에 이 얘기가 다 들어가 있다. 자신의 말에 따라 죽은 군인들을 보고 바로 능력을 써먹어 브리타니아를 없앨 생각을 하는 를르슈의 표정은 보통 주인공들에게서는 잘 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 뭔가 좋은 의도가 담긴 게 아니라 빌런들한테서 볼 수 있을 법한 표정은 반역의 를르슈라는 부제랑 찰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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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저런 캐릭터는 빌런 역할인데 주인공이라는 게 신선했다. 원래 같으면 스자쿠 같은 맑은 눈의 광인이 주인공이었을 텐데 아무래도 설정이 그렇다 보니 주인공으로 만들기는 애매하긴 했을 것 같다.


신성 브리타니아 제국은 발음도 그렇고 영국을 상정하고 만든 가상 제국 같았고, 실제 전범국인 일본이 식민지라는 세계관은 누가 봐도 피해자 코스프레하기 딱 좋은 설정이라 1화부터 벙쪘다. 이런 설정이 도대체 어떻게 승인이 나고 제작될 수 있었을까.


신성 브리타니아 제국으로부터 식민 지배를 받는 일본은 에어리어11(Area11), 일본인들은 일레븐이라고 불린다. 당연하게도 일레븐은 철저하게 하층민 취급을 받는다. 꾸준히 레지스탕스를 중심으로 독립운동을 하며 일본 만세라는 구호를 외친다거나 일본과 독립이라는 같이 붙어있는 게 상상이 안 되는 단어가 잊을만하면 나와 처음에는 몰입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 막장 세계관과 맞먹는 주인공과 서브 주인공 설정이 이걸 완화시켜 뭐라 하기 애매하게 만들었다. 주인공 를르슈는 침략국의 황자지만 어렸을 때 아버지인 황제에게 버림받고 여동생이 행복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 일본 레지스탕스 편에 서 브리타니아를 없애려 한다. 를르슈의 소꿉친구이자 서브 주인공인 스자쿠는 일본인이지만 내부에서부터 평화롭게 변화 시키겠다며 명예 브리타니아인으로서 침략국인 브리타니아 군대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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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르슈는 이해할 수 있다 쳐도 스자쿠는 그냥 매국노 밖에 더 되는 거 아닌가 보면서도 자꾸 이게 맞나 싶었다. 심지어 피지컬도 능력치도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설정이라 랜슬롯이라는 이름의 기체로 침략국 입장에서 좋은 일만 시켜준다. 계속 군인으로서 출세는 하는데 본인이 주장하던 평화로운 변화와는 다른 모습이지 않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도 순 모순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래서 방영하던 당시에 스완용이라는 별명도 붙었다는데 웃기지만 웃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이게 우익 같으면서도 마냥 우익이라고 할 수도 없었던 게 중간중간 일본인들도, 중국인들도, 서양인들도 기분 안 좋을만한 내용이 있다. 내가 쓴 것만 봤을 때는 엄청 정치적이고 무거운 애니메이션 같지만 일단 초능력에 메카닉까지 나오는 장르라 중2병스러운 장면이 많이 나온다. 를르슈의 기어스는 상대방의 눈을 봐야 걸 수 있는데, 이 기어스를 쓸 때마다 한쪽 손으로 눈을 가렸다가 보여주는 동작을 처음 봤을 때 좀 버거웠다. 에반게리온과는 다른 중2병스러움이었다.


그리고 많이 갈리는 캐릭터 디자인. 처음 검색해 봤을 때 소금쟁이처럼 긴 팔다리에 종잇장 수준으로 얇은 몸이 뭔가 보기 힘들었다. 캐릭터 원안을 <카드캡터 체리>로 유명한 클램프가 디자인했다는 걸 듣고 나서야 납득하고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중에는 캐릭터 디자인은 보이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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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애니메이션답게 여자 캐릭터들에게는 보는 내가 다 아플 정도로 꺾어대는 허리, 엉덩이를 강조하는 구도, 쓸데없는 노출 서비스씬이 난무했다. 그럼에도 카렌을 흑의 기사단 에이스 파일럿으로 앉히고 상대편 엘리트 파일럿도 혀를 내두를 실력자로 설정한 건 좋았다. 물론 기체에 앉았을 때 강조되는 가슴과 엉덩이, 작전 중인데도 포기 못하는 가슴골이 드러나는 유니폼이 또 이런 설정을 깎아먹긴 했지만. 히로인인 C.C가 피자헛 피자만 먹는 노골적인 PPL까지 이 애니메이션 진짜 골 때린다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도대체 이 얘기를 어떻게 뒷감당할 건지 궁금해서 못 끊고 밤새도록 봤다.


만약 <코드 기어스>를 볼 예정이라면 절대 절대 나무위키는 보지 말라고 하고 싶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언제 이 캐릭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싶어도 절대 나무위키는 들어가면 안 된다. 방영한 지 꽤 된 애니메이션이라 그런지 스포일러가 넘쳐나는데 이 애니메이션은 절대로 스포일러를 당하면 안 된다. 과장을 좀 보태면 <셔터 아일랜드>를 스포 당하고 보는 수준이다. 진지하게 <코드 기어스>를 안 본 눈을 돈 주고 살 수 있다면 사고 싶을 정도다. 이 도파민 터지는 스토리의 <코드 기어스>는 티빙, 웨이브, 왓챠, 라프텔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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